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170324

사려울 2017. 7. 7. 22:41

금요일 점심을 해치우고 솔빛마을 근린상가 부근을 지나던 중 봄의 전령사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직전에 더욱 힘을 내고자 온몸으로 햇살을 흡수하는 중이다.

겨울색이 그대로 있는 대지에 노랑이 퍼져나가는 모습은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일 수 밖에 없다.

곁들여 민들레까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여러 꽃들이 피고 지기를 한참 기다렸다 꽃을 떨구는 그 생명력은 흔히 간과하고 있는 또다른 봄이 아닐까?




화사한 산수유는 웅크린 대지만 환기시키는 게 아니라 사람들도 일깨워 준다.

이런 봄소식에 인상 찡그릴 사람은 없으니까.




봄은 사람들의 키와 비슷하거나 높은 곳에서만 피는게 아니다.

땅에 넙죽 달라 붙어 소리 소문 없이 땅위에 봄을 퍼트리는 민들레는 흔하디 흔한 들판의 야생화지만 한순간 피고 져버리는 게 아니라 초봄에서 부터 봄의 정점에 다다를 때까지 꿋꿋히 버티며 인내하고 시선의 외면에도 굴하지 않는다.

양지 바른 곳 뿐만 아니라 음지가 대부분인 담장 아래나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도 민들레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인데 단순히 잡초라고 치부해 버리면 섭하니까 앞으로 이쁘게 봐주기로 했다.




겨우내 질기고 두터운 눈의 옷을 뚫고 터지기 시작한 매화 또한 봄소식의 전령사로서 국가대표 감이다.

그리 크지 않은 눈 높이 정도의 키에 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면 벚꽃처럼 대기가 화사해지는 플라시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 언뜻 보기엔 비슷하지만 수술이 풍성하고 길다.

게다가 초봄에 다른 꽃들에 비해 일찍 피는 만큼 그 감회도 남다를 수 밖에 없잖나.

동탄복합문화센터 야외공연장에 이런 매화가 제법 많다는 걸 알게 된 것도 황막한 잔디밭에 일찍 터트린 꽃봉오리가 유별나게 눈에 띄이기 때문이겠다.



악동 까치는 사계절 활기차서 좋다.

어릴 적 집 마당에 엄청시리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거기엔 늘 까치들이 마을회관 마냥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특유의 짖는 소리는 끊이지 않아 워낙 친숙해져 버렸다.

이 녀석들이 악동인 이유는 친숙한 이미지가 더해져 한 번씩 마당에서 다른 텃새나 고양이를 괴롭히는 일이 있었고 당하는 것들은 힘이 없어서라기 보단 투정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래서 친숙한 의미의 개구쟁이 같은 악동은 그 때부터 까치를 보던 내 머릿속에 까치의 주홍글씨로 새겨져 버렸다.

내가 찍는 사진이나 산책 중 시선을 자주 던지는 것도 까치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 때문이다.




동탄복합문화센터 야외공연장 객석 뒤로 이렇게 반석산에 기댄 너른 공간이 있다.

거긴 마치 테마파크나 야외 예술 공원 같은 삘이 나 가장 자주 찾는 장소 중 하나다.




반석산은 주위를 훑어 봐도 여전히 완연한 겨울인데 봄이 왔다고 해서 마법을 부리듯 일순간 세상을 바꾸지 않고 서서히 겨울과 작별함과 동시에 봄을 맞이할 여유를 준다.

이 길도 몇 개월 후 여름의 신록에 빼곡해 질 터, 그 때가 되면 흐르는 땀과 먹고 살겠다고 죽으라 덤비는 모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 줘야 된다.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올라 가쁜 숨을 진정 시키자.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서 가쁜 숨을 다스리고 다시 오산천 방면으로 출발, 내려가는 길이 지그재그로 구불한게 한눈에 보인다.

그 너머 앙상한 나무 사이에 어렴풋이 보이는 오산천.




보이지 않는 곳에 자라는 봄이 동탄 유일 폭포에 싹을 틔워 시나브로 자라는 중이다.

그 뒷편으로는 이제 겨울 얼음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고 원래처럼 흥건히 고인 물과 흐르는 물이 공존한다.




반석산에서 오산천을 건너면 동탄2신도시와 함께 조성 중인 넓직한 해무리공원의 태동이 보인다.




오리 궁뎅이~

오리 가족이 오산천에서 식사 준비를 위해 열심히 무언가를 낚고 계시는데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궁뎅이를 드러낸다.



훑어 보면 겨울이던 이 세상은 사실 이렇게 봄을 준비하고 있다.

무관심에 아랑곳 않고 봄은 묵묵히 해야 될 일에 대해 약속한 것처럼 소홀함 없이 새로운 세상을 준비한다.

나는 그런 봄에 대해 그저 반가움을 갖고 관심만 보이면 될 뿐 누가 도와 주거나 손 댈 수 없는 세상의 이치이자 자연의 본능이다.



단란한 오리 커플.



오산천 산책로를 걷던 중 청명한 새소리가 들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바로 옆에 새 한 마리가 봄의 청량감을 노래하듯 짖으며 두리번 거린다.

사진을 찍어도 잠시 그 자리에 서성이다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는 한 마리 새의 옷도 마치 세련된 봄 옷을 입은 것만 같다.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동탄 남쪽으로 유유자적 걸어간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건 지천에서 태동하기 시작하는 봄 구경에 빠져 있는데다 묘한 여유가 응원해 줬기 때문에 가능한 유유자적이 아니었겠나.




때에 따라 아이폰으로 사진을 담을 때가 있다.

그러다 솟구치는 봄은 카메라로 담아 둔다.



동탄 남쪽으로 걷던 중 까치 한 마리가 나에게 뭐라 주절댄다.

워낙 얼굴이 까메서 눈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데 그 모습이 익살스럽게 보인다.






결국 동탄 남쪽 끝에 위치한 사랑밭 재활원과 사랑의 교회까지 걸어 오게 되었고 그 사이 잊고 있었던 피로도가 일시에 몰려 왔다.

하긴 제법 많이 걸으면서 봄에 도치되어 힘든 걸 잊어 버렸으니까 잠시 긴장을 내려 놓음과 동시에 방뚝이 터지듯 일시에 피로가 쏟아질 수 밖에.

평소에도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저류지 공원이라 이날 또한 내가 있는 동안에도 조용했고 그걸 특권인 양 음악을 크게 틀고 식어 버린 커피를 마저 비우며 해질 녘의 봄바람 향기로 지친 몸을 달랬다.

휴일도 휴일이지만 한 해 중 요맘 때만 누릴 수 있는 매력은 흐르는 시간을 아쉬운 잔상만 남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이미 해는 지고 귀차니즘에 잔뜩 주눅든 상태라 백팩에 카메라 끄집어 낼 생각 없이 쉽게 손을 뻗으면 늘 잡히는 아이폰으로 하루의 마지막 아쉬움을 남긴다.

잘 식별할 수 없지만 길 끝에서 이 길의 끝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이 멋진 통쾌함을 넘기기엔 씁쓸할 것만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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