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383

부쩍 다가온 겨울 바람, 풍기역_20211224

부석사에 들렀던 날은 매서운 기습 한파가 들이닥치던 날이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허기진 배를 달랠 장소를 고민하긴 했다. 일대에 추천받았던 곳 중 유일하게 괜찮고 정갈하고 깔끔했던 청국장집인데 약간 젊은 입맛에, 주방은 다른 곳에 격리되어 있는지 맛보기 전 청국장 특유의 꼬릿한 냄새는 별로 없었다. 청국장 조리할 때 냄새는 기겁하는데 일단 입안에 털어 넣으면 손바닥 뒤집듯 느낌이 달라지는 음식 중 다섯 손꾸락 안에 드는 음식이니까. 오픈 시간이 조금 늦어져 기다리는 동안 한창 공사중인 풍기역을 혼자 톺아보는데 근래 여느 역들처럼 현대를 추종하려 대대적인 성형수술 중이었다. 세월이 지나 이제는 새로운 세대와 시대를 맞이하려는 모습에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렇다고 과거만 고집할 수 없고, 인정머리 없이 과거..

역사의 배흘림 기둥, 부석사_20211224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은 무거운 역사를 떠받든 나무의 곡선으로 유명하다. 매서운 삭풍마저 거대한 장벽처럼 버티고 선 백두대간을 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때 천년 사찰의 나부끼는 시간은 진중한 나뭇결 따라 파란만장한 인류의 애닮은 애환을 속삭인다. 세상 모든 사물에 사연은 있겠지만 역사와 동고동락한 나무 기둥엔 사연이 더해진 생명이 움터 마치 고행의 업을 지고 사는 수도승의 땀방울처럼 온통 갈라진 틈 사이로 휘몰아치는 번뇌의 눈동자가 초롱하다. 세속에서 부석사로 가는 길에 늘어선 나무조차 사욕을 간파한 시선이 돌아오는 길엔 온화한 동행의 미소로 승화된다. 부석사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文武王) 16년(676) 해동(海東) 화엄종(華嚴宗)의 종조(宗祖)인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왕명(王命)으로 창건(創建) 한 화엄..

민주화를 위한 징표, 광주 518 기념공원_20211222

민주에 대한 정의가 어떻든 분명한 건 국민의 참여와 지지가 가장 핵심인 바, 변화에 동반된 진통의 결과로 나는 당연한 것처럼 누리고 있으며, 그 진통이 격렬했던 역사가 묻힌 곳이 광주다. 지역적인 인연이 전혀 없음에도 역사가 검증한 흔적을 찾아 잠시 묵념한다. 아산 현충사에서 그랬고, 여주 세종대왕릉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날 대기를 뒤덮던 미세먼지가 어느새 화창하게 물러난 하루다. 몇 년 전인가 잠시 들렀던 때는 못 봤었던 곳이라 도로가에 주차한 뒤 들러 비교적 큰 규모의 공원을 산책했다. 지하 공간에 빼곡히 들어찬 숭고한 영혼들. 대동광장 너머에 석양빛이 물들었다. 해가 지고 나서야 담양에 도착, 하나로 미니란 간판이 보였다. 편의점 컨셉인가? 하나로와 미니 사이 토끼 얼굴이 무척 귀엽다. 길지만 짧은..

산책을 통한 휴식, 금성산성_20211221

대숲 사이로 지나는 겨울바람이 지난 시절의 흔적을 노래한다. 나무와 바위가 만든 그 길 따라 사념과 사색을 반복하듯 좁은 보폭을 맞추어 익숙 해질 무렵 향그로운 노래의 선율이 멈추고, 더불어 발걸음도 멈춘다. 텅 빈 산기슭에 역사가 빚은 관문을 넘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헤아릴 즈음 나지막이 속삭이는 물과 풍경 소리에 먹먹했던 세속의 피로는 어느새 잊게 된다. 아주 가끔은 세상에 혼자라 느끼는데 무수히 이고 지고 쌓인 돌이 하늘로 뻗은 탑을 보노라면 새옹지마에 찌뿌린 미간은 무릇 거대한 강처럼 선명하고 넘쳤으리라. 여유의 세계, 금성산성_20200623이번 담양 여행의 목적은 국내 최고의 인공 활엽수림인 관방제림과 강천산과 이어진 산자락 끝에 담양 일대를 굽이 보는 금성산성. 소쇄원, 메타세콰이아길, 죽..

섬진강과 수많은 능선 사이, 용궐산 잔도길_20211221

채계산과 더불어 섬진강 따라 가공된 길을 찾아 순창에 도착, 극심한 미세먼지와 포근한 겨울의 공존은 따로 뗄 수 없는 명제가 되어 버렸다. 이왕 겨울을 누릴라 치면 살을 에는 추위와 함께 청명한 대기를 선택하겠지만 내 의지와 도전을 대입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에 차라리 퍼즐 조각 맞추듯 기억을 채색시키는 편이 낫다. 잠깐의 가쁜 숨을 달래면 위대로운 바위벽에서의 아찔한 육감도, 산을 뚫고 바다로 달리는 섬진강의 번뜩이는 의지도 가슴을 열어 장엄하게 누릴 수 있다. 이왕 순창에 왔다면 칼바위 능선도 감상했다면 좋으련만 걷잡을 수 없는 욕심으로 고개를 쳐드는 결정 장애를 어쩌나!용궐산 순창군 동계면 강동로에 위치한 용궐산(645m)은 원통산에서 남진하는 산릉이 마치 용이 자라와는 같이 어울릴 수 없다는 듯..

