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54

일상_20161217

주말 늦은 밤에도 간단히 짐을 차려 가출한 건 빠듯한 시간에 운동이란 걸 하기 쉽지 않아 편한 주말 밤을 이용하게 된다. 더불어 야외에서 음악도 즐기고~ 반석산 둘레길은 야자매트로 정갈하게 닦여 있건만 가을을 지나면서 떨어진 낙엽에 초토화 되었다.밟을 때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겨울이 지날 수록 낙엽이 먼지로 변하면서 사그라드는데 경쾌한 발걸음을 도와주는 지라 은근 기분이 좋아부러. 오산천 전망 데크에서 바라본 동탄2신도시는 이제 암흑의 옷을 벗고 활기차고 화려한 문명의 옷으로 갈아 입었다. 둘레길을 따라 쭈욱 걷다 보면 암흑 속에서 두터운 낙엽이 쓸리는 소리가 급작스레 들리며 무언가 빠르게 움직인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소리를 내는 주인공은 꿩과 고양이, 고라니 되시겠다.내가 흠칫 놀랄 정..

남산에 봄이 가져다 준 소식_20160406

얼릉 점심을 해치우고 남산으로 향하는 길엔 연일 미세 먼지가 심각한 날이었다.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넋 놓고 있기엔 넘무나 아까운 계절, 봄이지 않은가!미리 가져온 카메라를 챙긴채 편한 워킹화를 신고 막무가내로 눈 앞에 보이는 남산으로 향했다. 바로 코 앞에 벌떡! 서 있는 남산 타워가 이렇게 뿌옇게 보이고 하늘은 흐린, 미세 먼지 천국임에도 흐드러지게 펼쳐져 있는 벚꽃을 비롯한 봄 소식 전령사들이 남산을 이쁜 옷으로 단장시켜 놓았는데 아니 가는 것도 아까운 일이다.일 년 중에 찰나의 순간인데 지금 아니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되지 않겠는가 싶어 미세 먼지가 발광을 하던가 말던가, 그까이꺼 삼겹살 파티하면서 먼지 쪽 빼내면 되겠지 싶어 무작정 향했던 날, 2년 만의 남산 산책(남산 벚꽃 터널)인데 지나고..

일상_20160402

4월이 들어서 날은 많이 따스해 졌는데 대기는 미세 먼지로 홍역 앓이에 심각하다.이게 월매나 심각하냐믄 가까이 있는 남산타워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에 공기 중에 텁텁한 스멜이 후각 세포가 지칠 틈도 주지 않는다.날 좋은 봄에 먼지로 황폐해진 대기라...겨울 동안 응어리진 기운을 봄 기운 처방으로 많이 이완시켜야 될 판에 이런 우중충한 늬우스들은 뛰어 오르려는 스프링을 어거지로 억누르는 형세다.그 와중에 주말이 왔는데 그렇다고 방구석에 틀어 박혀 마냥 헤엄칠 내가 아닌 만큼 쿨하게 헤쳐 나가자는 다짐을 하고 몸풀기에 들어 갔다. 영양에서 가져온 소나무 씨앗이 봄 기운을 받아 흙을 뚫고 세상을 향해 팔을 뻗기 시작했다.앞 전에 나온 새싹(겨울과 봄의 경계에서_20160301) 두 녀석은 끝내 씨앗의 딱딱한 껍..

겨울도, 눈도 끝물_20160228

그래도 여전히 겨울이다.기습적으로 찾아 오는 매서운 추위와 퍼붓는 눈은 영락 없이 '아직 겨울이거덩!' 항변하듯 풀어 놓은 긴장의 허술한 빈틈 사이로 매섭게 파고 든다.퍼붓는 눈이야 그래도 이내 녹아 버리니까 이쁘게 봐줄만 한데 추위는 말 그대로 복병한테 허를 찔리는 기분이 든다.사실 그리 추운 날은 아니었음에도 이미 추위에 대한 긴장의 끈을 한풀 늦춰 놓은 탓에 스쳐지나는 추위도 매섭게 느껴지두마 결국 큼지막한 눈송이를 펑펑 떨구어내는 눈 내리는 휴일, 추위를 이겨볼 심산으로 카메라와 음악을 들려줄 스피커를 챙겨 눈구경 산책을 떠났다. 눈 송이 자체도 들쑥날쑥인데 큰 건 목화솜 통채로 뿌리는 정도?다행히 날이 포근한 편이라 내리는 눈으로 생긴 눈꽃들이 먹는 빙수-여전히 먹는 이야기에 몰입-처럼 사각거리..

늦겨울에 눈발을 맞으며 둘레길을 거닐다_20160214

오래 지나버린 기억을 뒤틀고 짜맞춰야 되는데 난감하다. 그냥 두자니 그 때의 감흥을 남겨 두고 싶고 제끼자니 찝찝하고 거시기한 이 기분.분명히 기억 나는 건 나름 휴일 기분을 내자고 산책을 망설이던 때,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얕게 나마 눈발이 흩날렸다.아직은 내 가슴에 순수한 동심(?)이 남아 있어 날리는 눈발을 보곤 후다닥 준비해서 고고씽~당시 유별나게 반석산 둘레길 탐방이 잦았던 만큼 이 날도 반석산 둘레길로 올라가 매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곳곳을 아이폰 사진으로 기록해 놓았구먼.기습적인 눈과 함께 바람과 추위가 함께 온 휴일이라 대낮 둘레길의 인적은 거의 없어 음악을 곁들여 마음껏 활보하면서도 편하게 내가 사는 고장을 감상할 수 있었고 그 여유가 사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반석산자락 노인공원에 도착..

