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_20241026 낮엔 유능한 교수로부터 유익한 가르침을 받았고, 밤엔 녀석에게서 메말라가는 감정에 애정의 윤기를 받았다.무릇 생명은 다른 생명에게서 위안을 얻고 감동을 받는다는 것, 살면서 뒤늦게 통찰했다.저 주뎅이에 손을 대면 녀석은 어김없이 하찮은 주뎅이를 내밀어 실룩거리며 비볐다.손끝에 닿는 그 느낌이 뭐라고 신경세포는 하나같이 춤을 췄다.잠시 동안 내 무릎 위에서 깊은 잠을 자거라, 주뎅아!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11.13
냥이_20241025 집에 오면 불변의 법칙!녀석은 밤새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심지어 녀석의 쿠션은 유명무실한 솜뭉치가 된다.원래 녀석은 폐쇄된 공간이나 이불 속은 극도로 혐호했는데 이럴 땐 그 혐오가 일시적이나마 사라졌고, 그 어느 때보다 따스하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한잠이 들었다.씻고 나와도 녀석은 이불 속에서 잠들어 있었고, 다만 흰양말 솜방망이만 눈에 보여 녀석이 있으리라 유추, 아니 확신이 들었다.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11.12
냥이_20241019 항상 집사들 곁에 붙어 있는 녀석에게 이상 징후가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요근래 구토 몇 번을 했고, 심할 경우 장액까지 토해내는 경우가 있었던 데다 식욕이 부쩍 떨어져 그제야 녀석의 건강에 적신호를 알아챘다.볕 좋은 낮에 쇼파에 앉아 있는 동안 녀석이 계속 눈앞에 붙어 있었다.늘 그랬던 만큼 냥이들 하는 꼬락서니는 귀엽고 하는 짓은 애교가 넘쳤다.심지어 테이블을 두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중에도 맞은 편에 자리를 잡고 빤히 째려봤다.그러다 오후 들어 부쩍 녀석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맑은 콧물이 많았고, 기력이 없어 보였고, 집사들한테 냥냥거리며 쫓아다녔다.집사들 발끝에 거의 떠나지 않는 건 마찬가진데 묘하게 불편한 몸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겨우 녀석을 켄넬에 넣어 후딱 병원으로 이동, 잠시 대기하는..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11.12
냥이_20241009 가을 햇살이 따스하면서 환희 넘치던 한글날, 그 햇살을 찾아 녀석이 베란다에 잠들었다.좀전까지 바깥 세상을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즐기던 녀석이었는데 언제 잠들었는지, 정말 냥이들 발자국 소리만큼 소리소문 없이 잠들었다 이내 다가와 발끝에 붙어 있기 일쑤.그렇게 곤히 잠을 자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집사 발끝에 따라붙다 장실 앞에 식빵을 굽고 있었다.난 이럴 때 항상 손으로 식빵 자르는 시늉을 했고, 그럴 때마다 녀석은 덤덤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쇼파에 집사들 옆에 자리를 잡고 거만하게 앉아 있는 녀석이 신기해 "왜 주뎅이가 고따구로 생겼냐?" 그랬더니 녀석은 말 뜻은 모르고 그저 눈인사를 연신 날렸다.오후가 되어서도 역시 바깥 세상 구경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몰래 다가가 녀석 뒤에 서서 나 또한 삼매경에..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10.23
냥이_20241008 아침 일찍 서둘러 인덕원으로 출발, 생각보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된 덕에 집을 털어내곤 돌아왔을 때도 이른 오후였다.남 집사가 없을 땐 축쳐져 있다 집으로 돌아오자 녀석은 다시 철 없는 수컷으로 돌아와 철 없는 짓을 일삼았다.냥냥거려서 얼른 한 번 놀아주자 실컷 놀곤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베란다로 향하는 녀석.어찌나 느긋하게 걷는지 베란다까지 가는데 한참 걸렸다.베란다로 나간 녀석이 감감무소식이라 녀석을 찾으로 나왔는데 여 집사와 함께 바깥 구경과 더불어 가을볕을 쪼이다 녀석은 금세 잠들었단다.왠지 집안이 평화롭더라니.하루 종일 집사들의 발끝에 붙어다니던 녀석이었는데 밤에 마실 산책 다녀오자 녀석은 또 새근새근 잠들어 온 집안이 조용했다.그러니 녀석이 눈에 밟히지 않겠나.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10.23
