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일상_20170820

우연히 가던 길에서 총총 걸음으로 따라 오던 나비 한 마리가 앉았다 다시 날았다를 반복하며 계속 따라 온다.우리 언제 만난 적 있었던가?사진 한 장 찍으려고 주머니 아이폰을 꺼내 찍으려면 연신 비상했다 앉고 그러다 아이폰을 넣으면 다시 앉고 해서 살며시 다가가서 쪼그리고 앉아 아이폰으로 몇 장을 찍었다.렌즈가 가까이 가면 앉은 자리에서 시계 방향으로 뱅글뱅글 도는 통에 제대로 찍게 내버려 두지 않두마 잠깐 요 포즈로 있을 때 찰칵~몇 장 찍은 것들은 하나 같이 초점이 안 맞거나 흔들려 가장 잘 나온걸루 선택 했고 인도 블럭 사이에서 자라난 잡초와 같이 있는 모습이 휴일의 나른함과 여유의 단면 같아 보기 좋다.

오늘도 비가 주룩_20170819

하루도 빼놓지 않고 며칠을 비가 내렸던가?비가 내릴 때 특유의 착 가라앉은 센치함도 좋고, 여름이 떠나가는 마당에 시원해서 좋다만 맛있는 음식도 편식을 하게 되면 물리는 벱이지.가족들과 곤드레밥집에서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 사이 잠시 그쳤던 빗방울이 굵어져 대충 찍은 사진에도 짧은 직선을 그리고 있다.오늘 식사를 했던 곤드레밥집은 간소하지만 풍성한 밑반찬에 단촐한 메뉴가 마음에 들었다.가장 중요한 맛은 딱! 내 입맛으로 과하게 기교를 부리지 않아 양념장이나 된장을 기호에 맞게 비벼 먹을 경우 곤드레 향을 많이 해치지 않으면서도 있어야 될 미각의 즐거움은 놓치지 않았다.비비는 양념의 가지 수가 많다면 좋긴 한데 어설픈 맛과 향이라면 차라리 이 집처럼 간장과 된장이 주가 된 양념이 낫다.게다가 밑반찬으로 나왔..

건강 검진 가는 날_20170817

회사에서 9월 30일까지 건강 검진 받으란 메일이 없었다면, 국가에서 의무적으로(강제적으로?) 정기 검진을 넣지 않았으면 이렇게 병원에 올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무심하게 살았다.덕분에 건강을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만 검진 전 왠지 멀쩡한 사람도 병 날 거 같어.빈 속으로 한 나절을 버텨야 되는 건 증말, 넘무 힘드는데 반나절 전부터는 물 조차 마시지 말란다.그럴 수록 길거리에 음식점 간판과 먹거리 광고, 하다 못해 카카오맵에서 가야 되는 목적지를 검색하면 인근 맛집이 뽀나스로 떠버려 염불엔 관심 없고 잿밥에 마음이 가는 격이다.평소 무심코 접하던 여물이 오늘 따라 값진 욕구의 대상이 될 줄이야. 우리원 헬스케어에서 잠깐 대기 중.근데 2년만에 와 본 곳이라 뭐가 뭔지 모르겠고 좌측 몇 번에 가..

인천 밤바다_20170816

인천 참 오랜 만에 갔다.딱히 손 꼽아 갈 일이 없었음에도 갑자기 지인과 연락이 닿아, 마침 이튿날 건강 검진도 있고 해서 동인천까지 찾아 갔더랬다.건강 검진이라 저녁 식사 이후 금식에 금주, 이튿날 아침 이후론 물도 마시면 안 된다길래 해 지기 전 일찍 만나 동인천역 가까이 있는 신포시장을 찾아 갔다.내가 좋아하는 닭강정을 못 먹어 아쉽지만 신포순대로 만족해야지. 예전 서인천역이 아니었나 싶었던 인천역 옆 파라다이스 호텔은 올림포스 호텔로 바뀌었고 나머지 동네 풍경은 큰 변화가 없었다.연세 많은 건물이라 곳곳에 티가 나는 반면 그래도 예전에 호텔이 아주 귀하던 시절 지은 만큼 위치나 전망은 굿!월미도가 인척임에도 밤이 되자 차이나타운과 신포시장과 달리 이 일대는 항구에서 뿜어대는 둔탁한 기계음만 들리고..

