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태백의 일기, 철암_20221109

사려울 2023. 12. 20. 23:16

그리 긴 세월의 향연도, 그리 머나먼 과거도 아닌데 까마득한 건 망각의 영역에 방치한 기억의 단절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고, 더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허나 옛 정취는 모두 자물쇠가 물려 있었고, 재현된 영광엔 그리 신선할 것도 없었다.
아마도 직접적인 추억이 없어 정취의 발 담그기에 그친 부분도 있겠지만, 옛 정취 재현이 마치 불친절하고 무관심한 것도 미화해서 받아들일 거란 불성실한 부분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꽈배기 한 손에 잡고, 산골 싸늘해진 바람에 의지해 호호 불어 먹는 커피는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흥얼대는 몰입감 이상으로 재밌었는데 산골 낮은 언제나 짧다는 불변을 벗어날 수 없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철암역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2014년에 탄광지역 생활현장 보존·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였다. 철암천 변의 독특한 건축양식을 지니고 있는 까치발 건물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탄광역사촌 조성 취지에 맞게 고쳤다. 건물에는 철암지역 실생활 모습 담은 7개실, 아트하우스를 6개실을 조성하고, 판매시설 및 유휴 공간은 12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시 및 공연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 1실과 야외 설치미술 공간 등을 조성하여 관광객들이 철암지역의 문화 및 역사체험이 될 수 있도록 생활사박물관으로 꾸몄다.
[출처]철암탄광역사촌_한국문화원연합회
 

철암탄광역사촌

철암탄광역사촌은 철암역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2014년에 탄광지역 생활현장 보존·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였다. 철암천 변의 독특한 건축양식을 지니고 있는 까치발 건물은 그대

ncms.nculture.org

처음 찾는 철암과 탄광역사촌에 도착했을 무렵, 부쩍 짧아진 낮이 실감될 정도로 산골 마을은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그리 넉넉하게 남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은 자연적 급해져 잰걸음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탄광역사촌 뒷켠 철암천변에 옛 모습을 그대로 남겨놓았다.
딱 봐도 재현이 아닌 그대로 남겨놓고 유지보수만 해놓았다.
뒤쪽으로 나와 아이를 업고 손을 흔드는 아낙의 모습에서 막장이 떠올랐다.

정나미 똑 떨어진 안내소와 그 너머에 있는 건 철암역이었는데 벌써 등불이 껴지기 시작했다.

탄광역사촌은 내부도 둘러볼 수 있다고 했었는데 이날은 문이 굳게 잠겨 있어서 내부는 들어가 볼 수 없었고, 다만 불이 켜진 식당은 현재 영업 중인 곳이었다.
솔직히 영업 중이란 게 좀 놀랬다.
전체가 박물관 형식으로 보존된 곳일 거라 여겼기 때문.

여긴 영업 중인 곳

이렇게 된 집은 형체만 남아 있는 곳이었다.

대신 탄광역사촌을 지나면 현재 성업 중인 로컬푸드샵이 있었는데 식당, 간식, 복권, 시계, 카페가 있어서 골라 먹는 재미도 있었다.

불 켜진 곳 중 가장 꾸준하게 사람들이 왕래하던 곳은 바로 이 꽈배기집이었다.

역전다방은 과거의 마담 언니가 있는 곳이 아닌 현대식 카페였다.

로컬푸드샵에서 도로 건너 철암역과 선탄 시설이 있었다.

물닭갈비집 또한 사람들이 꾸준히 오고 갔었다.

반주를 곁들여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또한 저녁 시간대라 손님들이 제법 자리를 채웠고, 소방학교가 가까이 있었는지 관련 직종에 있으신 분들이 꽤 많았다.
오또케 아냐구?
그분들 유니폼 덕분이었지.

여기가 로컬푸드샵인데 제법 성황을 이뤘고, 땅거미가 어스름해질 녘에 불이 점점 밝혀졌다.

로컬푸드샵은 전체적으로 너른 광장이었는데 그 한 켠에 열차 테마답게 오래된 열차를 재현해 놓았다.

로컬푸드샵의 끝을 반환하여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섰다.

다시 탄광역사촌을 지날 무렵, 성업 중인 식당이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봉화식당은 여전히 성업 중.
저녁 무렵이라 상상회로까지 작동되는 바람에 허기는 극에 달했다.

분주했고, 탈도 많았던 하루가 저물자 탄광역사촌도 밤이 깊어갔다.
누굴 기다리는지, 아니면 누굴 떠나보내는 건지 텅 빈 탄광역사촌을 빠르게 지나는 차량의 공백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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