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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동해안 절경을 품은 상대산 관어대_20240118

더욱 찌뿌둥하고 굵은 비가 내리는 이튿날, 해파랑길은 무리라 이참에 쭈쭉빵빵한 전망 좋은 곳을 골라 이동하다 마을 입구 한 무리 멋진 나무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평화로운 동네에 길을 사이에 두고 몇 그루 소나무 선배님들이 저마다 멋진 포즈 취하는데 쌩까면 이 어찌 후회로 보답받지 않을쏘냐. 곧게 하늘로 향하며 절개를 새긴 소나무. 하늘로 향하다 하늘 가려 나그네 지켜주는 소나무. 휘어짐과 뒤틀림, 나아감과 물러섬을 모든 가지에 되새긴 팽나무. 하늘 향해 방사형으로 흩뿌리는 소나무. 그 관용과 포용에 앞으로의 여정을 기원하며 대선배님들께 인사드리고, 바다로 향했지만 파도 개거침, 바람 개세차 출입 통제에 굴복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약속한 상대산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거의 지식이 없던 영덕이..

둘레길의 끝에 작은 성취감,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4코스_20240117

시작엔 끝이 있고, 끝 또한 시작과 필연의 연결 고리를 가진다. 하나가 지날 즈음 또 다른 하나가, 길이 희미해지면 어느새 다시 선명해지고, 드넓은 바다에 한 꺼풀 파도가 결 주름 지으면 이내 다른 파도의 결이 하얀 선을 긋는다. 그 이중적인 공존이 거듭될수록 길섶은 어느샌가 착색된 의도를 벗겨내고 농후한 자연의 속성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해안둘레길에 디딘 발걸음은 어느새 깊은 자연에 은둔 중인 구룡소를 만나게 되는데 바다의 온순함이 되려 바위 속에 숨은 용의 은신이 되어 진중한 포효는 들을 수 없었지만 이 모든 존재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인해 어느 하나에 집중하고 실망할 필요 없었다. 자연의 호흡과 맥박이 멈추지 않는 한 감흥의 역치는 변함없기 때문이었다. 원시적인 해안길을 찬양하며,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태초의 신비와 아름다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3코스_20240117

앞선 코스의 길이 이쁘고 편리하게 다듬어져 있었다면 해안둘레길 3코스인 구룡소길로 접어들면 길은 날 것의 분위기로 급격히 바뀌며 많던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들어 소박한 어촌과 해안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는데 바다가 공들여 다듬은 기암이나 바람이 조각한 무른 절벽이 착색되지 않은 표정으로 묵묵히 다가올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사이 위태롭게 지나는 길을 거닐며 나아감과 머무름을 뒤섞어 관념의 횃불을 밝혀 찰랑이는 파도처럼 발을 디뎌 길의 따스한 이야기를 들었다. 파도와 동행하는 시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1_20230508 호미반도를 에둘러 인간의 자취는 선명했다. 비바람의 예봉이 꺾인 이튿날에 해안둘레길을 다시 도전, 다행히 자연이 허락을 해주고 길을 내준 날이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도구해수욕장 ..

해안의 친근한 혈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코스_20240117

23년 봄 이후 다시 찾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부분적으로 당시 수해가 복구되긴 했지만 그 길에 잠재된 정취는 그대로였다. 세찬 겨울바람과 달리 바다는 온화했고, 어촌 마을은 그지없이 평화로웠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시작하여 호미곶까지 약 18km의 첫 구간인 선바위 힌디기까지는 접근성이 좋았고, 바다 위 데크길과 그 주변 기암의 상호작용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과 같은 지점을 향해 앞서거니 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길의 풍미를 공유하는 동안 그 매캐한 매력 위에 노 저어 유유히 흘러갔다. 파도와 동행하는 시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1_20230508 호미반도를 에둘러 인간의 자취는 선명했다. 비바람의 예봉이 꺾인 이튿날에 해안둘레길을 다시 도전, 다행히 자연이 허락을 해주고 길을 ..

장엄한 여명의 깨침, 영덕 동해 해돋이_20240117

때론 너른, 때론 포근한 동해 멀리 하늘과 바다, 인간이 모여 하나의 간결한 선을 예찬했다. 하루가 시작되기 전, 동해의 찬연한 자취와 그 고운 결들 사이에서 환희의 불꽃이 빅뱅 했다. 전날 취침에 들기 전에 미리 해돋이 시각을 확인했고, 오전 7시 반 정도란 걸 미리 체크한 뒤 알람을 맞췄다. 일출일몰시각계산 | 생활천문관 | 천문우주지식정보 지금까지 역서가 발행된 연도의 역서자료를 바탕으로 월별, 지역별 해/달 출몰시각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 '일출일몰시각계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사용자가 입력한 값에 기반하여 astro.kasi.re.kr 7시 10분. 해돋이 시각까지 약 20여 분이 남았다. 여명이 구름의 골짜기를 지나며 빛의 결들을 만들었고, 그 결의 파장이 바다 위에 소나기로 내렸다..