나만의 담양 필수 코스, 진우네집국수_20211221

담양에 오면 꼭 방문하는 식당 두 곳 중 하나는 집에서 대충 말아먹는 국수를 연상시키는 국숫집이다. 지난번 4천 원 하던 국수가 이번엔 5천 원으로 인상폭은 꽤 큰데 그래도 이번 담양 여행에서 두 번이나 찾아갔다. 여기 별미는 멸치 육수에 삶은 계란으로 내 취향에 정확히 저격한 맛이다. 외부엔 예전 유원지처럼 야외 탁자가 즐비하게 늘어서 한눈에도 국수거리임을 짐작할 수 있는데 영산강변에서 겨울 강바람을 관통한 따끈한 육수가 꽤 먹을만하다. 옆자리에 냥이한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트렁크에 밥을 가져왔건만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 아쉽다. 깔끔한 멸치육수, 진우네집 국수_20200624 흡사 타운하우스를 닮은 모습, 비교적 들어선지 오래된 축에 비하면 관리는 잘 되어 있지만, 어떻게 해서도 극복할 수 없는 ..

담양 벌판에 멋진 카페, 투썸플레이스_20211221

난 카페 분위기를 무척 좋아한다. 오죽했으면 공부방도 스터디카페 중에서 가장 카페 다운 곳을 고르는데 때마침 담양에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 중 엄청 멋진 곳을 알게 되다니! 사방이 트인 대지에 채광까지 좋아 눈부신 전경을 바라보면서도 눈부시지 않아 굳이 찡그리지 않아도 된다. 멋진 산세나 호수, 강에 기대지 않아도 아쉬울 것 없는 전망과 더불어 진한 커피향에 취해 잠시 갈 길에 대한 방향타가 무뎌졌다. 카페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규모에 감탄사 한 번 찍! 뿌려주고~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이제 막 문을 연 터라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해서 내부를 둘러보는데 단일 규모로도 꽤나 큰데 무려 3층까지 있다. 2층은 시원한 전망의 통유리벽에 커플석은 외부 방향 조망이라 커피 한 사발 곁들여 데이..

여명 아래 안개낀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_20211221

그래서 담양을 왔다. 기억의 빛바랜 모습에 다시 채색이 필요하여 따스한 겨울 품이 움튼 담양을 왔다. 매끈한 아스팔트와 고색창연한 도시의 불빛이 역겨워 잠시 피하면 감은 눈에 아른거리고, 밟은 땅에 돌이 채여 이미 익숙해진 딱딱한 질감의 문명에 멀리 떠나지 못한 채 습성의 담장을 넘지 못한다. 차라리 잊으라 치면 발길 돌릴 수 없는 매력에 눈이 멀고, 상납하던 영혼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그래서 담양에 왔다. 햇살 나부낄새라 새벽 여명과 세상 빛이 안개로 승화된다. 여유의 세계, 금성산성_20200623 이번 담양 여행의 목적은 국내 최고의 인공 활엽수림인 관방제림과 강천산과 이어진 산자락 끝에 담양 일대를 굽이 보는 금성산성. 소쇄원, 메타세콰이아길, 죽녹원은 워낙 유명 인싸인데다 특 meta-roi..

담양에 단골 숙소, 메타펜션_20211220

늦게 출발한 대가로 담양엔 늦은 밤에 도착했지만 백양사 방면에서 오는 길은 고속도로와 진배없는 형태에 차량도 거의 없어 정말 느긋하게 달려 미리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메타펜션은 회사를 통해 부담 없는 단가로 비교적 오래된 건물에 비하면 관리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담양메타펜션 시간 조차 쉬어가는 담양의 대표 펜션, 메타프로방스의 낭만과 운치가 어우러진 메타펜션,12개동 70개 객실 보유 www.metapension.com 지난해 방문 당시에 도착과 동시에 투숙객은 임실피자 할인이 된다고 해서 주문했더니 배달은 안된다고?! 마치 말장난하는 거 같아서 패쑤!하고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다한 덕에 손쉽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펜션 측에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니까 펜션 배달은 당연한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집안 소독제_20211201

팬데믹이 오자마자 가장 먼저 소독제로 메디록스와 에탄올을 구매했고, 때에 따라 베이킹소다도 적절하게 활용하는 편이다. 그러다 2012년 쯤에 구입한 스프레이 소독제를 발견했는데 가습기 소독제로 폐섬유증을 유발한 옥시의 데톨 스프레이가 있었다. 민낯이 만천하에 공개되어 엄청난 구설수에 휘말렸던 옥시 제품이라니... 이런 쓰레기 회사 제품은 사지도, 관심 갖지도 않아야 되는데 기생충처럼 우리집 안의 은밀한 장소에 붙어 있을 줄이야. 팬데믹이 도래하고 바로 구입했던 메디록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베이킹 소다는 큰 포대에 아직 많이 남긴 했는데 악취와 텀블러 묵은 때에 이만한 게 없다. 이런 개쓰레기는 악취와 세균보다 더 지독해서 모든 가족들을 위해 분리수거함에 궈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