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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인 해안길을 찬양하며, 호미반도 해안둘레길2_20230508

길은 오직 하나를 위한 이기적인 상형문자가 아니다. 앞서 바다와 인간 사이 교묘한 교착점이 길의 화두였다면 구룡소 일대 길은 야생의 바다에 인간의 발자취가 잠시 후퇴한 길이면서 회피하지 않고 내륙으로 잠시 숨을 고르며 끊임없이 기회를 포착했다. 그리하여 강인한 바다가 잠시 한숨 쉬는 틈바구니에 어촌 마을을 들여 환경에 동화하고 삶을 일궜다. 기암절벽에 용이 웅크린 채 바다에 화답하듯 포효의 저역이 메아리치며 하얀 물거품이 용솟음쳤다. 그 어느 곳보다 평온한 대동배 마을을 끝으로 해안둘레길 3코스인 구룡소 길은 작별의 약속을 이행함과 동시에 기나긴 해안둘레길도 종지부를 찍기 위해 서둘러 단장했다. 둘레길여행 퐝퐝여행 홈페이지 둘레길여행 바로가기 www.pohang.go.kr 절벽이 만들어준 그늘 아래 한숨..

파도와 동행하는 시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1_20230508

호미반도를 에둘러 인간의 자취는 선명했다. 비바람의 예봉이 꺾인 이튿날에 해안둘레길을 다시 도전, 다행히 자연이 허락을 해주고 길을 내준 날이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도구해수욕장 부근에서 시작하여 1구간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까지 6.1km, 2구간은 흥환간이해수욕장까지 약 6.5km, 3구간은 대동배까지 6.5km, 마지막 4구간은 호미곶 해맞이광장까지 5.6km로 총 24km가 넘는데 2~4구간까지만 걷기로 했다. 2구간은 선바우길이라 명명하는데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 주차한 뒤 사전 설명과 더불어 틈틈이 나오는 이정표를 따라 다양한 형태의 길을 이용해서 걸었다. 해안둘레길 답게 길은 대부분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아슬하게 넘나들어 때론 파도에 신발이나 바짓가랑이가 젖을 수 있다는 걸 감내해야 했다..

거친 비바람 속 영일대 해변과 전망대_20230507

바다가 거칠다고 하여 주눅 들지 않았다. 바다를 막는 구조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파도가 거칠다고 한들 해변의 모래는 익숙한 고난이자 일상이며, 바람이 표독하다 한들 인간은 극복의 대상이자 삶의 필연이었다. 낯선 도심 산책으로 익숙한 찰나의 시간을 즐겼다. 영일대 해상누각은 1976년 개장하여 포항 시가지에서 접근성이 좋고 해안가에 형성된 식당, 카페 등 상점가가 있어 낮과 밤 모두 즐기기 좋은 포항의 대표 해수욕장 중 한 곳이다. [출처] 영일대 해상누각_오선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다녀온 뒤 숙소에 들어와 바람이 가득한 세상을 창 너머에서 무심히 바라봤다. 세찬 바람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외출 준비를 했다. 파도가 부서진다는 게 저런 걸까? 부서..

설화가 잠든 바다 폭풍 언덕, 연오랑세오녀 공원_20230507

멀리 포항까지 찾아온 이유,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걷기 위해서다. 허나 태풍급 바람에 굵은 빗방울은 해안둘레길은 고사하고 외출도 쉽게 허락하지 않아 아쉬운 대로 공원 뒤편 언덕과 테마공원의 사연 정도만 취득하며 바다 정취를 한아름 따다 품에 간직했다. 연오랑세오녀는 신라시대 설화로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단다. 동해 바다 바람과 비를 맞으며 잠시 걷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닌 고로 동해의 선물이라 간주하며 다음을 기약하자. 이야기가 가득한 하루를 열기 전, 아점 메뉴를 고민하다 숙소 뒤편에 소위 집에서 말아먹는 국숫집에 들러 김밥을 곁들여 주문을 했는데 운영하시는 분이 장년의 여성분으로 깔끔하고 단아한 식당 내부와 더불어 마치 집에서 먹는 국수 같았다. 그리 강하지 않으..

꿈틀대는 용에 기대어, 진천 초평호 초롱길_20230325

피부에 닿는 그 감촉에 걷는 피로를 잊게 되는 계절, 봄의 광시곡은 그렇게 휘몰아쳐 굳게 닫힌 사람의 마음도 스스로 열게 했다.호수는 스치는 계절마다 내음을 기억하며 꿈을 꾼다면, 호수의 엷은 도화지에 꿈을 조각하는 생명은 그 꿈을 추억하며 환상의 안개에 꿈을 덧칠했다.봄을 만나는 걸음인데 어느 한발 게으를 소냐그로부터 총총히 길 밟아 무거운 발자욱 소리는 사뿐히 잠들었다.초평호는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에 있는 충북에서 가장 큰 저수지이며, 미호 저수지라고도 한다. 미호천 상류를 가로막아 영농목적으로 만들어진 초평저수지의 외형적 규모는 저수량이 1378 만 톤이며 진천군 관내뿐만 아니라, 멀리 오창, 북일, 북이, 옥산, 강서 등지까지 물을 대고 있다.저수지 근처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서 초평저수지를 바라볼..