병신년 설날 연휴의 넷째 날_20160209

게으름의 끝은 어딜까?따박따박 잘 기록하던 블로그도 게으름이란 복병이 등장하면 약속한 것처럼 귀차니즘에 압도당해 팽개쳐 버리기 일쑤라 기약도 없는 시간 동안 쳐다 보지도 않을 정도니 말이다.2월 설날 연휴 이후로 사진 기록도 소홀하다 보니 블로그는 더더욱 말이 아니다.바쁘다는 핑계는 말 그대로 핑계일 뿐, 열심히 할 땐 바쁜 와중에 틈틈히 기록하는 깨알 같은 재미를 누렸건만 지금은 아이뽕조차 활용하지 않아 카메라는 더 말할 것조차 없어 부러.각설하고 원래의 열정을 다시금 끌어내 열심히 꾸미자는 것도 지금은 아닌 거 같고 다만 할려고 했던 건 미루지 말고 틈틈히 해보자구. 5일의 기나긴 연휴가 벌써 이렇게 흐를거라곤 알면서도 애써 부정해 왔었는데 덜컥 그 날이 왔다 ㅠㅠ연휴 시작할 즈음의 그 날아갈 듯한 ..

병신년 설날 연휴의 둘째 날_20160207

이른 제사 준비와 제수용품 감량(?)으로 올해는 여느해 보다 상당히 프리하다.내일이 설날이라 전날은 오전에 미리 쟁여 놓을 수 없는 생물들-나물과 떡 같은-을 마련한다는 핑계로 자전거를 이용해 배낭을 채우곤 잠시 허용되는 틈에 동네 여행에 여념 없으련만 이번 설날은 어제 미리 준비가 완료되어 부담 없이 싸돌아 다닐 수 있었다.특별하거나 뜻 깊은 여행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물 건너 갔으니까 꿩 대신 알이랍시고 큰 걸 기대하기 보단 소소하게 동네 여행으로 만족해야 겠지만서리 이왕이면 좀 이채롭게 욕구를 채우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낮엔 자전거, 밤엔 반석산 둘레길을 결정, 벌처럼 신속하고 절도 있게 준비해서 가출 단행했다. 앞만 보고 무조건 고고씽 하던 사이 벌써 오산천변 자전거길의 최북단인 기흥동탄IC로 ..

병신년(?) 설날 연휴의 첫 날_20160206

여느 날과 달리 마지막에 필요한 제수용품 몇 가지를 후다닥 구입하고 그냥 퍼질러 쉴까 하다가 늦은 밤에 저녁을 쳐묵하고 반석산 둘레길로 밤 산행을 갔다. 산이라고 해봐야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매끈하면서도 제법 고도를 지그자그로 한 덕에 둘레길 산책이 쉽게 싫증나지 않는 매력이 있더구먼.일순간 적막해진 도시를 한발짝 뒤로 물러서듯 인적이 없는 반석산 둘레길로 돌격! 명절이면 어김없이 동탄은 급 조용해져 도로조차 지나는 차가 거의 없을 만큼 한적하다.반석산으로 걸어가는 길에 썰렁한 도로가 이제는 눈에 익었는지 여유롭게 한 장 찍어봤다. 노작마을에서 둘레길에 진입하여 시계반대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조악하지만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진행한다.빌라와 카페가 밀집한 노작마을이 둘레길 우측에 빼곡히 펼쳐져 있다. 둘레..

한밤의 반석산 둘레길 산책_20160130

새해 첫날, 개통 이래 처음 가 본 반석산 둘레길은 작은 산치고 제법 알차게 구성해 놓았구나 싶었다. 반석산 언저리에 숲을 관통하는 산책길이 3.7Km라지만 편평한 길이 아니라 고도차가 변칙적이라 실제 이 길을 걸었을데 두 배 이상의 운동 효과가 난다.덕분에 낮 동안 자전거를 열심히 탔던 피로감이 남아 여차 하면 다리에 경련이 일어날 태세라 신호가 오면 다리에 힘을 풀고 쉬엄쉬엄 걷는 사이 시간은 제법 흘러 버렸다.아침에 새해가 오기 전의 대업이었던 눈밑에 쥐똥만한 점 제거 시술을 하고 마치 한방 주먹 찜질을 한 양 벌~겋게 달아오른 면상이 자칫 타인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응께로 색상이 살짝 가미된 변색렌즈를 꼈지. 노작공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데스크에 올라 아이뽕으로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를 향해...

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여전히 산골에 남아 서성이는 만추의 풍경이 그리운 가을과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운 발로일까? 바다와 산을 아우를 수 있는 통고산으로 가는 길은 늦은 밤,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행군과도 같았다.영주를 거쳐 봉화를 지나는 36번 국도는 가뜩이나 인가가 드문데 밤이 되면 나 혼자 암흑을 방황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자정이 넘어 잠시 쉬어간답시고 춘양을 들렀더니 온전히 잠든 마을이었는데 외롭게 불을 밝히는 등대처럼 편의점 하나만이 움직이는 불빛의 흔적을 발산 중이라 극단의 반가움이 울컥 치솟았다.춘양하면 일교차가 원캉 커서 해가 진 한밤과 새벽에 거짓말처럼 추운데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 여주인은 겨울 무장을 하고 쓸쓸히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따스한 두유 두 병을 사서 하나는 완샷! 하나는 품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