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383

낙동강에 새긴 절개, 경천대_20220126

삼강주막촌에서 출발하여 반듯하게 뻗은 지방도로를 따라 상주 경천대로 향했다. 경천대 상주 시내에서 동쪽 방면에 위치한 사벌국면 삼덕리에 있는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낙동강 제1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며 자천대 (自天臺)라고도 한다. 후에 채득기가 경천대라는 이름으로 고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불린다. 조선왕조 때 병자호란이 일어난 후인 1628년 봉림대국(17대 효종)의 주치의로 있던 채득기가 터를 잡아 지었으며 주변에 채득기가 만들었던 정자인 무우정이 있다. 또한 조선 장수였던 정기룡이 천마를 얻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실제로 천마의 구유 유물이 있다. 경천대 입구 인공폭포에 정기룡 장군 동상이 있다. 낙동강과 운치를 이룬 곳이라 무우정과 함께 영남 지방 유림들의 모임터로 쓰였다. 전망대에 올라보면 ..

걷기 좋은 비룡산 봉수대 능선_20220126

회룡대와 연결된 산능선은 걷기 좋은 평탄한 언덕길과 같아서 거리는 짧았지만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비교적 포근한 겨울을 음미했다. 무릇 강이란 바다를 향해 내달리며 그 어떤 장애물도 깎고 다듬어 물길을 내리라 여겼건만 내성천은 나지막한 산을 뛰어넘지 않고 옆길 크게 돌아 지나간 뒤 더 큰 물길인 낙동강과 합류한다. 작은 산이라 업신 여기지 않고, 마치 회룡포를 지킨 크나큰 포용으로 이 또한 지켜주고자 함이었을까? 그렇다면 강이 바위를 뚫고 산을 깎아 길을 낸 게 아니라 산이 물결을 위해 작은 길을 내어준, 오롯이 어울림에 익숙한 자연의 섭리며, 문명의 이기에 대한 일침이 아닐까? 고립을 넘어선 회룡포_20210306 조만간 만나야 될 낙동강이 그토록 설레고 그리웠던지 흐르던 강도 잠시 주춤하여 어눌한 듯 ..

그리움의 육지 섬마을, 회룡포_20220126

회룡포가 재조명 받은 건 삶의 진수가 녹아든 추억의 류와 다르게 억겁 동안 강이 만든 작품에 대한 감탄의 표현 중 경의에 찬 화답이었다. 주변에 발달한 평야의 가운데 우뚝선 작은 산에서 회룡포만큼 포근한 지형에 기대어 종교적 염원을 쌓아 올린 건 인류의 원초적인 방법인데 종교에 대해 별다른 감흥이 없는 나로선 비교적 빈번한 종교인의 거룩을 가장한 타락이 아니라면 이런 자리에 불명확한 미래의 공포와 안도를 넋두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멋진 회룡포의 자태를 더욱 경건하게 하는 건 인간에게 대하는 인간의 역할이기도 하니까. 때마침 찾은 날은 무거운 적막이 아름다운 침묵으로 인지되기에 충분했다. 회룡포를 전망할 수 있는 회룡대로 가는 길에 산책할 심산으로 멀찍이 차를 두고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무척 적막하고 ..

회룡포 가기 전, 예천 용궁_20220126

작년 초봄에 회룡포를 다녀온 뒤 주변을 둘러싼 지형에 호기심의 씨앗을 뿌린 적 있었고, 한 해가 지나 겨울 방학을 이용해 호기심의 싹을 찾아 나섰다. 전날 밤에 미리 예약한 문경의 허름한 숙소에서 여유를 충전하고 곧장 회룡포로 가기 전에 용궁면에 들러 끼니를 해결하는데 마을 명물이라 소문난 순대식당으로 가는 길에 멀찍이 주차를 하고 여유 있게 도보로 식당으로 향했다. 예천군 용궁면 1914년 4월 1일 군면 폐합에 따라 예천군에 통합되고 용궁면이 되어 구읍면(舊邑面)의 무동, 지동, 대은, 동림, 교촌, 석정, 산택, 등암, 산평, 원당, 향사, 성저, 무촌, 루문, 진포의 15개 동리와 서면의 왕태동, 북상면의 풍정, 봉산, 성도, 신하의 4개 동리와 문경군 산동면의 연평, 연화, 연소, 양모, 송본의..

냥이_20220118

따스한 겨울 햇살 아래 몽롱한 단잠이 유난히 달콤하다. 상대적인 쾌감이라 표현할까? 밖은 세찬 겨울 여우바람이 대지를 낱낱이 집어삼키는데 그로 인해 바람이 범접하지 못하는 유리창 너머 양지녘은 온기가 극대화된다. 그 아래 단잠을 청하는 녀석의 표정이 사뭇 평화롭다. 녀석의 쿠션은 볕이 좋은 창가에 매일 일광 소독을 시키는데 거의 매일 녀석은 거기에 누워 단잠을 청했고, 이날 또한 마찬가지. 양지바른 자리에서 단잠을 자는 녀석의 표정이 무척 평온해 보여 몰래 다가가 사진을 찍었는데 얼마나 숙면을 취했으면 녀석은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저녁엔 녀석의 껌딱지 본능이 나왔다.

