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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고개마루의 야생화 천국, 만항재_20210910

사람도, 차도 힘겨운 오르막이 완만해질 무렵 길가 무심히 손짓하는 생명의 분주함에 잠시 한숨 고른다. 아직은 여름이라 단언해도 좋을 녹음 짙은 풍경이지만 백두대간을 유영하는 바람은 가을을 노래한다. 가까이 다가서도 제 할 일에 열심인 나비와 호박벌에게서 문득 정겨운 날개짓에 부서지는 햇살의 콧노래가 속삭인다. 만항재(晩項-, Manhangjae)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와 태백시 혈동 사이에 있는 백두대간의 고개다. 높이는 해발 1,330m, 도로 경사는 10%이다. 대한민국에서 차량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이기도 하다. [출처] 위키백과 만항재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ko.wikipedia.org 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

지형의 아름다움이 용해된 용마루공원_20210614

둥지에 웅크린 자연이 수줍은 듯 날개를 서서히 펼치며 작은 잠에서 깨어난다. 이리저리 굽이치는 아스팔트는 산허리를 타고 돌아 인적 드문 지도의 공백지대로 걸음을 옮겨 주고, 한낯 기대의 봇짐만 무겁게 이고진 나그네는 무거운 어깨를 털어 신록이 흐르는 여울의 풋풋한 생명의 위로를 보답 받는다. 위성지도에 찍은 호기심만 믿고 지엽적인 이정표를 따라 몇 번 헤맨 끝에 도착한 호수공원은 매끈하게 단장한 공원이 무색할 만큼 인적이 증발해 버려 몇 안 되는 가족의 여유로운 산책에 있어 든든한 동반자 같았다. 비록 갈 길이 한참 먼 곳임에도 잠깐의 여유가 어찌 그리 달콤하던지. 한국관광공사 발췌 영주호 용마루 공원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에 자리 잡고 있다. 공원은 용마루 공원 1과 용마루 공원 2로 구분된다. 용마루 ..

봄과 무봉산 아래 만의사_20210511

봄비치곤 꽤 많은 비가 내리는데 이렇게 오래, 많이 내릴 줄 몰랐지만 하여튼 며칠 일찍 사찰에 들르길 잘했다. 사찰은 봄이 되면 무척 화려해져 마치 석가탄신일을 맞아 지상에서 마련할 수 있는 온갖 색채를 정성껏 구비하여 이쁘게 단장한 채 기념일을 치르기 위함 같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화려한 불빛에 도배된 교회의 모습과 분명 차별점은 있지만 눈이 즐거운 건 매한가지다. 매해 지날수록 뭔가 바뀌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사찰에 목탁 소리와 함께 굴착기 소리는 언제나 끊이질 않는다. 오색연등에서 이제는 무늬만큼 가짓수가 늘어났다. 소위 돈바람이 분다. 옛날 옛적에 선남선녀들이 기나긴 머리를 빨았을 때 개기름 흐르는 효과를 위해 사용한 창포~

황매산의 분홍 나래_20210428

하루 주어진 시간이 졸음에 힘겨워할 무렵 한참을 달려 황매산에 도착했다. 이미 차량 행렬은 수문을 빠져나가는 물길처럼 줄지어 하산하는 길이지만 다행히 낮은 머물러 떠날 채비는 늑장이었다. 가는 길에 특히나 시간이 걸렸던 건 헤아릴 수 없는 곡선의 휘어진 도로와 그 도로 양편 가로수 터널의 멋진 자태 덕분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없었던 데다 가는 중간중간 차를 세워 굳이 하차 하지 않더라도 나무터널을 사진과 가슴에 담고 싶었던 욕심이 과했기 때문이다. 이제 갓 피어난 신록으로 이런 무성한 점을 찍어 터널을 만들 정도면 녹음이 우거졌을 때는 어떻게 멋짐을 감당할까? 해는 이미 서산마루를 넘어 집으로 돌아가며 땅거미만 희뿌옇게 남겨 두고, 볼그레 얼굴 붉힌 무리들은 사라진 햇살이 그리워 지나는 바람의 옷깃을 부..

봄마루 정상에서, 오도산_20210428

봄이 늦게 찾아오는 1천 미터 고지에도 결국 봄이 오기는 온다. 높은 고지에 봄이 늦은 건 늑장을 부려서가 아니라 등정하며 깊은 잠에 빠진 생명을 일일이 흔들어 깨우기 때문이고, 겨울의 황막한 횡포에 일침을 가하기 위함이다. 오도산 정상에서 언제나처럼 천리안의 능력을 빙의받아 사방을 훑어본다. 육신은 자리에 머무르지만 상상의 날개는 이미 바쁜 날갯짓을 하며 너른 세상을 유영한다. 여지껏 가장 대기가 뿌연 날이다. (오도산 정상에서 천리안의 시선으로_20191126, 우뚝선 한순간, 오도산_20200615) 호수 너머 황매산 조차 어렴풋하다. 전날 머물렀던 휴양림 숙소가 바로 발치 아래 있다. 비록 대기는 뿌옇지만 산 틈틈이 피어나는 신록의 싱그러운 망울은 미세 먼지의 횡포에도 굴하지 않는다. 염주괴불주머..

