일상에 대한 넋두리

남원 행차 둘째 날, 남해 충무공 순국공원과 작별_20170621

사려울 2017. 8. 10. 00:35


남해대교를 건너 초입에 충무공 순국공원이라는 이정표를 슬쩍 본 기억이 남아 남해를 빠져나가는 길에 이정표가 있던 공원의 초입에서 급히 차 핸들을 꺾었다.

아이폰 지도상에서 흔하게 보던 공원의 규모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기도 했고 명색이 충무공이라는 단어를 본 마당에 그냥 지나치면 괜히 얼렁뚱땅 넘어간 양심의 가책으로 남은 시간 동안 찝찝할 거 같았다.

근데 여기도 주차료와 입장료를 받는 구먼.

역시 돈은 많은 난관을 뛰어 넘게 해 준다.



넓직한 주차장과 공원 초입에 딱 트인 전망의 갯벌이 있었건만 남원과 뱀사골 초입을 갈려면 겁나 빠듯한 시간이라 대충 훑어 보고 관음포 전몰 유허지의 첨망대는 꼭 가보자.

게다가 그곳을 지나 바로 옆에 이순신 영상관이 있었지만 거긴 또 입장료를 내야 된단다.

돈은 둘째 치고 촉박한 시간에 돼지를 완전 가공한 햄 느낌의 영상관은 고려할 필요 없이 패쓰~

근데 이날 햇볕은 왜이리 따갑고 뜨겁지?

냉큼 다녀와야지 하며 걸음을 재촉했건만 같은 남해도 인가 싶을 만큼 앞서 들렀던 보리암과 상반되게 여긴 아무도 오지 않는 숲길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솔향에 취해 보폭이 좁아졌다.

저 멋진 소나무 사이에 길이 쭉 나있고 첨망대까지 20분 정도 걸어가는 코스의 솔숲이라 잔뜩 도치된 기분으로 아주 찬찬히 주위를 둘러 보며 가기로 했다.




정갈하게 길 양쪽으로 늘어선 소나무의 자태가 멋져 부러~



대성운해 현판이 달린 비각은 바로 내가 이락사에 왔다는 것.

단아한 마당에 역사적인 의미로 잠시 숙연한 마음이 들어 발소리가 나지 않게 살포시 흙을 밟으며 지나갔다.






좀 전에 작은 나무들만 이따금씩 서 있던 공원과 달리 숲이 우거져 걸어 오는 동안 따가운 햇볕을 잊을 만큼 걷기에 멋진 산책로나 다름 없었다.

이 넓직한 숲에 혼자 있었다는 건 평일 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공원 조성이 얼마 되지 않아 널리 홍보되지 못한 부분도 있을 거다.

첨망대에 도착하자 예의 그 따갑던 햇볕이 재등장 하고 공기가 따끈해 졌지만 예까지 와서 올라가 봐야되겠지.




첨망대에 올라 서면 바로 이런 탁 트인 전망의 남해 바다와 멀리 타워크레인이 빼곡한 광양항이 어슴푸레 보인다.

여기 보이는 바다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해전의 순직한 곳이기도 하단다.

햇살이 따갑다고는 해도 아직은 그 따가운 햇살만 피하면 큰 더위를 느낄 수 없는 초여름이라 첨망대 지붕 아래엔 그나마 바닷바람을 쏘이며 잠시 땀을 식힐 겸 바다를 찬찬히 둘러 볼 겨를이 있었다.



천장 아래 과하지 않은 컬러가 정감이 든다.



사진을 보면 지친 기색이 느껴지는게 렌즈를 교체 하지도 않고 주구장창 하나로 찍다가 도저히 못참았는지 이 사진부터 망원으로 찍었다.

하긴 남해에 들어서 부터 물은 마트나 카페에서 사 마셔야 되고 보리암 조차 여느 사찰처럼 '약수터'란게 없었다.

내가 못 찾은 건가?



첨망대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자.

하루라는 시간도 그리 넉넉한 게 아니구먼.



미련일까?

뒤돌아서서 첨망대를 다시 담아 본다.





거미줄 같은 미세한 실에 설익다 말라 버린 낙엽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미세하게 부는 바람에도 나풀거린다.

이거 찍느라 쪼그려 앉아 허벌나게 셔터를 눌러 댔는데 그나마 초점 맞는 게 꼴랑 한 장 있어서 다행이다.



이락사를 빠져 나오며 다시 뒤돌아서.

공원 전체는 작은 규모가 아니었던데다 영상관을 지나면 광장이 있고 거기엔 얼마 되지 않지만 그나마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끊이질 않던데 거기를 포기하고 남원으로 출발을 해 버린걸 보면 많이 지쳐 있었나 보다.

전날 밤늦게 잠을 이뤄 의도와는 다르게 이른 새벽에 잠을 깨버렸으니까 오죽 하겠는가.

거기에 남원과 그리 멀지 않은 화순 적벽이 불발 되면서 생각나는 대로 온다는게 좀 무리긴 했다.

여수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좀 피하자는 결정에 후회를 하면서 돌아가는데 왜 이리 먼 겨!

올 때야 나름 설렘을 안고 다른 잡념을 쫓으며 발걸음이 살팡살팡 가벼운데 가는 길은 가뜩이나 실망에 어깨가 쳐지고 느긋하게 식사라도 하면 좋았을걸 빨리 벗어나고픈 생각에 점심 먹기도 싫었던게 화근이다.



어릴 적 사회 시간에 많이 봐왔던 울 나라 대표적인 현수교인 남해대교.

당시엔 섬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거의 없었으니까 당연 사회 교과서에 나올 만도 했다.

그 위세는 여전해 보이나 막상 올라타면 편도1차로의 갑갑함은 문명과 시간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생각 난다.



남해 대교 밑에 이런 가공된 어촌 마을이 있다.



맞은 편이 육지로 아직은 남해 대교를 건너기 전, 내가 사는 곳과 먼 여행지에서의 뒤돌아섬을 머릿속에 정리해 봤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찾아가고 싶었던 곳은 화순 적벽과 동료 2명의 고향인 벌교를 돌아 낮이 긴 하지 덕분에 해가 떠 있는 저녁에 뱀사골 초입에서 아직도 유일하게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산채를 먹을 계획들이 산산히 부서져 내 여행이면서도 한 마디 '악!'소리 못하고 하루를 보내 버렸다.

남원에 돌아와 광한루 부근 실비식당에서 배 터지게 맛난 숯불구이를 먹긴 했지만 밤에 잠이 들도록 멍한 기분, 알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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