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274

냥이_20241110

녀석을 두고 잠시 평택 소사벌에 다녀왔는데 그러는 사이 녀석은 쿠션 위에서 무기력하게 졸며 이따금 몸만 뒤척일 뿐, 식사도 하지 않았다.그게 불쌍해 보여 저녁 외식 대신 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식사를 했는데 현관을 여는 순간부터 녀석은 무척 정겹고 명랑했다.바닥에 앉아 있으면 앞까지 다가와 얼굴을 마주보고 정겨움을 표현하는 녀석.하긴 불쌍한 게 아닌데 냥이들 외모 자체가 불쌍하게 보여서 그런 생각이 든 게 아닌가 싶다.식사가 끝나자 저녁 루틴처럼 여기저기 집사들 무릎 위에 올라와 잠든 척 했다.나이로 따지면 5년이 훌쩍 지난 성묘인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어린 티를 벗지 못하는 녀석으로 인해 더 정겹고 더 훈훈한 게 아닌가 모르겠다.

냥이_20241103

녀석으로 인해 가족들이 모이면 대화가 늘었다.집 나간 가족들도, 집을 지키는 가족들도 녀석에 대한 대화에서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심지어 녀석을 마음을 얻기 위해 감정팔이까지 하는 가족도 있었다.녀석은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줄곧 간식과 놀이를 즐긴 가족들에게 마음을 줬고, 뒤늦게 녀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시크한 녀석에게 원망보단 관심 동냥을 바랬다.오후에 오산 세교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동안 이제는 눈치가 빠른 녀석이 유독 눈앞에 따라다녔다.외출을 위해 옷을 주섬주섬 입는 동안 녀석은 멀리 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현관이 한눈에 보이는 의자에 앉아 묘한 자세로 쉬고 있었다.두 족발을 이렇게 하는 건 뭐냥?깨물어 달란 거냥?어엿한 성묘인데도 냥이들은 귀여움과 동시에 묘한 애수로..

냥이_20241102

껌딱지가 떨어질 땐 퍼질러 자거나 햇살이 좋아 일광 소독을 할 때인데 특히나 가을볕이 좋던 주말에 집사들이 모여 녀석의 심리적 안정감이 극도에 달하면서 햇살이 쏟아지던 따스한 창가에서 일광 소독을 준비했다.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여겨질 무렵이 이맘때쯤이라 녀석 또한 창을 열어 시원한 바람 속에서 그 따스함을 만끽하며 그루밍 중이었다.집사들이 쇼파에 앉아 있나 꼼꼼히 훑어본 뒤 녀석은 그대로 퍼질러 누웠다.어디든 누우면 제 잠자리가 되고, 쉼터가 되었다.한참을 일광 소독한 뒤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해 쇼파에 드러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집사들은 평소처럼 생활을 해도 녀석은 여간해서 잠을 떨치지 않았다.그만큼 제 영역이라 여긴 집 안에서 낙천적으로 변했다.녀석이 자는 걸 그대로 두고 집을 나와 오산으로 ..

냥이_20241101

집에 돌아온 날을 증명하듯 녀석이 밤새도록 떠나지 않고 곁에서 한잠 늘어졌다.주중 며칠을 못 본 애틋함이라 치자.처음엔 한 자세를 유지하는데 다리가 저렸고, 허리가 욱신했지만 이제 집사도 대책을 마련하여 무릎 위엔 쿠션을 둬 인간보다 체온이 높은 녀석으로 말미암아 땀이 차지 않았던 데다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무릎에 지속적으로 힘을 쓰다보면 다리가 결리던 걸 무릎 아래 목침 같은 쿠션으로 해결하여 힘을 들이지 않아도 해결 되었다.잠자리에 옮겨 이불을 덮어주면 밤새 옆에 붙어서 잠에 늘어지던 녀석으로 말미암아 집에 왔다는 걸 거듭 실감하던 날이었다.

냥이_20241027

일상의 루틴이 새벽부터 일어나 식사를 한 뒤 집사들을 찾아 다니며 기웃거리는 녀석이 대낮이 되면 집사들을 모두 깨워놓곤 잠자리를 교대했다.그럴거면 왜 깨우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티비 소리가 크게 들리는 데도 녀석은 꼼짝하지 않고 제 잠에 충실했고, 집사들은 부스스 일어나 아점을 차려먹었다.이렇게 잠든 모습을 보면 한 없이 평화롭기만 한데 눈을 뜨는 순간부터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평화는 잠들고 질기고 질긴 생고무 같았다.한잠 들면 간헐적으로 실눈을 뜨긴 해도 여간해서는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이 어느 순간 일어나는 공통점이 있다.바로 집사들 식사가 끝나면 녀석은 일어나 잠을 떨치며 동시에 평화도 떨쳤다.한 번 거나하게 놀아주고 나면 녀석은 다시 잠을 청했고, 잠자던 평화는 기지개를 ..

냥이_20241026

낮엔 유능한 교수로부터 유익한 가르침을 받았고, 밤엔 녀석에게서 메말라가는 감정에 애정의 윤기를 받았다.무릇 생명은 다른 생명에게서 위안을 얻고 감동을 받는다는 것, 살면서 뒤늦게 통찰했다.저 주뎅이에 손을 대면 녀석은 어김없이 하찮은 주뎅이를 내밀어 실룩거리며 비볐다.손끝에 닿는 그 느낌이 뭐라고 신경세포는 하나같이 춤을 췄다.잠시 동안 내 무릎 위에서 깊은 잠을 자거라, 주뎅아!

냥이_20241025

집에 오면 불변의 법칙!녀석은 밤새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심지어 녀석의 쿠션은 유명무실한 솜뭉치가 된다.원래 녀석은 폐쇄된 공간이나 이불 속은 극도로 혐호했는데 이럴 땐 그 혐오가 일시적이나마 사라졌고, 그 어느 때보다 따스하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한잠이 들었다.씻고 나와도 녀석은 이불 속에서 잠들어 있었고, 다만 흰양말 솜방망이만 눈에 보여 녀석이 있으리라 유추, 아니 확신이 들었다.

냥이_20241019

항상 집사들 곁에 붙어 있는 녀석에게 이상 징후가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요근래 구토 몇 번을 했고, 심할 경우 장액까지 토해내는 경우가 있었던 데다 식욕이 부쩍 떨어져 그제야 녀석의 건강에 적신호를 알아챘다.볕 좋은 낮에 쇼파에 앉아 있는 동안 녀석이 계속 눈앞에 붙어 있었다.늘 그랬던 만큼 냥이들 하는 꼬락서니는 귀엽고 하는 짓은 애교가 넘쳤다.심지어 테이블을 두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중에도 맞은 편에 자리를 잡고 빤히 째려봤다.그러다 오후 들어 부쩍 녀석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맑은 콧물이 많았고, 기력이 없어 보였고, 집사들한테 냥냥거리며 쫓아다녔다.집사들 발끝에 거의 떠나지 않는 건 마찬가진데 묘하게 불편한 몸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겨우 녀석을 켄넬에 넣어 후딱 병원으로 이동, 잠시 대기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