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00423

사려울 2021. 11. 23. 01:34

여전히 서늘한 봄이지만 그래도 반가운 이유는 맑은 대기로 인해 봄의 매력을 여과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불청객과도 같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언제 다시 습격할지 모르지만, 그런 이유로 인행에서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고 정설처럼 흘러 왔는지 모르겠다.

흐르는 시간이 안타깝다고 여기는 것보단 한껏 팔 벌려 누리기로 한 마당에, 그래서 치열한 시간들 사이에 이런 달콤한 용기를 주는 게 아닐까?

냥이 마을도 찾을 겸 온전하게 맑은 봄도 만날 겸해서 집을 나서 우선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소홀한 반석산 북녘을 관찰하기로 했다.

곧장 반석산 정상을 지나 낙엽무늬전망데크에 다다르자 역시나 성석산을 비롯하여 서울 진입 전 장벽처럼 서 있는 청계산 방면까지 또렷하게 보였고, 급하게 올라와 턱밑까지 차오른 숨은 금세 감탄사를 뱉어 내는 사이 함께 대기로 흩어져 버렸다.

활동하기 가장 알맞은 봄은 역으로 대기가 늘 혼탁하며 매캐한 대기 내음에 온전한 봄을 누렸던 게 몇 년 만일까?

코로나19가 찾아와 바깥 외출을 해보면 거리에서 조차 인적 찾는 건 예전만 못했다.

낙엽무늬전망데크에서 둘레길을 따라 복합문화센터 야외음악당으로 내려오자 온 세상이 텅 빈 것 마냥 화창한 봄날과 어울리지 않게 텅 비어 있었다.

코로나19가 없었던 예년이라면 가족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라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인데 팬데믹의 생소함과 공포가 사람들의 외출을 막아 버렸고, 나 또한 대중교통을 제외한 공공장소에 나서기 전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지 습관적으로 둘러보게 되었다.

어차피 여유도 있고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재미 삼아 셔터를 좀 눌러보자는 심산이 있어 모처럼 쉰들러 효과를 적용해 봤다.

우선 벌~건색을 켜자 색상이 균일하게 나오지 않아 별로 이쁘지 않다.

이번엔 병아리색.

앞서 찍은 벌~건색보다 괜찮게 나온다.

다시 원래대로 원색.

이번엔 녹색을 적용했는데 신록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이라 녹색은 무척 이쁘게 표현된다.

대기가 맑은 봄날 퍼랭이도 무척 느낌이 좋아 원색과 비교해도 이질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주위에 퍼랭이가 의외로 많다는 걸 이 사진으로 알 수 있다.

하늘과 건물 유리뿐 만 아니라 채도가 높은 음지나 건물들도 밑바탕에 퍼랭이가 숨어 있었다.

오렌지는 전혀 없어 건너뛰고 퍼플도 건너뛰려던 찰나 인척에 만개를 시작한 영산홍이 보여 자리를 옮겨 찍었는데 오로지 표현하고자 했던 컬러만 보면 이게 가장 이쁘고, 생각보다 균일하게 표현되기도 했다.

복합문화센터 뒤뜰에 엊그제 매화가 피는가 싶더니 벌써 매실이 영글듯 지상에 내린 봄도 부쩍 무르익었다.

하루하루 다른 날씨와 기온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로 잰 듯 계절에 맞춰 순환하는 생명을 보면 경이롭지만 어찌 보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정해진 수순을 밟는 자연의 변화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정직하게 역동하는지라 평소 인지하지 않고 어련히 알아서 변하리라 온전히 믿으며 잊어버리는 탓에 가끔 주변을 돌아보면 급작스럽게 변한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매실나무를 비롯하여 산수유나무 몇 그루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복합문화센터 뒤뜰에 잠시 쉬며 허리 숙여 땅에 넙쭉 엎드려 자라는 생명들 또한 야외에서 나지막이 음악을 감상하듯 둘러보자 그제서야 경이로운 자연의 울림처럼 새록새록 익어 황막했던 맨땅을 붓으로 물감을 찍은 것처럼 옹골차게 들어서 눈부신 계절, 봄의 울림이 은은히 코끝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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