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가는 길에 함께 걷는 봄의 동행으로 말미암아 미소 짓고, 말미암아 감동한다. 천년 고찰이라는 엄숙한 무게감에 첫 발을 내딛는 기억도 잊고 어느새 봄의 친근한 조잘거림에 역시나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나부끼는 연분홍, 새하얀 손짓에 이끌리다 보면 엄숙 했던 취지는 망각되고 주객은 전도되어 인위로 축조된 사찰은 욕망의 과대포장으로, 천년 시간을 거스른 나무는 진정한 경전이 된다. 봄인데도 벌써 나무 터널은 견고해진다. 보기 힘든 대나무 꽃이라고? 봄의 설렘을 녹색으로 표현한다면 이런 색깔과 모양일까? 왕벚꽃이 활짝 만개하여 연신 연분홍으로 감염시킨다. 아래 밭을 갈던 보살(?)의 구수한 훈수에 잠시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챙긴다. 바위에 걸터 앉은 철쭉 한 송이. 해인사로 향하는 길에 여러 사찰이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