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일상_20160904

이튿날 자전거를 타고 다시 찾은 오산 맑음터 공원에서 사정 없이 흐르는 땀을 식힐 겸 앉아 홀짝이던 커피를 잠시 내려 놓고 전날 찍지 못한 연꽃을 담았다.이제 막 망울을 터트린 꽃과 여전히 늦잠을 자는 연꽃.고운 핑크의 진면목을 서서히 퍼트리려 기지개를 하려는 순간인 만큼 가을도 이제 성큼 다가 왔음을 실감한다. 카메라가 없어 늘 소지하고 다니는 아이폰으로 최대한 근접 촬영 했다.

일상_20160903

가을이 오려나?깊게도 푸른 하늘의 망망대해에 아무렇게나 휘갈겨 놓은 구름이 잠시 잊고 지내던 가을 정취를 일깨워 준다.허벌나게 패달을 밟고 오산에 도착해서 바라 본 하늘은 여전히 더운 여름을 뚫고 보란듯이 가을의 푸르름을 펼쳐 놓는다. 오산천을 따라 고수 부지 끝을 찍고 돌아서면 첫 번째 마주치는 공원이 맑음터 공원 되시겠다.연못을 한껏 집어 삼킨 연들이 모여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묶음과 동시에 하루살이들도 막무가내 비행을 즐기는 중, 매뉴얼 포커싱으로 몇 장 찍은 사진 중 이 사진 한 가운데 속절 없이 비행 중인 하루살이 한 마리가 낚였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녘엔 구름이 화염에 휩싸여 노을을 만들어 내는데 그 뜨거움을 무릅쓰고 철새가 짝지어 비행한다.남으로~ 남으로~

일상_20160830

저녁 식사를 끝내고 잠시 스타벅스에 앉아 귀는 음악을, 입은 커피를, 코는 역류하는 커피향을, 눈은 트윗을 하며 몰입의 쾌감을 느낀다.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오늘의 커피는 때에 따라 아메리까~노보다 더 부드러운 향과 식감을 충족시켜 준다. 퇴근 해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장노출로 찍어 본 사진.가을 향에 업 되는 기분을 이렇게 표출 했나 보다.

일상_20160828

갑자기 내리던 소나기가 갑자기 그치고 동녘에 거대한 쌍무지개를 그려 넣었다.얼른 카메라 끄집어 내서 셔터 신공을 발휘해 사진을 담았는데 생각보단 광대한 감회가 표현되지 않았구만.광각의 뽐뿌를 억누르고 아이폰 파노라마로 몇 장 찍곤 감동에 젖을 무렵 일장춘몽처럼 금새 무지개가 사라지고 서편에 화려한 노을 쇼쇼쇼~ 간만에 보는 노을다운 노을이라 망원으로 또 다시 셔터 신공을 발휘, 구름 저 편에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무지막지하게 구름이 타 들어가건만 조바심은 이내 사라지고 자연의 대서사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턱관절 무리를 고스란히 견뎠다. 요건 마치 채도가 낮은 물감으로 아무렇게나 그려 넣은 그림 같지 않나?잿빛에 가까운 서편 하늘이 참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누가 찍었는지 잘 찍었네~

일상_20160827

영원히 이 땅을 지배할 것만 같던 여름은 어떻든 때가 되면 떠나긴 하나보다.딱 잘라 정의 하자면 여름이 싫다, 허나 역동적인 느낌과 긴 낮-물론 하루 주어지는 시간은 똑같다-과 가벼운 옷차림에 활동하기 좋은 계절임은 분명하나 여름이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깨닫게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다.8월의 막바지에 접어 들자 한층 시원해진 공기와 더불어 서슬 파랗던 신록이 부쩍 약화되는 모습을 보면 바야흐로 가을이 코구녕 앞까지 왔다는 거겠지? 오산으로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던 중 인적이 거의 없는 산업단지에서 동탄을 바라 보자 눈에 들어 오지 않았던 드높은 퍼런 하늘을 뒤덮은 양떼 구름이 대규모로 방목 중이다.하늘도 거의 전체를 뒤덮은 채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보면 양떼 소년이 여유가 넘쳐 유유자적하고 있..

일상_20160820

초여름 설악산을 다녀 온 이후로 여름 내내 사는 곳에서 멀리 벗어난 여행은 일절 없이 대부분 자전거로 주위를 쏘다니며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계절이 아닌가 싶다.처음엔 더위가 무척 싫어 숨쉬기 운동만 해야겠다고 다짐했건만 그래도 매년 누리는 하나의 계절이고 낮 길이가 짧아 하루를 길~게 쓸 수 있는 장점도 있지 않겠는가.자전거와 봄에 새로 영입한 베오플레이 A1, 그리고 텀블러에 채워 놓은 커피 한 사발만 챙겨 돌아 다닐 수 있다는게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의 범주 안에 집어 넣어도 좋을 만큼 내 의지로 충실히 즐기는 것 중 하나니까.그러다 보니 지루할 것만 같던 여름도 금새 지나 8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부터 곳곳에 가을을 암시하는 흔적의 싹들이 영글어 가기 시작했다.이 해 여름은 엄청나게 더운 여..

일상_20160811

올 여름은 1994년 여름 이후 수은주는 두번째, 열대야가 발생한 일 수로는 역대 쵝오라지! 근무 중 열 받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 잠깐의 쉼표를 뒀던 곳, 커피빈.그 날도 내가 뭔가 열 받았거나 더위를 쳐묵했었나 보다.지금은 떠나 보내고 없는 아이팟나노와 여름이면 최소 하루에 두 잔 쳐묵하는 아이스 한 사발이 같은 테이블 위에 있는 것 보면 한 시간 정도 청각과 미각의 무아지경에 있었나 보다.근데 전국 커피빈 중에서 여기가 레알 쵝오 맛!없!다!

일상_20160809

내가 좋아하시는 돈꼬츠라멘 되시겠다.특히나 와비사비 음식을 내가 좋아했고 한 동안 뻔질나게 식사를 했던 이유는?주변 동종 식당과 비교해 가성비가 좋다.그리고 라멘 맛집들의 공통점이 짜다는 건데 여긴 그 짠맛이 덜하고 가격에 비해 양이 많다.요 근래 자주 가는 라멘집이 있는데 거기 곱배기가 와비사비 보통보다 양이 좀 적은데 가격은 저렴하고 덜 짜고 푸짐하다.대신 여기 갈수록 손님이 점점 늘어 난다.처음 갔던게 작년 초 였는데 저녁 때 찾아 가면 늘 창가에 있던 자리가 요즘은 쉽지 않다.그리고 결정적으로 요즘 가는 라멘집에 비해 정말 친절해서 드링크 한 박스 드린 적 있고 난 후 더 친절하고 편해졌다.그럼에도 요즘 안 가는 결정적인 이유는?회사에서 멀다.가끔 일찍 마치거나 주말 같은 때 부근으로 가는 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