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위대했던 겨울 왕국, 평창 발왕산_20240123

동장군이 만든 절정의 겨울 미소에 흠뻑 젖어 추위도, 현실도 잊게 되던 날. 교통체증과도 같은 현재를 잊기 위해 지금 이 순간 겨울 왕국에 발을 들였고, 먼지에 휩싸인 내일을 잊기 위해 이 계절이 만든 새하얀 불꽃에 넋을 태웠다. 계절은 악마가 아닌 천사가 흘린 미소며, 그 미소는 찌푸려 흐느끼는 사유를 비켜갔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눈부신 세상의 파란 하늘로 유영하듯 구름이 집어삼킨 산마루 하늘빛이 뿌연 대기를 깨고 하늘 향해 역동하며 겨울 아름다움 고이 입어 옷자락 드날렸다. 모나 용평:발왕산 관광케이블카 본문 시작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출발' '챔피언' 왕'이 날 자리가 있다는 의미의 발왕산, 평창올림픽을 개최한 그곳, 발왕산 케이블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레포츠 운영안내 --> 이전 이미지 다음 ..

시리도록 아름다운 한파, 용평리조트_20240122

폭설이 내린 이튿날 용평의 한파와 강풍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그야말로 살을 에이는 통증과도 같았다. 그로 인해 발왕산 명물인 케이블카 운행은 잠정 중단 되었고, 스키 인파는 부쩍 줄어든 상태로 잠시 장갑을 벗은 사이 손등과 걷는 내내 노출된 뺨을 파고드는 통증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산등에 널부러진 설경을 일일이 찾아 헤매는 시간은 통증을 극복할 유일무이한 특권인 양 눈에 보이는 길의 형태에 완전히 몰입했다. 연신 엄청난 기세로 발왕산을 삼키던 구름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지나버리면 뒤따르던 구름이 다시 산봉우리를 폭식했는데 그게 일상인지 산은 그저 머무를 뿐이었다. 하루 지나면 여기와 작별해야만 하는데 그 사이 강풍의 화가 누그러져 산 위 겨울 왕국에 초대하려나?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괜히 ..

이국적 겨울 왕국의 밤, 용평_20240121

자욱이 눈 덮인, 그러면서 포근한 겨울 정취는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폭설 내린 횡계를 지나 용평에 다다르자 성탄절에 종종 등장하던 이국적인 겨울 화보가 창 너머에 졸고 있었다. 밤하늘엔 이내 내려앉을 듯 무거운 구름이 버텼고, 눈 내린 발왕산 기슭엔 촉촉한 불빛이 초롱초롱한 빛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이번 겨울 가장 추운 한파, 게다가 유별난 백두대간의 한파도 빛의 스펙트럼을 꺾을 순 없었다. 밤새 감상에 젖어도 아깝지 않을 야경을 용평에서 만나던 날이었다. 모나 용평:타워콘도 본문 시작 타워콘도 가족을 위한 최상의 선택, 다양한 편의시설이 함께 있어 더욱 편리합니다. 18타입 요금안내 SOD(Standard Ondol) / SOT (Standard Twin) / GFO(Garden Floor Ondo..

냥이_20240121

모포를 덮어준 게 마음에 드는지 그 상태로 번갈아가며 졸다가 눈을 떠도 온기로 무장된 이불 밖을 떠나지 않았다. 녀석에게 있어 자신이 찜한 이불 밖은 위험한가 보다. 이렇게 금세 졸다가도 움직임이 포착되면 민감한 감시카메라가 작동하여 간헐적으로 눈을 떠서 동태를 살피거나 부르면 쳐다보는 정도로 그치고, 주뎅이 스담을 해도 가만히 있었다. 상황을 보면 단순히 따뜻한 걸 넘어 포근한 경지에 이른 표정이었다. 그러곤 한 동안 모포 둥지를 떠나지 않다 대게와 횟감에 자리를 벗어나 가족들한테 다가왔다. 아무렴. 먹을 때는 같이 줍줍 해야지. 모두가 포식하던 날이었다.

거친 파도 장사해변을 끝으로 영덕과 작별_20240119

영덕을 떠나며, 해파랑길 19코스 중 부경2~부경1~장사해변까지 걷다 강구에서 대게를 납치했다. 떠나는 길이라 아직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하는 매듭으로, 갈수록 거세지는 겨울 동해 바람과 파도는 백두대간 골 깊은 유혹으로, 그와 대조적으로 정적이 흐르는 어촌 마을은 안식으로 역설하며 만나게 될 존재의 필연에 충실하자. 그럼에도 떠나는 길에 불변의 진리, 시간은 매정하고 제트기류보다 빨랐다. 해파랑길 19코스는 영덕 블루로드 D 구간으로 화진해변에서 시작하여 장사해변, 남호해변을 거쳐 강구항에 이르는 동해안 도보길 [출처] 해파랑길 19코스(영덕 블루로드 D)_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해파랑길 19코스 영덕 블루로드 D 쪽빛 파도의 길(D코스)은 영덕 어촌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영덕 남정면의 마을을 통..

