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276

냥이_20240918

생긴 건 무시무시하게 생겨 먹었는데 애교와 정이 많은 울집 냥이, 코코.연휴 동안 폭염에 갇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틀어 박혀 있었는데 한사코 사람한테 앵기는 짓을 보면 녀석이 변한 게 아니라 녀석으로 인해 사람들이 변해 급기야 냥이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늘 보면 불쌍해 보이는 건 뭐지?베이비 스키마에 더해 어미의 포근한 품을 일찍 떠난 아련함과 함께 어느 몹쓸 닝겐의 학대 흔적으로 인한 동정심도 한몫했다.그래도 같은 가족이라 다행이다.연휴 마지막 날이라 하루가 저물 무렵이면 진천으로 떠나야 하는데 그러면 한동안 녀석도 방을 오가며 냥냥 울어대겠지?녀석으로 인해 내 생각이 많이도 바뀌었다.

냥이_20240917

다른 가족들이 돌아간 뒤 집안의 정적에 녀석은 그제서야 제 모습을 되찾았다.다리 사이를 오가며 친근함을 표시하던 녀석에게 닭슴가살을 주자 맛나게 먹던 녀석이 포만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제는 놀아달라고 냥냥거려 적당히 사냥놀이를 해주곤 태블릿으로 새소리가 들리는 산골 유튭을 틀어줬다.이렇게 영상에 빠져서 한참 주시하던 녀석.타탄 쿠션에 자리를 잡고도 쉽게 고개를 떨구지 못하고 새소리의 진원지인 태블릿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녀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잠 들었고, 제 영역에 들어온 낯선 인간 종족들 페로몬이 사라지자 드뎌 녀석에게 평온이 찾아왔다.

냥이_20240916

집에 왔는데 껌딱지가 붙지 않으면 섭하지!넷플릭스 영화 한 편 감상하는 동안 녀석의 숙면을 도와준 뒤 제 자리에 옮겨 놓자 잠자리를 깨운 녀석이 삐쳐 버렸다.그러곤 모두가 자고 일어난 아침이 되어서야 발끝에 발라당 드러누워 정겨움을 표현한 녀석.이른 아침에 연신 구토를 하는 바람에 기력이 많이 빠졌는지 녀석이 핼쑥하고 활기가 없었다.츄르와 닭슴가살로 속을 게워낸 녀석을 몸보신시킨 뒤 동탄역으로 궈궈!누님 데리러 동탄역으로 출발하는 길에 지루한 폭염과 달리 바깥 풍경은 한없이 청명하고 눈부시긴만 했다.

냥이_20240908

냥이는 오랜 역사와 셀 수 없는 교배를 통해 인류 친화적으로 변이를 거듭, 이런 냥이는 과거 편견과 달리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알고 댕이처럼 감정 표현도 할 줄 안다.물론 표현 방법이 확연히 달라 그런 다름으로 인해 많은 오해와 편견의 산물이 되긴 했으나 근래 진가를 확인받은 것처럼 부작용도 많다.그래서 댕냥이들은 주인 학대에도 주인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간혹 냥이는 학대 중에 집을 뛰쳐나가는 행위는 집을 가출하는 게 아니라 방어 기제로 위기를 모면한다고 잠시 뛰쳐나가는 것뿐, 뛰쳐나간 후 갑자기 바뀐 환경에 동공 지진을 동반한 극도의 공포감으로 몸을 숨기는 사이 그게 가출로 오해를 받았다.울냥이 또한 그와 비슷한 케이스 아닐까 유추해 보며 그래도 가족이라면 지켜주는 건 이유를 불문하고 당위적인데 어..

냥이_20240907

전날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왔고, 조금 시니컬한 표정으로 티비를 보던 녀석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식빵을 구웠다.모처럼 봤다고 흑미 식빵을 구워 주려는 걸까?녀석의 꾸준한 취미 중 하나는 다함께 모여 앉아 티비 시청을 즐기는 것.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어 뒤통수 스담하면 그렁그렁 거리는 골골송도 듣기 좋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에게 친근한 표현을 하던 녀석은 이튿날에도 어김없이 사람 발끝을 쫓아다니며 요구 사항이 많았다.츄르 달라, 간식 달라, 닭 슴가살 달라, 놀아달라 등등한 번 놀아주자 녀석은 창가 제 의자에 자리를 잡곤 한잠 들었다.여름이 다시 오려는지 대낮 더위가 햇살이 따가운 걸 넘어 후덥지근했고, 하나로마트에 들러 식료품을 마련하러 간 사이 차량 내부는 말 그대로 온실이 따로 없었다.그래서인지 ..

