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왔고, 조금 시니컬한 표정으로 티비를 보던 녀석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식빵을 구웠다.
모처럼 봤다고 흑미 식빵을 구워 주려는 걸까?
녀석의 꾸준한 취미 중 하나는 다함께 모여 앉아 티비 시청을 즐기는 것.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어 뒤통수 스담하면 그렁그렁 거리는 골골송도 듣기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에게 친근한 표현을 하던 녀석은 이튿날에도 어김없이 사람 발끝을 쫓아다니며 요구 사항이 많았다.
츄르 달라, 간식 달라, 닭 슴가살 달라, 놀아달라 등등
한 번 놀아주자 녀석은 창가 제 의자에 자리를 잡곤 한잠 들었다.
여름이 다시 오려는지 대낮 더위가 햇살이 따가운 걸 넘어 후덥지근했고, 하나로마트에 들러 식료품을 마련하러 간 사이 차량 내부는 말 그대로 온실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인지 녀석도 햇살이 좋아 밖에 나갔다가 더위를 참지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 실내로 들어왔다.
이제 여름이 지났다고 긴장을 풀었는데 다시 후덥지근해지는 날씨에 조바심이 쥐어짠 짜증이 뒤섞여 나올 정도였다.
해가 질 녘에서야 산책을 나서 복합문화센터를 찍고 돌아왔는데 집에 도착할 무렵 길옆 작은 화단에 어린 냥 둘이 장난치고 있어 가까이 다가가자 고등어태비는 은근슬쩍 도망을 갔건만 온통 까만 냥이는 도리어 다가와 호기심을 드러냈다.
한참 둘이 대치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까만 냥을 귀엽게 보는 집사로서 조약돌만한 얼굴과 까만 빛깔이 귀여워 한참 쳐다보자 녀석이 나지막하게 '웅~'하는 특유의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쪼꼬미가 사람을 위협할 줄 아네.
그게 무서워(?) 자리를 비켜줬고, 녀석은 뒷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모든 가족이 잠든 밤, 녀석이 여러 자세로 몸부림을 치다 결국 벽에 기대어 불편한 자세로 있어 가만히 다가가자 이 또한 잠든 채 몸부림을 친 자세였다.
몸부림이 격한 녀석의 잠꼬대는 정말 고칠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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