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498

고이 간직한 영양의 가을, 일월산 자생화 공원_20211029

한데 어우러져 다정한 애정을 협주하는 가을 찬가. 모두 아름다우면 역치의 경계가 무너졌겠지만 한무리 아름다움으로 인해 행복은 걷잡을 수 없고, 가을은 더욱 사무친다. 수하계곡에서 자생화공원으로 향하다 보면 여전히 오지로 남은 영양 일대 도로변 가을도 충분히 감상할 여지가 많았고, 이로 인해 하나의 목적지를 찍긴 해도 과정 또한 지나칠 수 없어 구름이 흐르듯 천천히 주행하며 무얼 찾는 것 마냥 주위를 두리번거려 틈틈이 감상했다. 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제대로 된 가을 여행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던 중 어디를 가나 넘치는 인파를 어떻게 피하면서 지대로 청승을 떨기엔 적절한 타협이 필요했다. 인파가 많으면 그만큼 멋진 가을이 기다리고 있을 meta-roid.tistory.com 가을을 따라 영양..

영양 수하계곡의 가을 이야기_20211029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이다지도 가볍고 설렐까? 텅 빈 도로에도 가을 빛결 흘러넘쳐 틀어 놓은 음악소리는 파도가 되고, 굽이치는 바람은 젖는 노가 되어 동심원 따라 항해하는 가을 대기에 심연에 숨어있던 자연의 자취가 총총히 발을 내딛는다. 반딧불이를 만나러 갑니다_20150627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울나라 오지 중 하나인 경북 영양인데 같은 오지 동무 중 봉화는 도로가 좋아져 쉽게 갈 수 있지만 영양은 아직 그렇지 않다. 여전히 봉화나 안동에서도 한참을 지루 meta-roid.tistory.com 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제대로 된 가을 여행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던 중 어디를 가나 넘치는 인파를 어떻게 피하면서 지대로 청승을 떨기엔 적절한 타협이 필요했다. 인파가 많으면 그만큼 멋진 ..

가을 인사, 통고산_20211029

가을 정취가 인사하는 싱그러운 아침. 무심한 표정 같지만 단아하고 이채로운 가을의 설레는 느낌이 반갑다. 차 위에서 쉬고 있는 한 마리 벌도 가을 여정에 잠시 한숨 돌리고 있나 보다. 영양으로 출발하기 전, 숙소 현관을 열자 탐스럽게 익은 가을이 첫인사를 한다. 무거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집어 첫인사를 담는다. 이번 가을은 차라리 소박하더라도 가을빛 질감은 살아있다. 은하수 여울 소리, 통고산_20211028 잰걸음으로 태백에서 넘어왔지만 석양은 끝끝내 뒤를 밟고 따라와 어둑해져서야 통고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백의 도로에 몸을 싣고 높은 산, 터널을 지날 때마다 가을 여정길에 만난 정겨움 meta-roid.tistory.com 특별하지 않다고 모든 게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은하수 여울 소리, 통고산_20211028

잰걸음으로 태백에서 넘어왔지만 석양은 끝끝내 뒤를 밟고 따라와 어둑해져서야 통고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백의 도로에 몸을 싣고 높은 산, 터널을 지날 때마다 가을 여정길에 만난 정겨움은 배가 되고, 막연히 그립던 마음은 온 세상이 잠든 밤이 되어 날갯짓하며 옅은 운무를 조금씩 벗겨냈다. 카메라 하나 동여매고 통고산 휴양림의 가장 깊은 공터에 다다를 무렵 희미하게나마 운해 너머 이따금씩 밤하늘 별들이 하나둘 불을 밝혔다. 통고산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리·광회리·왕피리에 걸쳐 있는 산.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서서히 구름이 자리를 뜰 무렵 암흑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은하수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더 이상 진척이 없을 것 같아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에서 혹시나 하..

막연한 그리움, 만항재를 스치다_20211028

만항재의 스팟라이트에 가려진 만항재가 아닌 것들. 그래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만항재 풍경과 달리 인척임에도 지나는 이들을 그리워한다. 이미 만추를 지나 겨울로 접어들어 지는 석양의 가느다란 빛조차 간절한 현실을 방불케 한다. 태백오투전망대를 마지막으로 정선 일대 여정을 접고 백두대간을 넘어 또 다른 가을을 찾으러 떠난다. 만항재 풍력발전소와 그 아래 산허리가 길게 이어진 운탄고도가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화방재에서 함백산로드를 따라 만항재로 가는 오르막길은 그리 버거운 건 아니다. 일대 고도가 1천m 이상이라 도로가 이어진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도 그래서 까마득한 높이가 아니지만 일대 거대한 골짜기를 마주한다면 빼곡하게 중첩된 능선과 골짜기에 모세혈관처럼 이어진 작은 골짜기들이 높은 고도를 새삼 느끼..

