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따스한 봄비 내리던 예천_20210327

사려울 2023. 1. 21. 17:34

봄나물 중 하나인 머위를 뜯으러 왔으나 아침부터 기세 좋게 내리는 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접고 돌아오게 되었다.
산중 비를 피할 생각 없이 고스란히 몸을 두드리는 빗방울은 마치 함께 음악을 연주하듯 재즈선율로 피어나 봄이 움트는 골짜기에 진동하며 강인한 잡초처럼 새 생명의 씨앗을 곁 뿌린다.
때마침 지나는 낮은 구름도, 텅 빈 도로를 질주하는 시골 버스도 평온의 품 안에서 흥겨워하는 작은 정취의 조각으로 모여 거대한 평화의 속삭임에 빗방울은 신명 난다.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민들레는 겨울에도 종종 볼 수 있을 만큼 봄꽃이라 한정 짓기에 지나치게 과소평가되어 왔다.

오는 길에 괴산에서 비상식량을 미리 마련, 교촌과 콜라보로 나온 크로켓이라 간장 치킨이 속에 들어있고, 겉은 쌀로 바싹바싹하다.

머위가 군락을 이룬 산속은 일 년 내내 고요할 것만 같다.

빗방울이 겨울 흔적이 역력한 가지에 모여 봄기운을 발산 중이다.

진달래는 흥이 많다.

지나는 작은 바람결에도 손을 일일이 흔들어 주거든.

호수가 목련.

늘 문이 굳게 닫힌 사과 테마파크.

흰돌체험 마을 호수가 전망대.

내부엔 집기가 널브러져 있고,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어 방치된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흰돌체험 마을.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지 문이 잠겨 있고, 내부는 집기들이 잠자고 있다.

산등 진달래가 황량하고 견고한 겨울 색채에 균열을 일으킨다.

텅 빈 도로를 질주하는 시골 버스는 예전과 달리 더 이상 덜컹이며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르지 않고 날쌘 돌이가 되었다.

봄비는 그칠 줄 모르고, 잠깐 수확한 머위와 진달래꽃은 만선의 유희를 실은 고깃배처럼 트렁크 한가득 실려 돌아가는 길에 부푼 풍선이 되어 한층 아쉬움을 대신한 봄나물 그윽한 귀가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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