냥이_20240901

일 주일 만에 다같이 모여 티비 시청을 하는데 한 녀석이 깊은 잠에 빠져 분위기 파악 못했다.다른데 가서 자라고 해도, 티비를 크게 틀어도, 옆에서 코와 망고스틴을 만져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망고스틴을 빼먹으려 해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이 갑자기...한 쪽 눈만 삐대하게 뜨고 쳐다봤고, 순간 깜놀했다.왠지 새벽에 일어나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순찰 돌 때 알아봤다.입을 벌리고 입안에 생고무가 살짝 삐져 나올만큼 괴롭혀도 그냥 잠에 열중이었다.그렇게 괴롭혀도 '난 충분히 만족하니까 그만 괴롭히고 날 그만 내버려 두라옹~' 표현하듯 발라당 뒤집어 그대로 잠을 청했다.

냥이_20240830

주말을 앞두고 느긋하게 집에 가자 처음엔 어리둥절, 냥빨 안 서던 녀석이 나중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이불을 펴고 "여기로 와서 자" 한 마디에 녀석은 슬금슬금 다가와 그대로 엎어져 깊은 숙면을 취했고, 옆에서 무얼해도 달달한 잠에 빠져 들어 새벽 날이 밝아올 무렵 잠을 깨고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불법 침입자가 없는지, 쥐샊은 없는지 철통 방어를 위해 탐색을 했다.어떤 생명이든 사랑 받으면 그만큼 귀해진다.

냥이_20240824

오후에 일산에서 승용형을 모처럼 만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쇠주 잔을 기울였고, 서울로 오는 버스가 끊겨 택시를 잡아탄 덕에 겨우 막차에 몸을 얹어 집에 올 수 있었다.집에 와서 씻고 나와 잠시 컴을 할 생각이었지만 현관을 열자마자 잠도 안 자고 식빵을 굽던 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와 무릎에 올라타 버렸다.이후 무릎 위에서 한 시간 이상 녀석을 안아줬는데 그래서 모처럼 하려던 컴 놀이는 물건너 가버렸다.그래도 어찌하리!새근새근 잠든 녀석을 마음껏 주물러도 내려갈 기미는 전혀 없었고, 도리어 이따금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수시로 떠받들 수밖에 없었다.이러니 컴을 만지는 건 요원한 사치가 되어 버렸다.이튿날 녀석이 낮잠 잘 때를 노려야겠다.몇 번 몸부림을 치던 녀석이 앞족발로 얼굴을 가렸고, 입을 헤벌레 벌린채..

냥이_20240823

녀석은 내가 없을 때 조금 풀이 쳐져 있다 내가 오면 밥도 잘 먹는단다.그래서 맨날 잘 때가 되면 내 방에서 농성을 했고, 집안에서 돌아다닐 땐 이렇게 빤히 쳐다보며 눈이 마주치면 가늘게 눈을 깜빡였다.그러다 집사를 줄려고 식빵을 굽는 녀석을 발견하곤 가까이 다가가 식빵 자르는 시늉을 해도 요지부동.정말 집사한테 식빵을 주려나?잘 때가 되면 이미 이렇게 자리를 잡고 먼저 누워 집사가 컴을 두드리거나 잘 때를 기다렸다.컴을 두드리면 무릎 위에 올라올테고, 잔다고 이불을 깔면 슬금슬금 다가와 이불 위에 자리 잡을테고.요 녀석 땜시롱 에어컨도 가장 약하게 틀고 실내 온도 설정도 섭씨 27도로 맞춰 놓게 되는데 자다보면 어차피 이불이 필요 없어 옆구리에 덮는 이불을 포개 놓으면 언젠가부터 그렇게 포개놓은 이불이..

일상_20240822

유독 층간 소음이 꾸준해서 그런지 녀석은 종종 위에서 들리는 쿵쿵거리는 소리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두리번거렸다.녀석의 이런 생뚱맞은 표정을 뒤로하고 병원을 가기 위해 나섰다.뭔 병원에 대기 인원이 그리 많은지 13시 50분에 대기를 걸어놓고 15시 반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3분 정도 진료를 본 뒤 처방받은 약을 사고, 식빵을 구입하여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14시 10분경.세차게 퍼붓던 소나기가 그치자마자 바로 구름 틈바구니 햇살이 쏟아지더니 가지에 맺힌 빗방울이 햇살을 초롱하게도 굴절시켰다.하루 종일 소나기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고, 태풍 종다리 특성상 소나기가 내려도 청량감은 1도 없이 끈적하기만 했다.6월 초 여정부터 시작된 폭염이 8월 하순이 되도록 그칠 줄 모르는 유별난 여름이었다.저녁 식사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