냥이_20241006 새근새근 낮잠을 자는 녀석에게 녀석의 모포를 덮어주자 그 따스함을 몸으로, 표정으로 표현하며 더욱 달달한 잠에 빠져들었다.녀석을 보는 시선을 눈치 챈건지 얼굴을 모포 깊숙히 파묻고 계속 잠을 청했다.이럴 땐 흔들어 깨우고 싶을 정도로 장난치고 싶었다.몸부림을 많이 치는 녀석인데 그래도 따스함이 좋았던지 모포는 밀어제치지 않고 마빡만 내밀었다.냥이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을 초창기엔 무조건 손을 뻗어 스담해줬었는데 이제는 녀석의 휴식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나도 누군가 멋대로 만지면 귀찮아서 쫑따구 내니까.한 잠 때린 뒤 일어난 녀석은 습관대로 식탁 아래 의자에 자리를 잡곤 출석 체크 중이었다.있어야 될 집사들이 제대로 있는지, 그게 녀석의 낙이자 안정을 찾는 가장 중요한 하루 일과니까.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10.17
냥이_20241005 녀석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기나긴 여행을 다녀온 마냥 하루 죙일 퍼질러 잤다.집사의 괜한 욕심으로 녀석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바엔 차라리 원래처럼 외출할 땐 집에 두고 CCTV를 활용해야 스것다.낮에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쏟아지자 녀석은 볕이 좋은 곳에서 연신 잠을 잤다.전날까지 극도로 동공 지진을 보였기 땜시롱 많이 피곤했겠지?오후가 되어서야 녀석은 일상으로 돌아왔는지 사람한테 안겨서 졸다가 대화도 엿듣다 하며 원래의 똥꼬발랄한 모습을 보였다.녀석은 내려올 생각이 없었던지 자는 척만 했고 잠에 빠져든 건 아니었다.손을 갖다대자 슴가를 스담해 달라고 팔을 벌려 슴가를 보여줬다.손을 떼자 '왜 스담 더 안하냥?'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뇬석아, 자는 척 하지 말고 내려와!오후 해가 많이 기울 무렵 반석..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10.15
냥이_20241004 역시나 냥이는 영역 동물이었던가!길 생활은 어느새 잊었는지 처음과 달리 낯선 환경에선 이불 속에서만 있었다.장실은 하루 종일 딱 한 번만 갔고, 잘 먹던 밥도 거의 입에 대질 않았다.하루 정도 만에 적응하는가 싶었는데 창 너머 사람들의 소리를 듣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졸다가 다시 눈을 떴다가를 반복했는데 잘 키우던 냥이가 집을 나가면 찾기 힘들다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하는 수 없이 금요일 저녁에 다시 동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집에 돌아오자 금방 녀석은 제 집을 알아채곤 가장 먼저 장실에 갔다 김치냉장고 위로 올라가 주뎅이만 내민 채 한 시간을 그렇게 잤다.다음부터 녀석을 데리고 외출하는 건 절대 엄금!진천 집에는 녀석의 채취가 있을 테니 진천과 동탄만 데리고 다니기로 ..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10.15
냥이_20241003 가족들을 초대하기 위해 전날 집에 도착한 뒤 아침에 일어나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 쇼파에 앉아 있노라니 녀석이 티비 앞에 냉큼 자리를 잡았다.연신 눈을 맞히는 녀석.내가 없는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방에 들어가 냥냥거렸다던데 모처럼 집사를 보자 계속 따라붙었다.그래도 사진 찍으려면 절묘한 타이밍으로 고개를 휙휙 돌려버리는 녀석.한 번 놀아주고 쇼파에 쉬고 있는 녀석을 캐리어에 집어 넣어야 되는데 얼마나 진땀을 뺄 지 안봐도 뻔했다.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녀석을 겨우 캐리어에 넣고 진천으로 궈궈!진천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를 타고 안성을 지나면서 빗방울은 굵어졌는데 창문을 열어놔서 비가 들어오지 않았을까 걱정도 잠시, 여기까지 온 김에 진천에서 유명한 막국수는 먹어야지.어차피 비가 들어왔으면 닦아내면 그..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