다이슨 에어필터 교체_20220111

언제부턴가 다이슨 공기청정기에서 에어필터 교체해 달라고 요상한 기호가 뜨길래 가볍게 무시해 주다 이참에 자가 교체한다고 꺼냈더니 필터가 걸레로 변신해 있었다. 다이슨 공식홈에서 저렴하게 팔 때 미리 몇 개 사서 쟁여 놓았는데 이참에 뜯어서 기존 필터와 함께 놓고 대조샷 질렀다. 에어필터 교체 후 자가 점검을 하는데 그래도 나머지는 무사해서 다행~ 한눈에 봐도 교체 전후 제품이 대조된다. 그래, 새집 줄테니 헌 집 다오.

석양의 자장가에 잠들다, 취묵당_20220103

발아래 흐르는 달천의 유유한 평온을 싣고 마치 뒷짐을 진 채 유유자적 서산마루로 넘어가는 석양이 하루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며 불그레 세상 이야기를 아름답게 흩뿌렸다. 새해가 밝아도 여전히 시간은 제 앞길만 바라며 주위를 둘러볼 틈 없이 빠르게 흐르건만 그 사이를 흐르는 강물은 고뇌를 달래느라 흰물결을 겨울 아래 숨기고 발자국 소리 없이 시나브로 지나간다. 겨울 낮이 짧아 아쉬움은 배가 되어 떠나는 석양의 뒷모습에 작별 인사할 겨를 조차 없었다. 취묵당 취묵당은 1662년(현종3년)에 김시민의 손자 백곡 김득신(栢谷 金得臣)이 만년에 세운 독서재(讀書齋)이다. 팔작지붕에 목조 기와집으로 내면은 통간 마루를 깔고 난간을 둘렀다.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괴강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더불어 정자건축의 전형을 보..

고요한 민족의 혼, 김시민 장군 충민사_20220103

시간도 잠시 쉬며 추모하는지 석양도, 강물도 얼어 버린 채 하늘은 붉게, 강물은 하얗게 물든 김시민장군 충민사는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낡은 다리를 건너 적막강산에 고이 서린 영혼이 잠들어 다시 불거질 핏빛 치욕을 암시했건만 과욕에 눈은 멀고, 그로 인해 원숭이가 한반도를 다시 능욕하였다. 역사를 배운다는 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인데 악마에게 영혼을 헌납한 나머지 사욕으로 흘린 피가 범람하는 강과 같다. 백성을 버리고, 국민을 찌른 역사가 반복되는 건 그 숭고한 정신으로 간파될까 두려워 덮고, 숨기는 것. 따스한 겨울 촉감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향긋한 낙엽 내음의 작은 위로로 길 나선 여행에서 든든한 온기로 되돌려 받는다. 김시민 - 나무위키 이 저작물은 CC BY-NC-SA 2.0 KR에 따라..

소소한 절경의 향연, 수주팔봉_20220103

거리에 부담이 없으면서 막연히 성취감을 얻고 싶었다. 그러기에 언뜻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곳, 충주 수주팔봉을 향해 달렸고, 더도 말고 거의 1년 전과 비슷한 감흥을 기대했다. 내린 눈이 얼어 아슬아슬한 충주 초입을 벗어나 수안보 방면으로 달릴 땐 다행히 눈 내린 흔적은 거의 없었는데 뽀송뽀송한 도로 컨디션을 보고 운전하기 수월한 19번 국도 대신 예전 도로인 문산재로 꺾어 서행으로 꼬불길을 올라갔다. 강, 산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오작교, 수주팔봉_20210128오죽하면 강산이 고유명사처럼 사용 되었을까? 뗄 수 없는 인연의 골이 깊어 함께 어울린 자리에 또 다른 강이 함께 하자고 한다. 태생이 다른 세 개의 사무친 그리움이 심연의 갈망을 이루기 위meta-roid.tistory.com편하게만 여겼..

냥이_20211231

낮잠 자려고 자리에서 밍기적거리는 녀석에게 다가가서 빤히 쳐다봤다. "이렇게 보니 잘 생겼네, 몬난아~" 이렇게 서로 빤히 쳐다봤다. 녀석이 시선을 피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계속 빤히 쳐다봤어 그런지 녀석이 마치 '와씨! 쪽팔려' 이런 행동은 '난 충분히 편하니까 방해하지 말아주삼' 잠도 안 자는 녀석이 제 자리에 누워서 뒹굴기만 했다. 그러다 한참 지나 내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올라 안겨서 자는 척!만 하고 잠들지 않았다. 자는 척! 해야 되니까 젤리를 조물락 거리도 가만히 있는 척! 했다. 쇼파에 있는 제 쿠션 위에 옮겨 두면 눈을 번쩍 뜨고 괜히 억울하고 불쌍불쌍한 표정만 지었다. '집사, 눈치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