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가을의 노란 함박눈이 아름다운 순창 채계산 일광사_20221104

사려울 2023. 12. 20. 21:18

칼바위능선의 매력을 향유하기 위해 가을 체계산으로 향하던 길에 노란 은행 물결이 살랑이는 길의 정취를 애피타이저처럼 즐겼다.
산 능선과 연결된 길이라 작은 사찰로 지나면서 그 길이 막혀 다시 돌아나오던 중 사찰 귀퉁이에 얌전히 있던 백구가 어느새 따라와 몸을 쉴 새 없이 비비는 통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참 스담을 하다 돌아 나오는데 녀석이 쫓아와 가던 길을 용케 알아채고 함께 동행하는 모습에서 마치 헷갈리는 길을 제대로 짚어 주는 것만 같았다.
때마침 출렁다리를 찾아 길 잃은 차량 한 대가 다가오자 제 임무를 다하고 서둘러 숲길로 돌아가 버린 녀석에게 인사도 못한 채 진입로에서 녀석이 사라진 숲길을 쳐다보며 짧은 반가움에 씁쓸히 작별했다.
여정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인연과 추억은 작은 원동력이자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여정의 당위감이었다.

채계산은 전라북도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와 남원시 대강면 입암리·옥택리 경계에 있는 산.
채계산처럼 많은 전설과 수식어가 붙은 산도 드물다. 예컨대 비녀를 꽂은 여인을 닮아서 채계산(釵笄山), 수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형상이어서 책여산(冊如山), 적성강을 품고 있어 적성산(赤城山), 화산 옹바위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서 화산(華山)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고시된 지명은 화산이다. 채계산은 적성강변 임동의 매미 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마치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서 달을 보며 창을 읊는 모습인 월하미인(月下美人)의 형상을 하였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곳에서는 동편제와 서편제를 아우르는 소리꾼들이 많이 나왔으며 적성강에 배를 띄우고 풍류를 즐겼다. 순창의 3대 명산으로 일컫는 책여산은 섬진강 변에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켜켜이 쌓아 놓은 형상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지도상의 화산[송대봉: 341m]은 순창 책여산, 북쪽의 361봉은 남원 책여산으로 구분했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나 「지형도 1:25,000」에 나와 있는 화산은 산의 들머리인 산기슭에 백발노인이 우뚝 서 있는 30m의 화산 옹바위 전설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유등면 체육공원에서 보면 서우유천(犀牛遊川), 즉 물소가 강가에서 한가로이 노는 형상을 하고 있다. 화산(花山)은 이 산의 기묘한 바위들을 꽃으로 비유해 붙인 이름이다.
채계산은 순창군의 동북쪽에 솟아 있는 산이다. 백두 대간 장수 영취산에서 분기된 금남 호남 정맥의 산줄기가 북서쪽으로 뻗어가다 팔공산을 지나면 곧바로 천황산 산줄기를 나누어 놓는다. 이 지맥이 남으로 내달리며 비행기재[지방도 718호선], 묘복산, 만행산 천황봉, 갈치[지방도 721호선], 밤재[국도 17호선]를 지나서 다시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좌측으로 교룡산과 노적봉을 지나서 풍악산, 응봉을 거쳐 문덕봉으로 가기 전에 남쪽으로 뻗어나간 곳이 채계산이다. 적성면은 순창의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북쪽으로 동계면과 임실군 덕치면, 동쪽으로 동계면과 남원시 대강면, 남쪽으로 유등면, 서쪽으로는 인계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순창군과 남원시의 경계에 있는 풍악산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비홍산에서 서쪽으로 뻗어온 산줄기가 섬진강 상류인 적성강에 가로막혀 멈춘 곳에 채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예로부터 채계산은 회문산, 강천산과 함께 순창의 3대 명산으로 불려왔다. 채계산의 북동쪽으로 교룡산, 동쪽으로 문덕봉·삿갓봉·고리봉 능선, 북쪽으로는 용궐산[지명 변경 전 명칭: 용골산]·무량산 그리고 적성강과 적성 들녘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슬아슬한 칼바위와 송림이 한데 어우러진 암릉이 매우 아름답다. 용아 장성(龍牙長城)의 축소판을 방불케 하는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많다. 채계산의 물줄기는 섬진강의 원류인 적성강에 합류되어 광양만에서 남해로 흘러든다. 채계산을 휘돌아가는 섬진강 상류인 적성강에는 조선 시대에 중국 상선들이 복흥의 도자기, 적성의 옥 등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많이 드나들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서 채계산에 쇠말뚝을 박기도 하였다.
해발 342m의 채계산 정상은 조망이 훌륭하다. 채계산 산행은 광주 대구 고속 도로 변 유촌교[책암]에서 시작해 무수재~금돼지굴봉~당재~송대봉~칼날 능선~괴정교까지 3시간 30분쯤 걸린다. 금돼지굴봉을 지나 300봉부터는 송림과 암릉을 밧줄에 의지해서 330봉과 정상인 송대봉에 올라야 한다. 채계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송대봉을 지나 바위가 칼날처럼 이어지는 칼날 능선이다. 경험이 많은 산꾼들도 오금이 저리는 코스이다. 1986~1989년에 삼영 광업이 채계산에서 규석 채취를 하면서 자연 경관을 많이 훼손하였다. 이를 보다 못한 순창군의 28개 사회 단체, 200명의 군민들이 책여산 살리기 보호회를 결성하여 채계산의 자연환경 훼손을 막는 범군민 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2020년 3월에 78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준공된 채계산 출렁다리는 괴정리 산 166-8번지 일원에 위치하고 있고, 24번 국도 사이에 적성면과 동계면으로 나뉘어지는 채계산을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현재 국내에서 가장 긴 무주탑 산악 현수교이다. 길이는 270m이고, 높이는 최고 75~90m이다. 개통 이후 주말과 휴일에는 주 평균 약 1만 명의 탐방객이 찾고 있으며, 농특산물 판매장과 푸드트럭 등이 자리잡고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자 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에는 채계산 인근 적성면 주요 관광지 일대에 유채꽃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순창군은 관내 7개 지구 농지 204헥타르에 유채 종자를 파종했으며, 이는 지역에 특색있는 경관작물 재배를 통해 농촌의 경관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업으로 지역축제, 농촌관광, 도농교류 등과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출처] 채계산_디지털순창문화대전/한국학중앙연구원
 