솔고개와 상동에 깃든 가을_20211028

곡선이 익숙한 솔고개에서 심지어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조차 온통 뒤틀리고 휘어진 곡선일진대 가끔 그 곡선을 훼방 놓는 직선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둥근 망막에 굴절된 시선마저 불편하다. 암담한 막장으로 가는 길은 뒤틀린 심보 마냥 구부정 산길의 원치 않는 쏠림을 겪다 못해 멀미까지 일으킬 심산이지만 고개 마루에 서 있는 소나무는 지나는 이들의 엉킨 심경이 곧 미래의 매듭임을 깨쳐준다. 그리 높지 않은 솔고개 모퉁이를 돌아 앞을 보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나무를 응시하게 되고, 그 시선의 첫인상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신선 같다. 더불어 소나무 너머 그 이상의 통찰에도 경거망동하지 않는 단풍산의 멋진 산세는 급박한 심경조차 이완시켜 잠시 쉬는 동안 이마에 구슬진 땀방울을 너스레 미소와 함께 털어준다. 사라진 광..

첫 걸음과 마지막 걸음, 운탄고도 화절령_20211027

막장의 상처를 자연이 치유한 흔적인 도롱이연못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며 이따금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벼운 눈인사로 공간에 대한 공유와 공감을 아우른다. 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 전날 늦은 밤, 신고한 터미널에 도착했을땐 이미 빗방울이 추적추적 내리는 중이었는데 일행을 만나 다른 곳은 둘러볼 겨를 없이 강원랜드 부근 하이캐슬리조트로 가서 체크인 후 조촐한 맥주 meta-roid.tistory.com 가을 열매 설익은 하늘숲길, 화절령 가는 길_20201007 가을이면 달골 마냥 찾는 곳 중 하나가 정선 하늘숲길(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 하늘숲길에 가을이 찾아 들다_20191023, 하얀 하늘숲길을 거닐다_20200203)로 고산지대에 조급한 가을과 더불 meta-roid.ti..

막장과 삶의 포용, 운탄고도_20211027

가을이 되면 막연히 그리운 곳, 담양과 정선 중 하늘숲길이 있는 정선땅을 밟는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봉우리들이 하늘을 향해 까치발을 들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공존의 친근함을 과시하는 하늘숲길 일대는 무겁게 석탄을 이고 가는 삼륜차에 밟히고, 시간의 폭풍에 먼지처럼 옛 시절이 흩어지자 이제는 고독에 밟힌다. 언젠가 사라질 약속처럼 한 때 세상을 풍미하던 석탄은 비록 폐부와 생존의 지루한 복병이었지만 이제는 사무친 그리움의 석상이 되어 비록 까맣던 흔적이 증발해 버릴지언정 가슴에 새겨진 기억은 돌처럼 더욱 굳어져 버렸다. 그 애환을 아는지 속절 없이 능선을 넘은 바람은 선명한 자취처럼 꿈틀대는 운탄고도에서 긴 한숨을 돌리며 터질 듯 쏟아지는 가을 햇살 아래 잊혀진 옛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 또한 ..

고운 단풍_20211026

이번 가을에 가장 이쁜 단풍색은 의외로 상행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났다. 아직 채 익지 않은 가을로 서서히 옷을 갈아입는 세상이 눈부시다. 언제나 여정을 통해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몸소 깨닫는 기회가 되며, 그래서 여행은 숨 가쁜 삶 가운데 부푼 기대의 심호흡이며, 스스로를 독려하는 거울이다. 건강한 나 자신이 대견하고, 폭풍 같은 세상에서 건재한 의지와 긍정에 감사하면서 더불어 묘한 희열로 잊고 지내던 자신감을 정립한다.

고요, 적막, 평온한 우포_20211025

석양이 남은 하루 시간을 태우는 시간에 맞춰 우포출렁다리에 다다라 쉴 틈 없던 여정에 잠시 쉼표를 찍는다. 간헐적으로 오가는 사람들과 간소한 눈인사를 주고 받으며 적막강산의 정체된 공허 속에서 희열과 여독으로 점철된 존재를 조용히 되짚어 본다. 가끔 낯선 사람들의 사소한 지나침이 반가울 때가 바로 이런 경우 아닐까? 상대 또한 그런 그리움의 만연으로 무심한 듯 주고 받는 목례에서도 감출 수 없는 반가운 미소와 함께 지나친 뒤에 그 행적을 돌아보며, 다시 마주친 시선의 매듭을 차마 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좀 전까지 밭을 한가득 메우던 농부의 소리는 온데간데없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여행자의 발자국 소리만 굴절된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여정이라 걷는 동선을 줄일 목적으로 꾸역꾸역 차를 몰고 출렁다리로 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