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냥이_20240204

무릎 위에서 한 시간 동안 이러고 있으면 다리는 저리고 삭신은 쑤신다.자는 녀석은 깨우기 안쓰러워 보통은 그냥 두다 깊이 잠들면 쿠션 위로 옮기는데 자는 것도 아니라면 얼마나 얄미운지 모른다.그래서 얄밉다는 표현으로 녀석을 째려보게 되고, 얼굴 싸다구 날리는 대신으로 분노의 스담스담을 하게 된다.동기는 분노의 스담인데 손끝 표현은 애정으로 바뀌는 이유?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잠들기 전의 그루밍은 필수.그래서 자겠거니 했다.근데 잠든 게 아니라 꼼지락 거리며 자는 척! 하는 잔망쟁이였다.어찌나 꼼지락 거리는 지 옆구리에 낙지 한 마리가 붙어사는 줄 알았다.그래도 결국 자긴 했고, 이 사태에 이르렀다.집사와 냥이가 서로 눈싸움 대치 중.얘는 눈 굴리기를 워찌나 잘하는지 집에서 눈칫밥 배부르게 주는 줄 알겠따...

일상_20240202

지역에서 터전을 잡았던 것들이 이제는 귀한 대접받았다.기름지고 비옥한 벌판을 만든 오산천.그 옆에서 작은 보탬이 되고, 쉬어갈 휴식이 되는 반석산.그리고 여기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행님이 되어 주신 나무와 아주 오랜 시절 종교적 유물인 석상.한걸음 걸을 때마다 만나며, 시간이 멈춘 존재들의 피나는 인내에 경의를 보내던 날이었다.동탄여울공원은 동탄2신도시에 조성된 근린공원으로 LH공사에서 조성하였다. 광역비즈니스 컴플렉스에 조성되어 주변에 조성될 고층업무복합 건물들 사이에서 도시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공원 전체면적은 325,378㎡이고, 이 중 178,100㎡의 녹지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400년된 느티나무 보호수와, 축구장, 화목원, 음악분수, 동탄 폭포, 작가정원 등..

냥이_20240201

냥특수상대성이론도 있다.보통 사람들은 정신적인 부분과 별개로 육체적인 부분은 성장기를 거쳐 독립적인 행태를 갖는데 댕냥이들은 성장기를 거쳐 ‘껌딱지 근성=스담 세제곱+관심 제곱+케어’란 독특한 공식을 갖는다.그래서 나와 똑같이 생긴 집사는 잠들기 전 노트북 두드리면 손바닥에 냥이 얼굴이 붙어 있단다.나와 똑같이 생긴 집사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했다.중간 과정이 생략되었지만 손바닥을 묘체 공학적인 위치에 두도록 엄청나게 강요당했다.노트북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꼼지락꼼지락 거리는 걸 보면 절대 자는 게 아닌데 자는 척 하는 중.이렇게 짱돌 굴리는 거 보면 어처구니 밥 말아 드신다.도저히 못 참았는지 슬며시 눈을 뜨지만 집사 짬밥에 이미 알고 째려보던 중 실눈 뜬 녀석과 눈이 ‘땋’ 마주쳤다.녀석이 겸연쩍었..

카스타드 양심, 딸기_20240131

부쩍 물가가 폭등한 게 명절이 끝나도 진정될 기미가 없었다.동네 근린상가의 종종 들리던 과일가게에 가서 딸기를 하나 샀더니 내부가 요상하게 변해서 마치 설탕물에 절여 놓은 것 같아 다시는 가지 않기로 한 마당에 이제는 하나로마트에 들러 딸기를 샀다.위에 딸기를 걷어내자 허술한 아랫부분이 드러났다.손 대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사진을 하나 찍었는데 알고 보니 1kg이 아닌 800g이었다.이런 카스타드를 표절한 놈들 같으니라구.하동 품애 딸기?무게를 재어보니 820g 정도 나왔다.200g 정도의 허술함에 그 이상 빈정이 상했다.

미세먼지 바다에 우뚝 솟은 바위신(神), 치악산 비로봉_20240129

도전에 대해 사전적 의미를 넘어 나태함을 합리화한 다른 핑계로 방호했었고, 번지 점프를 하듯 과감히 떨치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그래서 실행에 앞서 효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작 전 워밍업 차원에서 치악산으로 향했다.짧은 시간 동안 체력의 임계점에 다다르면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인데 그걸 극복하는 효능감과 더불어 자신감을 지탱시키는 자존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구룡사를 지나 세렴폭포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도달했고, 여기서부터 치악산 사다리병창길의 악명을 떨치기 위해 잠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아이젠을 착용하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오르막 급경사길로 한발 한발 내디뎠다. 나는 늘 치악산을 좋아한다.내가 산을 잘 타거나 타인 이상의 체력적 강인함을 가져서가 아닌 단지 강원도..

냥이_20240128

낮이면 볕이 잘드는 창가, 녀석이 항상 낮잠을 청하는 쿠션 위에 올라 달달한 잠에 빠졌다. 무언가를 덮어주면 몸부림도 거의 치지않고 왠만한 소리에도 깨지 않은 채 깊게 잠들었다.한참 한 자세를 유지하고 발이나 조뎅이만 꼼지락 거리는 녀석이 신기해 가까이 다가가 빤히 쳐다보자 녀석도 간헐적으로 실눈을 뜨며 눈을 마주쳤다. 말랑말랑, 따끈따끈 초코젤리.눈이 부신지 앞족발로 눈을 가리다 그것도 귀찮은지 치웠다 반복하며 잠을 자고 있었다.한밤 중 몸이 불편해서 눈을 뜨자 녀석은 집사 위를 자근자근 밟고 다니다 다리에 자리를 잡고 뻗었다. 이거 은근 불편한데도 집사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녀석한테 한 마디 못하고 불편한 잠을 청했다.

냥이_20240126

사람한테 엉겨 붙는 습성은 갈수록 다양하고 집요하게 나타났다.티비 보고 있자니 기대어 자고, 햇살 아래 뭐든 덮어주면 다소곳이 잤다.한밤 중 자다가 몸이 불편해 눈을 떠보면 집사 위를 자근자근 밟고 다니며 같이 자자고 보챌 때도 많았다.역시나 열 번, 백 번 듣는 것보다 직접 지내면 우리가 알던 잘못된 편견을 자각하고, 깊은 정을 나눌 수밖에 없다.근데 사람한테 기대어 자는 모습이 너무 사람 같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