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은 하루 낮시간대에 산책 삼아 집을 나서 곧장 냥이 마을로 향했다.
봄바람이 적당한 청량감을 싣고 코끝을 부딪히는 날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냥이 마을에 도착, 때마침 치즈 뚱이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카오스 가족은 보이지 않고, 아이 둘은 냥이 마을에 있는데 어미가 없어서 인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가장 격한 반가움을 보여주는 치즈 얼룩이가 식사를 끝내고 어딘가를 응시하여 그 방향을 바라보자 지나는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렸다.
아이들이 식사를 끝내길 기다렸다 치즈뚱이가 식사를 시작했고, 뒤이어 얼룩 태비가 슬며시 다가와 조심스럽게 식사를 시작했다.
얼룩 태비는 늘 어미는 어디 두고 냥이 마을에 부비적 찾아와 다른 녀석들과 친해지려 했다.
기분 좋은 봄바람이 많던 날, 녀석들의 화목한 모습에 괜한 기운이 솟는다.
맛난 식사를 즐기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면 이렇게 집을 나선 보람이 느껴지고, 또한 그 모습이 꽤나 귀엽다.
녀석들의 식사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 복합문화센터 야외음악당으로 가던 중 들꽃이 뽀얗게 땅을 덮은 꽃밭을 지나는데 땅에 넙쭉 엎드려 있는 꽃밭을 이따금 바람이 지나며 살랑살랑 흔들어 놓았다.
아주 작게만 보이는 흰꽃은 땅에 쪼그리고 앉아 보면 나름 고운 자태를 활짝 보여줬다.
야외음악당 가장 안쪽에 서서 반석산으로 접어들기 전 복합문화센터 쪽으로 바라보자 석양이 이글대는 화창한 대기가 눈에 들어오고, 하나둘 공원의 가로등이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금세 하루해가 꺼지지 않겠지만 낮이 부쩍 길어진 만큼 시간도 제법 흐른 뒤라 가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반석산 정상을 쉬지 않고 지나 바로 낙엽무늬 전망데크에 들러 북녘 하늘을 바라보자 멀리 성석산까지 또렷하게 보일 만큼 화창하고 맑은 봄의 대기가 여과 없이 펼쳐졌다.
구름에 서서히 사라지는 석양이 은은한 노을 옷을 입었다.
반석산에서 오산천 산책로 방면으로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환하던 하늘이 어느덧 거뭇해지며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자던 생각도 잊고 청명한 대기 너머 불을 밝히는 도시 야경에 시선이 묶인 그대로를 즐기며 무척 느려진 걸음걸이로 기분 좋은 봄날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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