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51

일몰_20170422

서산으로 지는 태양이 유별나게 커 보이던 저녁, 지상의 옅은 구름에 비끼어 여러 가지 컬러의 옷을 걸쳤다.맑은 대기로 인해 선명한 그 자태에 잠시 눈이 멀었던 봄날 저녁. 해가 완전 지고 나서 둘레길을 걷던 중 길에 아주 미세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봄에 활동을 재개하는 아주 작은 곤충들의 눈빛이란 걸 평생에 걸쳐 처음 알게 되던 날, 거미 한 마리가 둘레길을 가로 질러 어디론가 열심히 가고 있다.엄청나게 가느다란 그 빛을 못 봤다면 널 밟았겠지?이 사실을 알고 나서 부턴 밤에 둘레길을 걷기가 조심스럽다.

일상_20170421

금요일의 칼퇴근에 맞춰 집이 아닌 동탄복합문화센터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넋 나간 사람 마냥 걸었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제법 활기가 넘치는 중에 유독 눈에 띄이는 일렬로 늘어선 꽃들. 손에 있는대로 아이폰을 그대로 활용해서 담은 꽃들이 뮤지컬을 앞둔 배우들의 화려한 드레스 같다. 야외 공연장 뒷편은 잔뜩 찌뿌린 날이라 생각보다 산책 중인 사람들이 적은 대신 공연장 좌석이나 야외 테라스는 언제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여전하다. 나도 모르게 둘레길로 접어든 건 길 따라 걷다 초록의 유혹에 이성이 마비 되었을 터, 골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의 한결 같은 정돈된 모습이 보기 조~타.(일상_20170415)일 주일 정도 지난 사이 초록이 많이도 세상을 보기 위해 솟아 올랐다. 둘레길..

일상_20170415

시나브로 벚꽃이 지기 시작하면서 4월의 눈인 양 어느 순간부터 바닥에 꽃잎들이 자욱하다. 여전히 활동하기 좋은 시기엔 이견이 없지만 못 된 버릇인 앞서 예측하는 센서가 여름 더위의 촉수까지 더듬었다.가만 있어도 땀에 쩔어, 끈적해, 땀 내 나, 모기 발광 옆차기 해, 피서철이면 물가 피싸, 인산인해에 차들도 많아...매년 맞이하는 여름이지만서리 그래도 새롭게 짜증 지대로라 달갑지 않아 봄과 가을이 더 돋보이는 거겠지.쓸데 없는 잡념을 물리치고 그나마 낮이 길어진 지금 활동하기도 딱 좋다. 동탄주민센터 옆에 아직 꽃잎이 많이 남은 벚꽃을 보면서 가방 속에 카메라를 끄집어 내어 넥스트랩에 손을 끼웠다.꽃잎이 우수수 떨어질 생각이 없다는 건 파랗게 뻗어 나오는 이파리만 봐도 알 수 있듯 아직은 태동하는 초록이..

일상_20170324

금요일 점심을 해치우고 솔빛마을 근린상가 부근을 지나던 중 봄의 전령사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직전에 더욱 힘을 내고자 온몸으로 햇살을 흡수하는 중이다. 겨울색이 그대로 있는 대지에 노랑이 퍼져나가는 모습은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일 수 밖에 없다.곁들여 민들레까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여러 꽃들이 피고 지기를 한참 기다렸다 꽃을 떨구는 그 생명력은 흔히 간과하고 있는 또다른 봄이 아닐까? 화사한 산수유는 웅크린 대지만 환기시키는 게 아니라 사람들도 일깨워 준다.이런 봄소식에 인상 찡그릴 사람은 없으니까. 봄은 사람들의 키와 비슷하거나 높은 곳에서만 피는게 아니다.땅에 넙죽 달라 붙어 소리 소문 없이 땅위에 봄을 퍼트리는 민들레는 흔하디 흔한 들판의 야생화지만 한순간 피고 져버리는..

일상_20170318

베란다 정원에 봄이 열렸다. 먼 곳에서 찾으려 했던 봄이 내가 잠자던 가장 가까운 곳에 이미 있었음을 알고 졸음으로 부시시한 눈을 뜨곤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다른 가족들이 하나씩 가져다 준 화초들을 넘나도 잘 키우신 울 오마니.때가 되면 여지 없이 꽃을 피울 뿐만 아니라 더 활짝, 더 많은 꽃 봉오리를 틔운다. 요건 먹는 꽃이라는데 실제 맛은?향긋함이 진동하는게 아니라 뭔가 살짝 신선한 맛이 가미된 정도?그래도 다양한 색깔들을 뱃속에 넣는 게 어디여~ 선인장 같은 것도 있어 마치 자신의 모두가 꽃처럼 보인다. 며칠 사이 소나무는 이렇게나 많이 자랐다.(일상_20170219)2월26일 소나무 사진은 빠뜨렸고 어차피 2월19일과 별반 차이 없으므로 패스봄 기운을 먹어서 무럭무럭 자라는 가족들을 보고 있노라..