일상_20170815

하루 종일 꽤 많은 양의 지루한 비가 추적추적 내리다 잠시 빗방울이 약해질 무렵 스타벅스 커피 한 사발 때리면서 잠깐의 여유를 부려 본다.통유리를 따라 연신 점선을 그리는 빗방울을 찍고 싶었으나 초점이 잘 안맞아 너저분해 보여 이 사진만 올리자.이른 가을 장맛비 인가?이번 주 내내 비 소식이 있는데다 요 며칠 내린 비의 양도 꽤 많다.비가 오면 난 기분이 좋아지는 요상한 돌연변이가 된 이유는 그나마 덜 덥기 때문.그리고 이런 센치한 분위기 좋잖아~

여명, 일출_20170813

일요일 새벽 부시시한 잠을 깨고 창 너머를 바라 보곤 턱관절 무리가 상당했다.옅은 여명이 구름 드리운 동쪽 하늘에 서서히 떠밀리며 셀 수 없이 많은 결들이 붉게 물들어 간다.이 장관의 정체는 비 내린 뒤 개인 하늘을 밝히는 일출이렸다.이러니 세상 천지가 불에 타들어가는 착각이 들 수 밖에. 광각렌즈를 다시 물려 넓게 담아본 하늘 세상.저녁 노을보다 새벽 노을이 더 청명하고 알싸한 이유는 새벽의 싱그러운 이슬 내음에 예민한 얼굴의 촉각이 나머지 오감을 유혹하여 바라보는 시선이 편견의 굴레에 마비 되었기 때문이다.그래서 현자는 마음의 생각이 모든 이치를 바꾼다고 정의 내렸지 않은가.너를 만질 수 있다면 뜨거운 오렌지 빛깔에 내 손은 온통 지문의 결을 따라 화려하게 채색 되겠지?

대프리카_20170808

대구 하면 더워도 넘무나 더워 생겨난 신조어, '대프리카'란다.여름이면 어차피 서울도 더운 건 매한가지라고 한다만 그러다 열차를 타고 동대구역이나 차를 타고 대구에 도착해서 도어를 열고 나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헉!'소리가 날 정도.수은주가 특출 나게 올라가는 건 아닌데도, 그렇다고 그 열기가 서울도 열섬 현상으로 뜨겁긴 마찬가진데도 더 덥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대구가 전통적으로 덥다는 편견도 있지만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온실 안에 있는 착각 때문이 아닐까?실제 내가 갔던 날이 그렇게 더운 날은 아니었음에도 바람이 거의 없어 확실히 서울과의 체감 온도 차이는 완연하긴 했다.역시 대프리카~이 말은 회사 갓 입사한 젊은 영계한테서 들은 말인데 들을 수록 열라 웃겨. 내가 모처럼 대구에 내려간 ..

일상_20170731

2017년 7월의 마지막 날엔 어김 없이 변덕스런 날씨를 반증 하듯 빗줄기가 굵어 졌다 가늘어지기를 반복한다.오후 느지막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 차림에 소지품을 챙겨 잰걸음으로 산책을 나왔다.계획은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북쪽 끝을 찍고 노작호수공원을 거쳐 투썸플레이스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남쪽 끝, 사랑밭 재활원에서 집으로 가는 코스 였다. 노작마을 카페와 반석산 사이에 노상 테이블과 자그마한 경작지가 보기 좋아 어느새 부터 인가 이 길을 거쳐 노인공원을 통해 반석산에 진입하는 횟수가 빈번해 졌다.이미 가늘게 떨어지던 빗방울은 좀 더 굵어졌지만 유난히도 비가 좋아 흠뻑 젖지 않는다면 이렇게 비를 맞이하는 것도 좋다. 둘레길로 접어 들었다가 오산천 산책로를 한 바퀴 돌려면 체력..

일상_20170717

하루 죙일 지루한 장마비가 내리다 못해 베란다 정원의 잡초 끝에 미세한 물방울로 그 흔적을 남겨 놓았다.워낙 미세해서 눈에 보일똥 말똥 가느다란 빛이지만 영롱함은 크기가 아닌 투영시킨 빛을 밤하늘 별처럼 여과 없이 밝혀 놓음에 일말의 의심조차 없다.카메라가 포커싱하지 못해 메뉴얼로 바꿔 정확하게 맞추진 않았음에도 내 눈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이 순간 만큼은 한 줄기 이름 없는 잡초가 아니라 고결한 한 생명이기도 하다.

일상_20170715

모처럼 종안형 만나 한잔 스원하게 빨려고 찾아간 일산의 족발집.자칭 족발에 대해 일가견 있으시다는 울 엄니께서 이 집 족발 맛과 식감에 엄지척 하셨다.동탄에 이런 집이 있다면 한 달에 최소 두 번은 드실 텐데 아쉽다고 칭찬 엄청 하시던 족발집에서 만나 우리는 날 밤을 샜다.비가 추적히 내리는 이 날, 마시다 마시다 4차로 퓨전 일식집까지 가서 구수한 꼬치 구이와 스원한 어묵탕을 곁들여 맥주로 목을 축이던 날.언제 또 종안형을 위시해서 한 동안 뻔질나게 봤던 그 친근한 일족(?)을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