나른한 4월 눈_20210405

4월 눈이 내리던 나른한 오후에 봄이 지나던 길목에서 꽃잎의 콧노래를 따라 걷는다. 계절은 등을 보이지 않고 시나브로 이 길을 따라 떠나지만 이미 지난 발자국이 구구절절 아쉬울 때, 그때마다 모든 계절이 머물던 자리에서 피어나는 싹에게서 품은 감사의 씨앗을 추스른다. 얼마나 머나먼 길이기에 떠난 자리의 여운은 이다지도 클까? 퇴근길에 벚나무가 줄기차게 늘어선 길은 때마침 부는 한차례 바람이 햇살과 버무린 눈송이를 휘감는다. 봄의 전령사가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사진들을 연속으로 넘기면 우수수 떨어지는 눈발이 살아서 번뜩인다. 그래도 아직은 눈구름이 두텁다. 봄의 쾌청한 기운에 맞춰 가슴 이끄는 걸음 또한 경쾌하다. 신록이 눈발을 밀어내는데 그 또한 봄의 하나다. 녀석은 하루..

따스한 봄비 내리던 예천_20210327

봄나물 중 하나인 머위를 뜯으러 왔으나 아침부터 기세 좋게 내리는 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접고 돌아오게 되었다. 산중 비를 피할 생각 없이 고스란히 몸을 두드리는 빗방울은 마치 함께 음악을 연주하듯 재즈선율로 피어나 봄이 움트는 골짜기에 진동하며 강인한 잡초처럼 새 생명의 씨앗을 곁 뿌린다. 때마침 지나는 낮은 구름도, 텅 빈 도로를 질주하는 시골 버스도 평온의 품 안에서 흥겨워하는 작은 정취의 조각으로 모여 거대한 평화의 속삭임에 빗방울은 신명 난다.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민들레는 겨울에도 종종 볼 수 있을 만큼 봄꽃이라 한정 짓기에 지나치게 과소평가되어 왔다. 오는 길에 괴산에서 비상식량을 미리 마련, 교촌과 콜라보로 나온 크로켓이라 간장 치킨이 속에 들어있고, 겉은 쌀로 바싹바싹하다. 머..

냥이_20210327

집사 냥반, 요즘 왜캐 늦게 기어들어와? 도통 추워서 말이지. 여기서 나를 품어 주던가, 아님 날 안고 쇼파에 앉게나. 낮에 집사 얼굴 오랜만에 보네, 그려. 가까이 와서 등 좀 두들겨 보게나. 말귀를 참 못 알아듣네. 등 두들기고 품어 달랬지, 이런 걸 덮으랬나? 노답일세. 봄을 한아름 따다 입에 넣자 새벽의 시원하면서 향긋한 내음이 은은하게 퍼진다. 물론 사유지에서 딴 진달래라 위태로운 비탈길이라도 맘 편하게 땄지만 벌레가 눈에 종종 띄인다. 꽃 씻은 물에 까만 벼룩 같은 게 동동 떠서 통통 튀어 다닌다. 먹기 전에 신중하게 봐야 되겠다. 냥이가 냉큼 다가와 호기심을 나타내다 자기 취향이 아닌지 나중엔 시큰둥해지고 대화하는 입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꽃에서 까만 벌레들이 나와 흐르는 물에 씻어 널어놓자..

안타까운 절경, 서강 선돌_20210304

함께 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숙명에 구슬픈 서강 줄기는 말없이 흐른다. 어느덧 선돌 머리에 봄을 예고하는 전령사들만 분주할 뿐 여전히 그를 둘러싼 세상은 바람 소리만 사치로 들린다. 산수유 망울이 여차 하면 터질 기세다. 여차 하면 봄이 뿌리 내린다는 것. 양지바른 곳이라 주변을 세심히 둘러보면 봄소식을 품은 흔적들이 보인다. 영화 '가을로'에서 바로 이 구도로 나왔다. 바닥에 넙쭉 달라붙어 매일 조금씩 봄이 전해주는 기운을 영양 삼아 땅을 박차고 나온다. 만나려 해도 만날 수 없는 두 수직 바위는 갈망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숙명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그 슬픔을 절경이라 부르고 감탄이라 되씹는다. 흥행하지 않았지만 소설로, 영화로 가을 매력을 흠뻑 발산한 교과서 같은 '가을로'에 살짝 언급되..

이른 봄의 전주곡, 태안_20210220

서해의 바람이 지치지 않는 태안에서 진지하고, 유희 넘치는 대화를 나누던 날, 들판에서 소생하는 봄소식에 한껏 부풀어 오른 가슴을 되짚어 바람에게 묻노나니... 불현듯 찾아온 손님의 반가움이 바로 이런 기분일까 싶어 또한 같은 마음이려나. 빼곡한 장독대에서 부서지는 햇살이 아직은 찬 바닷바람에 냉점을 마비시킨다. 마당 한켠에 장독이 쨍한 햇살을 받아 반사 시킨다. 봄을 예고하는 양지 바른 곳이라 파리가 날아다니는 건가~ 노숙자 스타일. 소리소문 없이 봄을 전해주는, 땅에 나지막이 달라붙어 작은 꽃을 피워 몰래 봄을 데리고 왔다 갈 때도 몰래 데리고 간다. 하루 일과가 무척 짧게 느껴져 어느새 기웃거리던 해가 멀리 도망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