일상_20170310

금요일 퇴근 후 얼릉 에너지 보충하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반석산 둘레길로 걸어 갔다. 약간 서늘하긴 해도 활동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조건이라 막연히 즐겨야 겠더라구. 아이뽕 카메라에 이런 불빛이 반사되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특히나 밤에 등불은 직방이다.있는대로 누려야지. 낙엽 무늬 전망 데크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에 호올로 쓸쓸히 자리를 지키는 벤치 하나.중간에 뽀얀 불빛은 헤드램프가 쏜 불빛이다. 아니나 다를까 반석산 둘레길은 텅 비어 있다.낙엽 무늬 전망 데크 초입에 쓰레기 더미들이 한눈에 들어찬다.이런데 쓰레기 투기해서 살림 살이 나아지셨나들?같이 누려야 될 공간인데 잘 좀 씁시다, 인간들아!날은 좋은데 이런데서 인상 쓰게 만드네.

일상_20170306

평소와 달리 이른 퇴근 후 가끔 하는 외식을 위해 이른 저녁까지도 감행했건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월욜이 정기 휴일이란다.종종 들리면서도 그 사실을 몰랐스까?손가락 빨 수도 없는 노릇이라 가까이 있던 칼국수로 끼니를 해결하고 노작마을 뒷편으로 평소와 달리 릴렉스하게 걷기 시작했다. 점점 완전체로 바뀌어가는 동탄2신도시.겨울 오산천도 나름 볼 만하다. 3월이라 점점 낮이 길어져 제법 지대로 된 오후를 즐길 수 있다만 풍경만큼은 여전히 겨울이다.허접하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두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나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의 흔적일거다.어차피 다시 올 겨울이겠지만 늘 같은 풍경일 수 없으니까,그리고 내 아름다운 시간일 테니까.

일상_20170301

숨가쁘게 흘러간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이틀에서 사흘 적은데다 연초 각종 뽀나스에 대한 설렘으로 후딱 지나가 버리기 일쑤.떠나려는 겨울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도와 아쉬움이 묘하게 교차하며 조금 얇은 외투를 걸치고 추위에 길러진 저항력을 믿어도 곧 그리워질 한 때가 아니겠나. 동탄복합문화센터 뒷편의 야외 공연장을 지나 반석산으로 오르는 길은 활동에 큰 지장이 없는 추위 덕분에 연인들과 친구들의 산책하기 좋은 장소로 거듭나고 있고 더불어 아직은 식지 않은 포켓몬 고의 포켓스탑이 모여 있는 포켓몬 그라운드 이기도 하다.야외 공연장 뒷편에 포켓스탑이 무려 4개가 모여 있더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다. 동탄복합문화센터 뒷편에서 반석산으로 오르는 길을 택해 둘레길로 접어 들었다.여전한 겨울 정취. 여긴 토사..

일상_20170211

겨울이 끝나간다 싶었는데 복병처럼 출몰하는 늦추위는 냉혹하다. 풀어진 긴장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허술해진 방어막을 보란 듯이 허물어뜨리곤 그에 대한 방어를 할라 치면 다시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듯 웅크려 버린다. 지나가는 주말 시간이 아쉬워 뒤늦게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온 발걸음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둘레길로 향했고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자정이 가까워진 무렵, 사람의 발길도 끊어지고 오로지 간헐적으로 들리는 무언가가 낙엽을 파헤치는 소리.처음엔 이 소리 땜시롱 입에서 자연스럽게 개거품 나오는 줄 알았다.거기다 둘레길을 걷다 갑자기 인척에서 터져 나오는 푸다닥 소리는 왠만해서 익숙해져 있는 반석산에 두려움이 없던 나조차 십자가를 들거나 묵주를 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 소리를..

일상_20170205

연휴 후의 첫 휴일인 일욜, 그 동안 연휴 후유증으로 사진이고 뭐고 죄다 귀찮고 피곤하고 의욕 상실에 식욕?은 여전했던 한 주를 보냈다. 주말 휴일 종종 걷던 둘레길도 급격히 귀찮아져 발길은 반석산으로 향했지만 도중 옆으로 빠져 지름길을 택했고 내려 오던 길에 텅빈 산중의 공원에 앉아 하염 없이 세월아, 네월아 하며 멍 때렸다.그나마 약하게 날린 눈발의 유혹에 이불 속을 박차고 나갔던 건데 이내 그쳐 버리다니! 반석산에서 유일하게 쏟아 내려 오는 여울은 늘 물기가 있긴 한데 자욱한 낙엽에 덮여 흐를 정도는 아니다.그래도 이런 흔적을 볼 수 있다는게 얼마 남지 않은 위안이긴 하다. 둘레길로 걷던 중 옆길로 빠져 반석산 정상으로 갔다 바로 노인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텅빈 공원을 보곤 자리를 틀고 앉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