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129

냥이_20240211

늦은 시각에 잠자리를 들면 녀석은 백발백중으로 집사 무릎에 올라와 온갖 자세로 잠을 청했다.고양이란 존재를 키우며, 성묘가 되었건 아깽이가 되었건 녀석들은 있는 그대로 행동하지만 집사 눈엔 왜 이리 귀여운지 모르겠다.그래서 집사는 늘 무릎 혹사 당한다.이렇게 무턱대고 올라와 잠들면 깨울 수 없었다.난 죄가 없는데 누명을 쓴 기분이랄까?꼼지락꼼지락.원래 잠꼬대나 몸부림이 심한 녀석인데 이렇게 불편한 자리에서도 똑같았다.순간 눈을 뜨고 집사를 째려봤고, 그와 동시에 집사도 녀석을 째려봤다.앞족발을 뻗어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기도 시작할고냥. 새해엔 츄르 홍수 터지공, 딸랑이들이 미쳐 날뛰게 해줄고냥?'

냥이_20240209

햇살이 포근한 오후, 녀석은 정해진 시각에 낮잠을 자는데 실내 따스함이 더해져 쿠션 위에서 급격히 무너져 잠들었다.집안 평온의 저울은 녀석의 표정에 스며들어 나른한 전염병처럼 번졌다.겨울 햇살은 녀석에게 개꿀.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창가에서 녀석은 눕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잠들었다.따스한 실내 공기와 포근한 오후 햇살이 녀석에게 있어 단잠 이불이자 꿈속 친구가 되어줬다.한참을 자고 부스스 일어나 집사들 출석 체크 중.만족스런 저 주뎅이.저녁을 준비하는 집사들을 따라와 화이트 노이즈에 안심하는 녀석이었다.

냥이_20240208

녀석 또한 사람처럼 감정이 있다는 걸 깨닫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의도적으로 못 본 척했는데 그게 더러운 기분의 시초였고, 그 더러워진 기분은 말 그대로 냥무시로 되돌아왔다.아! 무관심과 다른 무시가 자극이 가능하단 걸 새삼 깨달았다. 다른 집사한테 안겨서 꼬물꼬물거리던 녀석.녀석은 털 한 움큼 먹은 표정 마냥 떨떠름하게 쳐다봤다.사실 저 눈빛이 '난 만족스럽다옹~'이긴 하지만.안 자면서도 자는 척했고, 눈을 마주치면 '난 지금 편하다옹~''집사, 볼 일 없습네다옹~'어차피 결말은 같은 거 아닌가?안겨서 쉬고 싶었던 것.

냥이_20240207

새벽에 완전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묘한 압박감에 어스름 눈을 뜨자 창 쪽으로 괴물 실루엣이 보였고, 그래서 순간 악! 소리도 못하고 ㅎㄷㄷ잠에 취해 그렇게 봤는지 이내 익숙한 형체라 손을 뻗자 털뭉치가 내민 손끝에 털을 문질렀다."욘석아, 까무라칠 뻔했잖아"오후엔 컴 앞에 앉아 열중하고 있었는데 녀석이 어느샌가 그림자처럼 다가와 째려봤고, 그걸 뻔히 알면서 무시함으로써 소심한 복수를 했다.

냥이_20240204

무릎 위에서 한 시간 동안 이러고 있으면 다리는 저리고 삭신은 쑤신다.자는 녀석은 깨우기 안쓰러워 보통은 그냥 두다 깊이 잠들면 쿠션 위로 옮기는데 자는 것도 아니라면 얼마나 얄미운지 모른다.그래서 얄밉다는 표현으로 녀석을 째려보게 되고, 얼굴 싸다구 날리는 대신으로 분노의 스담스담을 하게 된다.동기는 분노의 스담인데 손끝 표현은 애정으로 바뀌는 이유?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잠들기 전의 그루밍은 필수.그래서 자겠거니 했다.근데 잠든 게 아니라 꼼지락 거리며 자는 척! 하는 잔망쟁이였다.어찌나 꼼지락 거리는 지 옆구리에 낙지 한 마리가 붙어사는 줄 알았다.그래도 결국 자긴 했고, 이 사태에 이르렀다.집사와 냥이가 서로 눈싸움 대치 중.얘는 눈 굴리기를 워찌나 잘하는지 집에서 눈칫밥 배부르게 주는 줄 알겠따...

냥이_20240201

냥특수상대성이론도 있다.보통 사람들은 정신적인 부분과 별개로 육체적인 부분은 성장기를 거쳐 독립적인 행태를 갖는데 댕냥이들은 성장기를 거쳐 ‘껌딱지 근성=스담 세제곱+관심 제곱+케어’란 독특한 공식을 갖는다.그래서 나와 똑같이 생긴 집사는 잠들기 전 노트북 두드리면 손바닥에 냥이 얼굴이 붙어 있단다.나와 똑같이 생긴 집사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했다.중간 과정이 생략되었지만 손바닥을 묘체 공학적인 위치에 두도록 엄청나게 강요당했다.노트북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꼼지락꼼지락 거리는 걸 보면 절대 자는 게 아닌데 자는 척 하는 중.이렇게 짱돌 굴리는 거 보면 어처구니 밥 말아 드신다.도저히 못 참았는지 슬며시 눈을 뜨지만 집사 짬밥에 이미 알고 째려보던 중 실눈 뜬 녀석과 눈이 ‘땋’ 마주쳤다.녀석이 겸연쩍었..

냥이_20240128

낮이면 볕이 잘드는 창가, 녀석이 항상 낮잠을 청하는 쿠션 위에 올라 달달한 잠에 빠졌다. 무언가를 덮어주면 몸부림도 거의 치지않고 왠만한 소리에도 깨지 않은 채 깊게 잠들었다.한참 한 자세를 유지하고 발이나 조뎅이만 꼼지락 거리는 녀석이 신기해 가까이 다가가 빤히 쳐다보자 녀석도 간헐적으로 실눈을 뜨며 눈을 마주쳤다. 말랑말랑, 따끈따끈 초코젤리.눈이 부신지 앞족발로 눈을 가리다 그것도 귀찮은지 치웠다 반복하며 잠을 자고 있었다.한밤 중 몸이 불편해서 눈을 뜨자 녀석은 집사 위를 자근자근 밟고 다니다 다리에 자리를 잡고 뻗었다. 이거 은근 불편한데도 집사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녀석한테 한 마디 못하고 불편한 잠을 청했다.

냥이_20240126

사람한테 엉겨 붙는 습성은 갈수록 다양하고 집요하게 나타났다.티비 보고 있자니 기대어 자고, 햇살 아래 뭐든 덮어주면 다소곳이 잤다.한밤 중 자다가 몸이 불편해 눈을 떠보면 집사 위를 자근자근 밟고 다니며 같이 자자고 보챌 때도 많았다.역시나 열 번, 백 번 듣는 것보다 직접 지내면 우리가 알던 잘못된 편견을 자각하고, 깊은 정을 나눌 수밖에 없다.근데 사람한테 기대어 자는 모습이 너무 사람 같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