단아한 경주의 시간과 작별, 천년숲정원에서 영덕으로_20240116

천년숲 정원이란 타이틀에 낚여 지인과 함께 찾았지만 '천년'이란 떡밥에 살짝 현타가 온 곳. 오래된 숲이 아닌 천년 경주에 기댄 곳이라 고목이나 거목보다 마치 천년 전 서라벌 귀퉁이의 단아한 정원 같았다. 거창하게 마음먹을 필요 없이 소소한 정원 숲에서 단음의 현악에 취하듯 마음을 비우고 걷는다면 그 단순함 속에서 개운한 뒤끝을 음미할 수 있었다. 지인과 헤어지기 전, 불국사 인근 카페에서 진한 커피 향에 취해 그 또한 무심한 가벼움을 여운으로 남기고 다음 행차, 영덕으로 향했다. 인사말 < 기관소개 < 산림환경연구원 < 산림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이 소중한 산림이 지속적으로 보존 될 수 있도록 산림에 대한 연구와 임업인의 소득증대를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인간과 자연/ 현실과 전설의 교합, 경주 해파랑길_20240115

봉길해변을 뒤로하고 해파랑길을 따라 걸었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등을 이어 구축한 총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걷기 여행길입니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르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이며,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을 뜻합니다 [출처] 해파랑길_두루누비 해파랑길 소개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바다와 함께하는 해파랑길 www.durunubi.kr:443 원래는 나아해변부터 해파랑길 11코스의 시작이었지만 무조건적으로 해파랑길을 추종하는 게 아니어서 언덕길로 이어진다면 그 길을 살짝 벗어나더라도 도리어 해변을..

겨울 갈매기 파도, 봉길대왕암_20240115

그나마 종종 찾던 감포 대왕릉은 그마저도 90년대 후반이었고, 초기엔 행정구역상 감포가 경주란 것도 모른 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당시 뻔질나게 만나던 친구들과 어울리며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면 누구 하나 반문도 없이 기계처럼 감포 대왕암 해변에 무작정 찾았고, 차를 갖고 있던 녀석 또한 타산적인 감정 없이 스스로도 감포 여정을 즐겼다. 그런 대왕암 해변에 꽤나 빈번한 추억을 심었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 버렸고, 그 길목에 암초와도 같았던 덕동호반 구부정길을 우회하여 매끈한 945 도로가 새로 들어섰다. 아침에 무중력과도 같은 가슴을 추스르고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타고 봉길해변에 도착하자 주차장엔 의외로 많은 차들이 주차 중이었는데 나처럼 겨울 바다의 뚝배기 같은 매력을 담으려는 사람들..

아쉬운 불발, 영월관광센터와 청령포_20231120

단종의 슬픔으로 점철된 청령포는 무거운 초겨울 공기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육지 속의 섬이 아닌 땅의 기운이 근육처럼 불거진 그 배후의 지세가 특이한 명승지였다.월요일 아침부터 청령포를 오가는 배는 분주하게 강을 횡단하며 뜀박질하는데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이 작은 세상엔 눈을 뗄 수 없는 것들이 곳곳에 은폐 중이다.모노톤의 딱딱한 벽엔 인간에게 친숙한 생명들이 익살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었고, 크게 굽이치는 서강의 온화한 물결엔 바다로 향한 서슬 퍼런 집념이 웅크리고 있었다.조선 초기엔 한이 서린 유형지로, 현재는 한강이 되기 전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지리적 부표, 청령포에서 작은 울림의 노래를 들으며 다음 만날 곳으로 떠났다.청령포라는 지명은 1763년(영조 39년)에 세워진 단종유지비에 영조가 직..

위대한 믿음의 각인,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31107

믿음은 단편적이거나 열정적이지도, 달콤하거나 아름답지도 않다.오래 거듭된 귀로에서 식상함의 유혹을 물리치고 내 사념 마냥 친근한 타자, 그게 어느 순간 믿음이 되고 부지불식간에 교감의 견고한 가교가 연결되며 의심의 슬러지가 생기지 않는다.때가 되면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세상에 서리란 믿음, 그 믿음의 결실 중 하나가 바로 반계리에 깊디깊은 뿌리를 내려 하늘 향해 모세혈관으로 뻗었다.가을 이파리가 모두 떨어져도 믿음의 편견은 실망이 파고들 여지조차 주지 않은 채 낙엽 자욱한 이곳에서 또 한 번 위대한 믿음의 희열을 느꼈다.미세 먼지도 물러난 청명한 가을 하늘에 홀린 듯 이 자리에서 서서 여지없이 감탄사를 공양하고, 감동을 주섬주섬 챙겼다.앙상한 가지만 남았음에도 간헐적으로 찾는 사람들 또한 나와 비슷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