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54

일상_20170301

숨가쁘게 흘러간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이틀에서 사흘 적은데다 연초 각종 뽀나스에 대한 설렘으로 후딱 지나가 버리기 일쑤.떠나려는 겨울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도와 아쉬움이 묘하게 교차하며 조금 얇은 외투를 걸치고 추위에 길러진 저항력을 믿어도 곧 그리워질 한 때가 아니겠나. 동탄복합문화센터 뒷편의 야외 공연장을 지나 반석산으로 오르는 길은 활동에 큰 지장이 없는 추위 덕분에 연인들과 친구들의 산책하기 좋은 장소로 거듭나고 있고 더불어 아직은 식지 않은 포켓몬 고의 포켓스탑이 모여 있는 포켓몬 그라운드 이기도 하다.야외 공연장 뒷편에 포켓스탑이 무려 4개가 모여 있더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다. 동탄복합문화센터 뒷편에서 반석산으로 오르는 길을 택해 둘레길로 접어 들었다.여전한 겨울 정취. 여긴 토사..

일상_20170211

겨울이 끝나간다 싶었는데 복병처럼 출몰하는 늦추위는 냉혹하다. 풀어진 긴장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허술해진 방어막을 보란 듯이 허물어뜨리곤 그에 대한 방어를 할라 치면 다시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듯 웅크려 버린다. 지나가는 주말 시간이 아쉬워 뒤늦게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온 발걸음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둘레길로 향했고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자정이 가까워진 무렵, 사람의 발길도 끊어지고 오로지 간헐적으로 들리는 무언가가 낙엽을 파헤치는 소리.처음엔 이 소리 땜시롱 입에서 자연스럽게 개거품 나오는 줄 알았다.거기다 둘레길을 걷다 갑자기 인척에서 터져 나오는 푸다닥 소리는 왠만해서 익숙해져 있는 반석산에 두려움이 없던 나조차 십자가를 들거나 묵주를 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 소리를..

일상_20170205

연휴 후의 첫 휴일인 일욜, 그 동안 연휴 후유증으로 사진이고 뭐고 죄다 귀찮고 피곤하고 의욕 상실에 식욕?은 여전했던 한 주를 보냈다. 주말 휴일 종종 걷던 둘레길도 급격히 귀찮아져 발길은 반석산으로 향했지만 도중 옆으로 빠져 지름길을 택했고 내려 오던 길에 텅빈 산중의 공원에 앉아 하염 없이 세월아, 네월아 하며 멍 때렸다.그나마 약하게 날린 눈발의 유혹에 이불 속을 박차고 나갔던 건데 이내 그쳐 버리다니! 반석산에서 유일하게 쏟아 내려 오는 여울은 늘 물기가 있긴 한데 자욱한 낙엽에 덮여 흐를 정도는 아니다.그래도 이런 흔적을 볼 수 있다는게 얼마 남지 않은 위안이긴 하다. 둘레길로 걷던 중 옆길로 빠져 반석산 정상으로 갔다 바로 노인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텅빈 공원을 보곤 자리를 틀고 앉아 ..

설 연휴, 셋째 날_20170129

연휴 셋째 날에 접어 들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그 시끌벅적했던 착시현상으로 집이 더 휑하니 썰렁하기만 하다. 그런 허전한 적막을 깨고 저녁부터 굵직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평소 내리는 눈은 질퍽대던 도로의 주범이자 출퇴근 시간이면 도로에 더 오랜 시간 발을 묶어 두는 불청객이었다면 연휴에 내리는 눈은 겨울의 운치와 매력을 가장 잘 이해시켜 주고 계절의 공감대를 포근하게 기억으로 변모시켜 주는 매력덩어리 였다. 이렇게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곤 판초우의를 입고 온갖 청승을 떨듯 홀로 거리를 활보하며 신이 난 아이처럼 아이뽕 셔터를 허벌나게 눌러 댔다.카메라로 찍는 다면 내리는 눈을 맞으며 내 눈도 눈물을 흘리겠지? 텅빈 도시에 하염 없이 내릴 것만 같은 이 눈을 보고 있자니 겨울이란 계절의..

설 연휴, 둘째 날_20170128

아버지 제사를 끝내고 급격히 누적된 일상의 피로에 나도 모르게 오후가 저물 무렵까지 단잠에 빠졌다. 다른 식구들이 뒤늦게 도착해서 흩어진 잠을 간신히 떨치고 동탄 나들이를 가자는데 한 편으론 귀찮게 다 똑같은 도시를 구경할 게 뭔 심보!라면서 투덜 댔지만 일 년 중 몇 번 본다고 속에 있던 심술을 여과 없이 표현하겠는가 싶더라.워낙 산을 좋아하는 매형의 구색에 맞춰 줄 심산으로 동탄 인근에 있는 독산성으로 핸들을 돌려 유유히 찾아간 그 곳은 역시나 고도에 비해 사방으로 전망이 틔여 있어 별 기대 없었던 다른 가족들조차 눈을 크게 뜨며 주위를 사정 없이 두리번 거리기 일쑤다.(초여름의 신록, 오산 독산성 세마대를 가다, 야심한 밤에 찾은 보적사, 20140525_비 오는 날, 독산성 산책, 독산성 세마대_..