채계산 - 디지털순창문화대전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와 남원시 대강면 입암리·옥택리 경계에 있는 산. [명칭 유래] 채계산처럼 많은 전설과 수식어가 붙은 산도 드물다. 예컨대 비녀를 꽂은 여인을 닮아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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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 국도를 질주하자 멀리서 한눈에 봐도 채계산을 알 수 있었고, 산 아래 접점에 다다르자 24번 국도가 반겼다.

산이 조망되는 위치인 적성면에 도착했을 때는 고도를 잊기에 충분한 채계산의 멋진 산세와 더불어 길가에 정갈히 늘어선 은행나무 가로수길도 충분히 감상할 만했는데 그로 인해 굳이 가로수길을 천천히 주행하며 농후하며 농염한 가을 분위기에 흠뻑 취한 뒤 서서히 채계산으로 향했다.

채계산을 오르기 위해 지난번처럼 일광사로 향했고, 길 초입에서 그토록 예리한 칼바위 능선을 떠올릴 수 있는 채계산 절벽 아래에서 곱디고운 가을 옷을 입은 채계산을 바라봤다.

언뜻 능선에 불거져 나온 데크길이 보였는데 잠시 후 채계산의 매력에 흠뻑 도치될 그 길, 바로 칼바위능선길임을 충분히 직감할 수 있었다.

산의 높이가, 산세가 거대하지 않아도 항상 산에 대한 동경이 멈추지 않는 산, 채계산을 오르기 위해 일광사 아래쪽 길로 접어들었다.

일광사 초입 섬진강변길은 자전거길이라 불릴 만큼 잠깐 사이에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였고, 이 길은 섬진강을 건너는 자전거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가장 끝에 다다라 차를 돌린 뒤 일련의 은행나무 가로수와 그 가로수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노란 낙엽, 그리고 이미 떨어진 낙엽이 발목까지 쌓인 길가를 감상했다.