마음속에 담고 싶은 진천 농다리 미르숲_20230325

마음속으로 북마크 했던 진천 농다리는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 북적대는 인파를 무릅쓰고 한달음에 쫓아갔다.결과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길과 테마가 명백한 곳이라 대만족.올해는 O다리와 인연을 맺어 볼까?원주 사다리병창, 진천 농다리, 영월 섶다리, 예천 뿅뿅다리, 냥이랑 외나무다리 ...화려하고 미려한 채색으로 물들인 것만이 아름다운 건 아니다.때론 시각적 신호보다 감각적 신호가 아름답다는 스키마를 자극하는 경우도 많은데 내게 있어 미르숲길은 길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쉽게 보여주려 하지 않는 새침한 면도 있었다.농다리를 건너 크게 꿈틀대는 초평호는 용을 닮았다고 해서 인접한 숲을 미르숲이라 칭했고, 그 숲에 혈관처럼 빼곡히 뻗은 길은 차라리 미르가 아닌 미로에 가깝지만 길이 가진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일상_20230314

하루의 시작, 자글자글 봄의 아지랑이처럼 차가운 새벽 동녘 마루에 피어오르는 노을을 보며 문득 스스로에게 숙연한 위로를 건넨다. 불과 10분도 되지 않는 찰나 같은 자연 경관을 볼 수 있는 건강한 영혼에 대해 효능감을 망각하며, 지금까지 얼마나 엄격하고 인색했던가. 잘게 부서진 노을 따라 눈은 차갑고 가슴은 따스한 어느 봄날 새벽이다. 찰나의 단잠처럼, 순간의 유희처럼 그렇게 검푸른 새벽하늘에 노을이 젖어들어 따스한 하루의 포문을 연다.

태백의 일기, 철암_20221109

그리 긴 세월의 향연도, 그리 머나먼 과거도 아닌데 까마득한 건 망각의 영역에 방치한 기억의 단절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고, 더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허나 옛 정취는 모두 자물쇠가 물려 있었고, 재현된 영광엔 그리 신선할 것도 없었다. 아마도 직접적인 추억이 없어 정취의 발 담그기에 그친 부분도 있겠지만, 옛 정취 재현이 마치 불친절하고 무관심한 것도 미화해서 받아들일 거란 불성실한 부분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꽈배기 한 손에 잡고, 산골 싸늘해진 바람에 의지해 호호 불어 먹는 커피는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흥얼대는 몰입감 이상으로 재밌었는데 산골 낮은 언제나 짧다는 불변을 벗어날 수 없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철암역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2014년에 탄광지역 생활현장 보존·복원사업의 일..

가을의 노란 함박눈이 아름다운 순창 채계산 일광사_20221104

칼바위능선의 매력을 향유하기 위해 가을 체계산으로 향하던 길에 노란 은행 물결이 살랑이는 길의 정취를 애피타이저처럼 즐겼다.산 능선과 연결된 길이라 작은 사찰로 지나면서 그 길이 막혀 다시 돌아나오던 중 사찰 귀퉁이에 얌전히 있던 백구가 어느새 따라와 몸을 쉴 새 없이 비비는 통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참 스담을 하다 돌아 나오는데 녀석이 쫓아와 가던 길을 용케 알아채고 함께 동행하는 모습에서 마치 헷갈리는 길을 제대로 짚어 주는 것만 같았다.때마침 출렁다리를 찾아 길 잃은 차량 한 대가 다가오자 제 임무를 다하고 서둘러 숲길로 돌아가 버린 녀석에게 인사도 못한 채 진입로에서 녀석이 사라진 숲길을 쳐다보며 짧은 반가움에 씁쓸히 작별했다.여정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인연과 추억은 작은 원동력이자 스스로에..

유독 고운 은행 치맛자락, 순창 동계고등학교_20221104

교정에 쌓인 아름다운 추억만큼 진득한 가을.만추의 정취는 허무가 아닌 결 다른 낭만임을 항변하듯 지나는 바람에도 낙엽은 우수수 떨어져 곱게 써서 접은 편지 마냥 노란 마음으로 채색시켰다.한걸음 물러서 아쉬운 소설은 한걸음 다가서 눈부신 시가 된다.세심에서 채계산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먼 편으로 언제나 한적한 745 도로를 타고 후천마을에서 13번 국도에 합류한 뒤 연산마을 로터리를 지나던 중 전주 방향 15번 국도로 우회전하는 방향 멀리 가을로 물든 교정이 보여 잠시 곁길로 새듯 15번 국도 방향 관전마을로 향했다.도로는 줄곧 한적한 데다 너른 대지에 길게 뻗은 도로라 천천히 달리기엔 그만이었는데 곁길 가을이 물든 비교적 오래된 시골 교정의 모습은 몽환적이기까지 했다.원래는 학교 밖에서 담장 너머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