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회룡포 가기 전, 예천 용궁_20220126

작년 초봄에 회룡포를 다녀온 뒤 주변을 둘러싼 지형에 호기심의 씨앗을 뿌린 적 있었고, 한 해가 지나 겨울 방학을 이용해 호기심의 싹을 찾아 나섰다. 전날 밤에 미리 예약한 문경의 허름한 숙소에서 여유를 충전하고 곧장 회룡포로 가기 전에 용궁면에 들러 끼니를 해결하는데 마을 명물이라 소문난 순대식당으로 가는 길에 멀찍이 주차를 하고 여유 있게 도보로 식당으로 향했다. 예천군 용궁면 1914년 4월 1일 군면 폐합에 따라 예천군에 통합되고 용궁면이 되어 구읍면(舊邑面)의 무동, 지동, 대은, 동림, 교촌, 석정, 산택, 등암, 산평, 원당, 향사, 성저, 무촌, 루문, 진포의 15개 동리와 서면의 왕태동, 북상면의 풍정, 봉산, 성도, 신하의 4개 동리와 문경군 산동면의 연평, 연화, 연소, 양모, 송본의..

냥이_20220118

따스한 겨울 햇살 아래 몽롱한 단잠이 유난히 달콤하다. 상대적인 쾌감이라 표현할까? 밖은 세찬 겨울 여우바람이 대지를 낱낱이 집어삼키는데 그로 인해 바람이 범접하지 못하는 유리창 너머 양지녘은 온기가 극대화된다. 그 아래 단잠을 청하는 녀석의 표정이 사뭇 평화롭다. 녀석의 쿠션은 볕이 좋은 창가에 매일 일광 소독을 시키는데 거의 매일 녀석은 거기에 누워 단잠을 청했고, 이날 또한 마찬가지. 양지바른 자리에서 단잠을 자는 녀석의 표정이 무척 평온해 보여 몰래 다가가 사진을 찍었는데 얼마나 숙면을 취했으면 녀석은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저녁엔 녀석의 껌딱지 본능이 나왔다.

다이슨 에어필터 교체_20220111

언제부턴가 다이슨 공기청정기에서 에어필터 교체해 달라고 요상한 기호가 뜨길래 가볍게 무시해 주다 이참에 자가 교체한다고 꺼냈더니 필터가 걸레로 변신해 있었다. 다이슨 공식홈에서 저렴하게 팔 때 미리 몇 개 사서 쟁여 놓았는데 이참에 뜯어서 기존 필터와 함께 놓고 대조샷 질렀다. 에어필터 교체 후 자가 점검을 하는데 그래도 나머지는 무사해서 다행~ 한눈에 봐도 교체 전후 제품이 대조된다. 그래, 새집 줄테니 헌 집 다오.

석양의 자장가에 잠들다, 취묵당_20220103

발아래 흐르는 달천의 유유한 평온을 싣고 마치 뒷짐을 진 채 유유자적 서산마루로 넘어가는 석양이 하루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며 불그레 세상 이야기를 아름답게 흩뿌렸다. 새해가 밝아도 여전히 시간은 제 앞길만 바라며 주위를 둘러볼 틈 없이 빠르게 흐르건만 그 사이를 흐르는 강물은 고뇌를 달래느라 흰물결을 겨울 아래 숨기고 발자국 소리 없이 시나브로 지나간다. 겨울 낮이 짧아 아쉬움은 배가 되어 떠나는 석양의 뒷모습에 작별 인사할 겨를 조차 없었다. 취묵당 취묵당은 1662년(현종3년)에 김시민의 손자 백곡 김득신(栢谷 金得臣)이 만년에 세운 독서재(讀書齋)이다. 팔작지붕에 목조 기와집으로 내면은 통간 마루를 깔고 난간을 둘렀다.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괴강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더불어 정자건축의 전형을 보..

고요한 민족의 혼, 김시민 장군 충민사_20220103

시간도 잠시 쉬며 추모하는지 석양도, 강물도 얼어 버린 채 하늘은 붉게, 강물은 하얗게 물든 김시민장군 충민사는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낡은 다리를 건너 적막강산에 고이 서린 영혼이 잠들어 다시 불거질 핏빛 치욕을 암시했건만 과욕에 눈은 멀고, 그로 인해 원숭이가 한반도를 다시 능욕하였다. 역사를 배운다는 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인데 악마에게 영혼을 헌납한 나머지 사욕으로 흘린 피가 범람하는 강과 같다. 백성을 버리고, 국민을 찌른 역사가 반복되는 건 그 숭고한 정신으로 간파될까 두려워 덮고, 숨기는 것. 따스한 겨울 촉감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향긋한 낙엽 내음의 작은 위로로 길 나선 여행에서 든든한 온기로 되돌려 받는다. 김시민 - 나무위키 이 저작물은 CC BY-NC-SA 2.0 KR에 따라..