설 연휴, 첫 날_20170127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설날 연휴, 허나 올해는 연휴 3일 중 이틀이 주말 일요일에 끼여 있어 말 그대로 엿 같은 상황이다.직장인들은 휴일 맞이하는 맛에 주중 근무가 아무리 힘들지라도 위안 삼아 견디는데 이런 힘 빠지는 시츄에이션 같으니라구!많으면 5일, 대체 휴일 포함 적어도 4일이라면 꼴랑 하루 차이에 이렇게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라... 제사 준비를 얼릉 끝내고 자전거를 타며 유유자적하는 사이 하루 해가 지려는데 기록해 놓은 사진은 없고 해서 별 의미 없이 텅빈 공원을 찍어 놓고 잠시 한숨 돌렸다.예년 꾸준히 찍어대던, 하다 못해 폰카로도 자전거 타거나 도보로 틈틈히 찍던 사진이 급 시들해진 느낌이다.귀찮기도 하고 늘 같은 자리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다 보면 사진으로의 신선한 소재가 없어 ..

일상_20170122

혼자 부시시하게 일어나 눈 내린 휴일 아침, 맑은 햇살이 창 넘어 취한 잠을 깨웠다. 조금 내린 눈에도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 베란다 창을 열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휴일 여유를 누리며 눈이라는 장난감을 맘껏 즐기고 계신다.채 온전치 않은 졸음을 애써 떨치고 대충 끼니를 챙긴 후 커피와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와 정처 없이 걷다가 어느새 반석산으로 돌려진 발걸음을 굳이 돌릴 필요가 있겠는가 싶어 발길이 닿는대로 맡겼다. 이런이런... 정원 초과 하셨구먼.노작마을 노인공원 초입에 도착하자 정원 초과한 썰매가 전복해 버린다.사고와 동시에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에 시선이 갈 수 밖에... 둘레길에 들어서 고스란히 쌓여 있는 눈길에 빛 바랜 낙엽 하나가 꽂혀 있다. 양지 바른 곳은 벌써 눈이..

일상_20170121

제주로 떠난 가족들과 달리 내가 사는 고장을 지키던 주말, 점심을 해치우자 하염 없이 퍼붓던 함박눈도 잠시 소강 상태를 보여 라마다호텔 커피빈으로 커피 한 사발 때리러 왔다.일요일과는 다른 주말의 여유를 벗삼아 창가에 자리 잡고 커피에 심취해 있는 사이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걷히는 구름을 비춘다. 분명 하늘엔 두텁던 구름이 걷히면서 석양이 비추려 하는데 호랭이 장가 가려는지 얕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눈꽃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부드럽게 엉켜 있는 눈뭉치가 반증해 준다.역시 과일이든 야채든 신선할 때가 최고 아니겠어? 커피빈 테라스에 측백나무? 너머 노작박물관이 보인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눈꽃의 고결한 기품이 아름답다. 테라스에서 사진 찍다가 추워서 냉큼 들어 왔는데 그 잠깐 사이 많..

일상_20170108

주말 휴일에 맛들인 혼책? 혼자 산책!이런 낙이라도 있어야지 하던게 벌써 일 년 넘게 꾸준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늘 가던 패턴 그대로~ 늘 한숨 돌리던 장소 그대로~ 늘 쳐다 보던 하늘 그대로~ 아주 작은 변화를 준답시고 습지공원으로 방향도 살짝 틀어 보고~ 다시 반석산으로 올라 습지공원 반대편 늘 내려 오던 복합문화센터는 그대로~ 겨울 옷을 두툼하게 입은 나무라...12월 겨울은 따스했으나 긴장을 풀려는 1월이면 매서운 추위가 찾아 온다.허나 작년의 기록적인 한파는 제 풀이 많이 꺾여 전형적인 겨울일 뿐.

2016년 마지막 날_20161231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고는 하지만 늘 같다.2015년 한 해 동안은 뻔질나게 전국토를 안방 드나들 듯이 쫓아 다녔고 그짓말처럼 2016년 접어 들어선 핵조신모드로 평일은 일, 주말 휴일은 동네의 공식에 충실했던 만큼 내가 누릴 수 있는 주변 활용은 극대화 했었다.다가 오는 2017년은 어떻게 바뀔지 나로썬 알 수 없지만 변하지 않는 건 늘 내일에 대한 설렘이렸다.2016년 마지막 날도 늦은 밤을 골라 반석산에 습관적으로 운을 뗐다. 날이 그래서 인가? 평소 주말 휴일보다 더 조용하다.원래 밤이 되면 조용한데 이견이 없지만 이 날 만큼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해서 음악을 틀어 놓은 스피커를 목 졸라 가며 볼륨을 올려도 지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걷는 라이브 콘서트 장을 방불케 했다. 둘레길과 오산천 산책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