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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가득한 길을 거닐며_20200402

봄이 되어서야 보이는 것들, 꽃과 새로 피어나는 녹색과 더불어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흔하게 부는 바람과 쏟아지는 햇살에서 조차 실려 오는 싱그러움이다. 퇴근길에 미리 챙겨둔 카메라로 사람들이 흔히 외면하는 가로수를 한 올 한 올 시선으로 챙기던 사이 부쩍 길어진 낮을 무색하게 만드는 아쉬운 밤이 젖어들었다. 지금까지 감동에 너무 무심했던지 길가에 늘 오고 가는 계절에도 홀로 감동을 오롯이 챙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시간이란 녀석이 늘 무심하다 지만 만약 시간이 옭아매는 조바심이 없었다면 감동의 역치도 없었을 것을. 평소 발길이 뜸한 국제고등학교 인근 거리에 어느새 벚꽃이 만개하여 화사해졌다. 국제고등학교를 지나 사랑의 교회 옆 인도로 걷던 중 만난 들꽃의 빛결. 사랑의 교회 앞 정원에도 봄이 완연하..

예천에서 봄을 채취하다_20200328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여전히 날씨는 흐렸다.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예천으로 출발하기 전, 여울에 잠시 손을 담궈 작별 인사 치례를 했는데 수풀이 무성한 여울이 겨울을 지나 아직은 여울을 감싸는 나뭇가지가 앙상해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허전해 보였다. 그래도 계절과 건기, 우기 구분 없이 수량은 풍부해서 밤새 물 흐르는 소리가 선명했고, 서브리미널 효과 인지 숙면을 취했다. 의외로 맑은 물에 비해 물이끼는 눈에 띄지만 봄을 지나 여름이 오면 수풀이 우거지며 다슬기가 말끔히 청소하겠지? 예천으로 넘어가야 되는데 풍기를 지나 꼬불꼬불 산고개를 넘어가는 길은 시간이 걸려 이왕 갈 거면 일찌감치 출발해야겠다. 예천으로 넘어와 머위와 진달래를 따다 봄 향기에 취한다. 예천 사유지는 머위 군락지..

봄이 내려앉은 흔적_20200326

싱그러운 봄의 조화로움으로 모든 생명이 무사히 지나간 고난에 대한 안도와 함께 움츠린 기지개를 켠다. 비록 황량한 들판이 자욱할지라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동감은 그래서 더 돋보이고 반갑다. 내가 사는 고장도, 머나먼 지역도 봄은 늘 같은 행보를 걷지만 천차만별의 각양각색을 일깨운다. 늘상 부는 바람도 각별하게 만드는 봄, 모든 계절이 사이좋게 오고 가는 대한민국은 이래서 숭고하고 아름답다. 작은 병아리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것 같은 개나리는 흔하지만 가던 길을 멈추고 허리를 숙이면 보이지 않던 애정이 넘친다. 산수유꽃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열매가 약이 되는 건가? 복합문화센터의 정취에서 봄의 싱그러움과 나른함이 느껴진다. 착한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으로 어느 누군가의 선행이 끊이질 않고, 이 가련..

냥이_20200324

베란다 한 켠에서 활짝 핀 봄. 냥이 병원 가는 날이라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고, 다행히 전혀 문제는 없었다. 언제부턴가 귀와 눈 사이에 털 밀도가 낮아지며 피부가 비치는 것 같은 원형 탈모 비스므리한 낌새를 채고 병원을 데려갔는데 전혀! 이상 없단다. 가는 길에 심장사상충 예방 접종도 했는데 내가 가는 병원에 꽤 많은 수의사쌤 중 가장 앳되 보이는 쌤은 정말로 선하고 착해 보인다. 중성화 수술 당시 하루 입원 중에도 밤늦게 찾아가 따뜻한 두유 몇 개 드린 적 있는데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선한 말투와 인상은 천성 같아 댕이와 냥이한테 잘해 줄 것 같다. 베란다에 화초들이 방긋 꽃망울을 틔우는 완연한 봄이다. 올해는 얼마나 화사한 소식들을 전하려나? 병원 가기 전, 캣타워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중..

산수유 마을을 떠나며_20200320

조금 늦잠을 잔 뒤 부스스 일어나 못다 한 미련이 남았는지 베란다로 나와 밖을 내다봤다. 떠나는 길에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듯 봄볕이 쏟아지는 한가로운 마을 모습이 온통 눈을 녹여준다. 왠지 모를 산수유 공원의 정감이란... 봄의 미련이려나? 구례를 떠나던 금요일은 반곡마을을 향해 줄 지어 차량의 행렬이 이어졌고, 가던 길이 먼 나로선 자리를 내어 줄 차례였다. 아쉬운 대로 멋진 구례에서의 봄은 이렇게 마무리해야 스것다.

