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숙명에 구슬픈 서강 줄기는 말없이 흐른다.
어느덧 선돌 머리에 봄을 예고하는 전령사들만 분주할 뿐 여전히 그를 둘러싼 세상은 바람 소리만 사치로 들린다.
산수유 망울이 여차 하면 터질 기세다.
여차 하면 봄이 뿌리 내린다는 것.
양지바른 곳이라 주변을 세심히 둘러보면 봄소식을 품은 흔적들이 보인다.
영화 '가을로'에서 바로 이 구도로 나왔다.
바닥에 넙쭉 달라붙어 매일 조금씩 봄이 전해주는 기운을 영양 삼아 땅을 박차고 나온다.
만나려 해도 만날 수 없는 두 수직 바위는 갈망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숙명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그 슬픔을 절경이라 부르고 감탄이라 되씹는다.
흥행하지 않았지만 소설로, 영화로 가을 매력을 흠뻑 발산한 교과서 같은 '가을로'에 살짝 언급되고 비춰진 곳으로 그래서 소설이 더 주옥 같았는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자연이 장벽을 만들어 유명세를 탈지라도 평행의 애절함은 영원한 비극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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