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170423

사려울 2017. 7. 21. 02:41

봄이 무르익어 가는 반석산 둘레길을 일요일의 게으름을 박차고 일어나 걷게 되었다.

한 동안 자전거 타기를 등안 시 하면서 위안 삼아 반석산을 올랐건만 여름이 가까워지면 다시 자전거 타기에 집중하기로 하고 올 봄은 걷기로만 했다.



노인공원에서 부터 둘레길에 합류하여 가볍게 걷기 시작한다.







단숨에 오산천 전망 데크까지 걸어 가면서 봄이 참 많이 익었구나 싶다.

어느샌가 5월부터 조금만 활동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짧은 봄을 실감하게 되는데 얼마 남지 않은 4월의 조바심에 잠깐의 짬이 허용되면 이 길로 접어 들던 횟수가 이제는 셀려면 복잡해 졌다.

이 길을 이용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는 이마저도 힘들다고 벤치만 보이면 넙죽 엉덩이를 깔고 깊은 심호흡에 허덕였지만 이제는 친숙해진 만큼 전망 데크는 그냥 무시하고 앞만 보며 한 바퀴를 돌아 버린다.



공사가 한창인 오산천 너머 해무리공원.



뿌듯한 내리막길로 접어 들어 뱀처럼 꾸불거리며 내려가는 길이 태동하는 초록에 가려지기 시작한다.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 오면 오산천 산책로와 통하는 낮은 곳을 지나 어느 정도 완만한 구간을 걷다 보면 제법 긴 오르막길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오르면 정상과 인접한 낙엽 무늬 전망 데크가 있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위를 쳐다 보면 깊은 숨을 몰아 쉬며 오를 일이 서글픈데 막상 길에만 집중하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별 거 아닌걸 깨닫는다.

마치 모든 도전이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오르기 전에는 두렵고 서글프고 금새 지칠 것만 같은데 잡념을 떨치기 위해 어느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벌써 이만큼 올랐나 싶어 없던 용기가 생겨 목표한 곳까지 좀 더 만만해지기 일쑤다.




지나칠 때마다 골을 중심으로 정갈하게 일렬로 늘어선 나무들이 매력적이라 사진으로 남기는 버릇이 생겼다.

결혼식 때 행진 중 칼을 뽑는 대신 가지를 늘어 세워 축하해 주는 것 같지 않나?

총각 마음에 무조건 그 쪽으로만 연결하는 못된 습성이라면 어쩔 수 없지 ㅋ



둘레길에서 반석산 정상길로 접어 들어 생생하게 남은 체력을 뽐낸다.

실컷 걸었음에도 날이 별로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추울 거 같아 옷을 두텁게 입은 것도 아닌 딱 이 날에 맞는 간소한 옷을 입은 덕에 체력 소모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엔 아쉬워 정상을 거쳐 좀 더 걷기로 했다.



정상이 바로 코 앞이군.



노작마을과 연결된 정상길을 따라 가다 보면 지난번 잊고 지내던 공원으로 향한다.



영산홍이 만발한 공원의 벤치에 앉아 커피와 음악으로 잠깐 휴식을 취했다.(일상_20170205)

다이어트에 실패한 호박벌이 내가 가까이 다가 오든가 말든가 제 할 일에 열중하며 분주히 꽃들을 검사하고 있었던 걸 보면 봄의 혜택은 비단 어느 하나의 특권이 아니다.

게다가 겨우내 움츠리던 그 지루함에 얼마나 몸이 근질했겠나.



봄이 내려 앉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음악과 커피를 곁들이는 사이 해가 서산 마루로 넘어 갔다.

길어 지는 낮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하루 중 햇볕 볼 일이 더 많아거니 헤아리다 나도 뉘엿뉘엿 집으로 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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