섬진강도 쉬어 가는 곳, 함허정_20200319

지인이 안내한 곳은 지극히 평화로운 시골 마을 정취에 섬진강을 직면한 함허정이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그리 알려지지 않은 명소를 원했고, 그 숨은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하여 정말이지 지나는 인적이 거의 없어 흔히 지나칠 법한 그런 흔하디 흔한 시골이다. 그럼에도 섬진강을 끼고 약간 지대가 높은 언덕이 배후에 있는 고전적인 정자였다. 함허정(涵虛亭)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60호. 543년(중종 38) 심광형(沈光亨)이 만년에 유림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 세웠는데, 그 후 증손 청안현감(淸安縣監) 민각(民覺)이 쇠락한 정자를 옛터의 아래로 옮겨 새로 건립하였고, 다시 5대손인 세익(世益, 호는 浩然亭)이 중수하였다. 세익이 두 아우와 우애가 매우 돈독한 것을 보고 마을사람들이 칭송하여 ‘호연정’이라 별칭을..

친근한 정취들, 곡성_20200319

지인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도착한 건 생각보다 이른 시각이라 곡성역 주변을 둘러보며 친근한 자취를 만났다. 편한 위치에 주차를 한 뒤 기차마을과 연결된 다리 주변을 둘러보고 이어 곡성역으로 이끌리듯 따라갔는데 분지처럼 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인 곡성의 전체적인 풍경과 달리 분지 내부는 탁 트인 평야로 그 한가운데 곡성역이 있어 어느 정도 높이를 맞춰 설계된 플랫폼을 배경으로 영화 촬영을 해도 손색이 없겠다. 기차마을로 이어진 철길 다리가 다분히 증기 기관차를 재현시켜 놓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양지바른 곳에 작지만 어여쁜 봄꽃이 무더기로 모여 따스한 봄볕을 쬐고 있다. 곡성천변 도로가에 군락지로 형성되어 이 작은 꽃은 눈에 띄지 않지만 꽤 많은 꽃들이 모여 있어 지나칠 수 없었다. 기..

언덕에 이은 노란 들판, 산수유 사랑공원과 산수유 문화관_20200319

문화관 앞 도로를 건너 주차장과 옆 산수유 들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산수유 군락지가 언덕이었다면 이번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평면적인 들판에 산수유 군락지가 있어 시각적으로는 노란 꽃이 빼곡하게 보였고, 그 노란 물결 너머 보이는 세상은 마치 파도에 떠 있는 섬 같았다. 산수유 들판 한가운데 우뚝 선 타워는 3층 정도 높이에 직접 오를 수 있어 노란 바다에 떠 있는 배의 갑판과 같았다. 이따금 사람들이 보였다 다시 노란 바닷속으로 사라졌지만 이 들판에서 꼭 한 번 오르게 되는 정규 코스 같은 곳이다. 내 기억에 산수유나무는 그리 크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는 키와 둘레가 지금껏 눈여겨보지 못했던 사이즈라 확실히 산수유마을의 유명세를 실감했다. 단지 나무를 빼곡히 심어 놓았다고 해서 산수유마을..

노란 향기가 파도치는 구례 산수유 사랑공원_20200319

듬성듬성 자란 노란 점들이 모여 세찬 바람을 타고 하나의 파도 마냥 출렁이던 산수유 마을의 정취가 함축된 사랑공원은 호텔에서 인척 거리에 작은 언덕을 꾸며 놓은 공원이다. 봄철이면 불청객처럼 불시에 찾아오는 미세 먼지도, 태풍을 방불케 하는 강한 바람도, 한창 분주한 평일 오전도 아닌 코로나19 여파로 예년 북적이던 마을은 그랬던 날이 있었나 싶을 만큼 무척 한산했다. 이른 아침에 숙소에서 바로 이곳을 찾은 뒤 곡성으로 넘어가기 전, 호텔 바로 앞 봄의 전령사 중 하나인 산수유꽃의 노란 손짓에 이끌려 잠시 찾은 세상은 그림에서나 볼 법한 무릉도원과도 같은 전경이었고, 바람결에 코끝을 스치는 봄 내음은 잠에 취한 듯 몽롱한 유혹이었다. 구례는 봄꽃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으로 산수유꽃, 매화, 벚꽃의 향연을..

일상_20200315

일 년 중 대기가 청명한 날이 그리 많지 않은 현재를 비교해 보면 맑은 봄의 대기가 그토록 소중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어김없이 계절의 화사함에 이끌려 주변을 둘러보지 않으면 언제 다시 맞이 할지 기약 없는 귀한 손님 같다. 더불어 겨울색 짙은 황량한 대지에 이따금씩 뚫고 나오는 봄의 전령사가 눈부신 시기다. 산수유가 겨우내 참아왔던 꽃망울을 터트려 절정의 미모를 과시하는 시기다. 반석산 둘레길로 향하며 공원 한켠에 다수의 산수유가 미세한 봄의 훈풍에 손짓을 한다. 가장 반가운 봄의 전령사 중 하나가 진달래 되시겠다. 반석산에는 이런 진달래가 군락지 정도는 아니지만 곳곳에 피어 있어 겨울색이 짙은 산에서 그 눈부심이 증폭된다. 반석산에 생강꽃이 있다니... 전망데크로 가는 둘레길 여기저기에 진달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