상대산 아래 영덕의 명사십리_20240118

이상과 실체, 욕망과 욕구가 만나는 저 먼 곳 어딘가. 너른 명사십리 거친 파도와 한 바탕 멋진 전망의 상대산을 뒤로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밟았다. 상대산에서 내려와 멋진 전망에 포착된 대진항으로 향했다. 마을 넘어길을 곧장 넘으면 대진항과 바다전망대가 있었는데 전날 포항에서와 달리 워찌나 바다 성깔이 개센지 바다전망대 출입은 통제 상태였고, 굳이 전망대가 아니어도 포구 주차장에 내린 순간 서 있기도 벅찰 정도였다. 전망대 쪽 테트라포드 너머 갯바위를 흔들어대는 파도의 위력이 지켜만 보고 있어도 지릴 정도였다. 다시 자리를 옮겨 명사십리 덕천해변으로 이동했다. 내리기 시작한 비가 강풍에 실려 차창을 요란하게 두드렸고, 그만큼 폭풍우 위력이 강하여 해변은 공백 상태나 다름없었다. 한바탕 멋진 세상을 보여준..

영덕 동해안 절경을 품은 상대산 관어대_20240118

더욱 찌뿌둥하고 굵은 비가 내리는 이튿날, 해파랑길은 무리라 이참에 쭈쭉빵빵한 전망 좋은 곳을 골라 이동하다 마을 입구 한 무리 멋진 나무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평화로운 동네에 길을 사이에 두고 몇 그루 소나무 선배님들이 저마다 멋진 포즈 취하는데 쌩까면 이 어찌 후회로 보답받지 않을쏘냐. 곧게 하늘로 향하며 절개를 새긴 소나무. 하늘로 향하다 하늘 가려 나그네 지켜주는 소나무. 휘어짐과 뒤틀림, 나아감과 물러섬을 모든 가지에 되새긴 팽나무. 하늘 향해 방사형으로 흩뿌리는 소나무. 그 관용과 포용에 앞으로의 여정을 기원하며 대선배님들께 인사드리고, 바다로 향했지만 파도 개거침, 바람 개세차 출입 통제에 굴복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약속한 상대산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거의 지식이 없던 영덕이..

둘레길의 끝에 작은 성취감,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4코스_20240117

시작엔 끝이 있고, 끝 또한 시작과 필연의 연결 고리를 가진다. 하나가 지날 즈음 또 다른 하나가, 길이 희미해지면 어느새 다시 선명해지고, 드넓은 바다에 한 꺼풀 파도가 결 주름 지으면 이내 다른 파도의 결이 하얀 선을 긋는다. 그 이중적인 공존이 거듭될수록 길섶은 어느샌가 착색된 의도를 벗겨내고 농후한 자연의 속성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해안둘레길에 디딘 발걸음은 어느새 깊은 자연에 은둔 중인 구룡소를 만나게 되는데 바다의 온순함이 되려 바위 속에 숨은 용의 은신이 되어 진중한 포효는 들을 수 없었지만 이 모든 존재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인해 어느 하나에 집중하고 실망할 필요 없었다. 자연의 호흡과 맥박이 멈추지 않는 한 감흥의 역치는 변함없기 때문이었다. 원시적인 해안길을 찬양하며,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태초의 신비와 아름다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3코스_20240117

앞선 코스의 길이 이쁘고 편리하게 다듬어져 있었다면 해안둘레길 3코스인 구룡소길로 접어들면 길은 날 것의 분위기로 급격히 바뀌며 많던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들어 소박한 어촌과 해안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는데 바다가 공들여 다듬은 기암이나 바람이 조각한 무른 절벽이 착색되지 않은 표정으로 묵묵히 다가올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사이 위태롭게 지나는 길을 거닐며 나아감과 머무름을 뒤섞어 관념의 횃불을 밝혀 찰랑이는 파도처럼 발을 디뎌 길의 따스한 이야기를 들었다. 파도와 동행하는 시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1_20230508 호미반도를 에둘러 인간의 자취는 선명했다. 비바람의 예봉이 꺾인 이튿날에 해안둘레길을 다시 도전, 다행히 자연이 허락을 해주고 길을 내준 날이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도구해수욕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