소소한 절경의 향연, 충주 수주팔봉_20220103

거리에 부담이 없으면서 막연히 성취감을 얻고 싶었다.그러기에 언뜻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곳, 충주 수주팔봉을 향해 달렸고, 더도 말고 거의 1년 전과 비슷한 감흥을 기대했다.내린 눈이 얼어 아슬아슬한 충주 초입을 벗어나 수안보 방면으로 달릴 땐 다행히 눈 내린 흔적은 거의 없었는데 뽀송뽀송한 도로 컨디션을 보고 운전하기 수월한 19번 국도 대신 예전 도로인 문산재로 꺾어 서행으로 꼬불길을 올라갔다. 강, 산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오작교, 수주팔봉_20210128오죽하면 강산이 고유명사처럼 사용 되었을까? 뗄 수 없는 인연의 골이 깊어 함께 어울린 자리에 또 다른 강이 함께 하자고 한다. 태생이 다른 세 개의 사무친 그리움이 심연의 갈망을 이루기 위meta-roid.tistory.com  편하게만 여겼..

냥이_20211231

낮잠 자려고 자리에서 밍기적거리는 녀석에게 다가가서 빤히 쳐다봤다. "이렇게 보니 잘 생겼네, 몬난아~" 이렇게 서로 빤히 쳐다봤다. 녀석이 시선을 피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계속 빤히 쳐다봤어 그런지 녀석이 마치 '와씨! 쪽팔려' 이런 행동은 '난 충분히 편하니까 방해하지 말아주삼' 잠도 안 자는 녀석이 제 자리에 누워서 뒹굴기만 했다. 그러다 한참 지나 내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올라 안겨서 자는 척!만 하고 잠들지 않았다. 자는 척! 해야 되니까 젤리를 조물락 거리도 가만히 있는 척! 했다. 쇼파에 있는 제 쿠션 위에 옮겨 두면 눈을 번쩍 뜨고 괜히 억울하고 불쌍불쌍한 표정만 지었다. '집사, 눈치챘어?'

부쩍 다가온 겨울 바람, 풍기역_20211224

부석사에 들렀던 날은 매서운 기습 한파가 들이닥치던 날이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허기진 배를 달랠 장소를 고민하긴 했다. 일대에 추천받았던 곳 중 유일하게 괜찮고 정갈하고 깔끔했던 청국장집인데 약간 젊은 입맛에, 주방은 다른 곳에 격리되어 있는지 맛보기 전 청국장 특유의 꼬릿한 냄새는 별로 없었다. 청국장 조리할 때 냄새는 기겁하는데 일단 입안에 털어 넣으면 손바닥 뒤집듯 느낌이 달라지는 음식 중 다섯 손꾸락 안에 드는 음식이니까. 오픈 시간이 조금 늦어져 기다리는 동안 한창 공사중인 풍기역을 혼자 톺아보는데 근래 여느 역들처럼 현대를 추종하려 대대적인 성형수술 중이었다. 세월이 지나 이제는 새로운 세대와 시대를 맞이하려는 모습에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렇다고 과거만 고집할 수 없고, 인정머리 없이 과거..

역사의 배흘림 기둥, 부석사_20211224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은 무거운 역사를 떠받든 나무의 곡선으로 유명하다. 매서운 삭풍마저 거대한 장벽처럼 버티고 선 백두대간을 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때 천년 사찰의 나부끼는 시간은 진중한 나뭇결 따라 파란만장한 인류의 애닮은 애환을 속삭인다. 세상 모든 사물에 사연은 있겠지만 역사와 동고동락한 나무 기둥엔 사연이 더해진 생명이 움터 마치 고행의 업을 지고 사는 수도승의 땀방울처럼 온통 갈라진 틈 사이로 휘몰아치는 번뇌의 눈동자가 초롱하다. 세속에서 부석사로 가는 길에 늘어선 나무조차 사욕을 간파한 시선이 돌아오는 길엔 온화한 동행의 미소로 승화된다. 부석사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文武王) 16년(676) 해동(海東) 화엄종(華嚴宗)의 종조(宗祖)인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왕명(王命)으로 창건(創建) 한 화엄..

민주화를 위한 징표, 광주 518 기념공원_20211222

민주에 대한 정의가 어떻든 분명한 건 국민의 참여와 지지가 가장 핵심인 바, 변화에 동반된 진통의 결과로 나는 당연한 것처럼 누리고 있으며, 그 진통이 격렬했던 역사가 묻힌 곳이 광주다. 지역적인 인연이 전혀 없음에도 역사가 검증한 흔적을 찾아 잠시 묵념한다. 아산 현충사에서 그랬고, 여주 세종대왕릉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날 대기를 뒤덮던 미세먼지가 어느새 화창하게 물러난 하루다. 몇 년 전인가 잠시 들렀던 때는 못 봤었던 곳이라 도로가에 주차한 뒤 들러 비교적 큰 규모의 공원을 산책했다. 지하 공간에 빼곡히 들어찬 숭고한 영혼들. 대동광장 너머에 석양빛이 물들었다. 해가 지고 나서야 담양에 도착, 하나로 미니란 간판이 보였다. 편의점 컨셉인가? 하나로와 미니 사이 토끼 얼굴이 무척 귀엽다. 길지만 짧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