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일산에서 승용형을 모처럼 만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쇠주 잔을 기울였고, 서울로 오는 버스가 끊겨 택시를 잡아탄 덕에 겨우 막차에 몸을 얹어 집에 올 수 있었다.
집에 와서 씻고 나와 잠시 컴을 할 생각이었지만 현관을 열자마자 잠도 안 자고 식빵을 굽던 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와 무릎에 올라타 버렸다.
이후 무릎 위에서 한 시간 이상 녀석을 안아줬는데 그래서 모처럼 하려던 컴 놀이는 물건너 가버렸다.
그래도 어찌하리!
새근새근 잠든 녀석을 마음껏 주물러도 내려갈 기미는 전혀 없었고, 도리어 이따금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수시로 떠받들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컴을 만지는 건 요원한 사치가 되어 버렸다.
이튿날 녀석이 낮잠 잘 때를 노려야겠다.
몇 번 몸부림을 치던 녀석이 앞족발로 얼굴을 가렸고, 입을 헤벌레 벌린채 숙면을 취했다.
나라면 잠자리가 불편해서 깊게 잠들 수 없을 텐데 녀석은 참 특이했다.
다리가 저리기도 했고 졸음도 몰려와 잠시 거실로 나가면서 녀석을 앉은 의자에 그대로 옮겨줬는데 돌아와서도 그대로였다.
집사를 이렇게 괴롭히는 데도 불구하고 집을 떠나 있으면 녀석이 눈앞에 아른 거리는 게 바로 그 넘의 정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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