애시당초 채계산만 생각하고 여길 왔었는데 막상 도착해서는 그 어느 곳보다 진득한 가을 정취에 할 말을 잃었다.

여기서 가까운 강천산이나 담양, 내장산이 워낙 유명한 가을 명소라 별 지식이 없었던 덕분에 숨겨진 명소를 알게 된 짜릿함은 성취감까지 충족시켜 줬고, 때마침 섬진강의 세찬 강바람 따라 소나기처럼 떨어지는 은행이파리의 노란 눈송이는 잠시나마 채계산이란 목표 의식까지 마비되었다.

또한 이 가을 장면 만으로도 먼 길 달려온 보람은 충분했고, 이어 채계산과 담양 가을 정취는 보람을 넘어 흥분의 도가니로 가득한 덤이라 해도 이 시간과 노력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천천히 차를 몰아 다시 섬진강변길 초입, 일광사에 진입하는 위치에 정차했고, 여기서부터 도저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바닥에 두텁게 쌓인 낙엽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많은 은행이파리들이 소나기처럼 내리는 곳, 무심히 셔터를 눌러도 가을은 사진에 한가득 담겼다.

거기에 더해 강렬한 가을 햇살이 굴절되며 이 순간이 꿈이라 해도 숙면 속에서 입꼬리가 위로 당기며 미소 짓게 하는 장면, 바로 이번 가을에 가장 압권이 아닐까 확신이 들었다.

노란 가을 소나기가 내리는 자리에 그대로 차를 주차한 뒤 가벼운 차림으로 채계산으로 향하며 행여 일광사와 이어진 길이 있을까 기대했다.

일광사는 바로 도로 인접한 거리에 채계산자락의 완만한 산세에 업혀 있었는데 조금 올랐을 뿐인데도 섬진강과 그 일대 벌판이 훤히 보였다.

지도상으로 산 진입로가 사찰을 지나서 이어져 있었건만 막상 와서 사찰 마당을 둘러보자 길이 막혀 있었고,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한 귀퉁이에 얌전히 있던 백구가 어느새 다가와 반겼다.

어린 백구의 붙임성이 얼마나 반가웠고 따스했던지, 거기에 더해 귀여움까지 장착되어 있어 스담스담하자 녀석은 더 반겨 발치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전혀 연고가 없는 곳이라 이렇게 반기는 행동이 얼마나 고맙고 따스할까.

한참을 스담하다 가야 될 길이 있어 녀석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다시 출발하자 녀석이 따라왔다.

걷는 속도에 맞춰 적당히 속도를 내며 앞서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자 처음엔 어리둥절했었다.

그러다 한사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 겹치자 뒤늦게 알아차렸다.

잠시나마 녀석은 낯선 사람의 목적지를 알아채곤 녀석의 익숙한 길을 알려줌과 동시에 조금이나마 같은 길의 동행자가 되어 뜸한 인적 속에서의 반가움을 이렇게 몸소 표현했다.

정말 기가 막히게도 녀석은 내가 가야될 길을 알고 있었다는 듯 저만치 앞장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이따금 눈에 보이지 않아 천천히 걸으며 두리번거리면 어디선가 나타나 다시 길을 재촉할 수 있도록 신념을 실어줬다.

여정에서 예기치 않은 온정이 무척이나 반갑게 증폭되어 여기서 채계산으로 향한 오르막이 시작되었음에도 잠시 무거운 중력을 잊었다.

조금 거시기한 채계산 안내도를 지날 무렵 출렁다리를 찾는 길 잃은 차량이 다가오자 녀석은 바로 옆 숲길을 통해 사찰로 사라져 버렸고, 순간 혼자된 공허함이 찾아왔다.

백구와 헤어진 뒤 완만한 오르막의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채계산으로 향하던 중 울긋불긋 가을에 물든 나무 사이로 채계산의 칼바위 능선이 보였다.

지난번에 들렀던 화산옹바위는 그냥 패쑤~

순창에 올 수밖에 없는 이유, 바로 채계산에 닿아 눈앞의 짜릿한 절경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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