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129

대구행_20220429

오랜만에 대구를 방문한 건 아주 오래전 내 기억에 각별한 분을 뵙기 위한 건데 대책 없이 막히는 고속도로를 통과하여 자정 넘어 도착했다. 그리 늦지 않았다면 숙소 옆 강변과 너른 공원을 루틴처럼 둘러봤겠지만 이튿날 빼곡한 일정이 부담스러워 바로 쓰러졌다. 다행히 흐리지만 대기가 무척 맑아 이번 대구행은 타이밍 조~~~ 타. 집에서 살림을 챙기면 녀석은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거리를 두고,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얼른 다녀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뇬석아. 대구에 오면 절반 이상은 이 호텔을 이용하게 된다. 강변과 짝짜꿍이 되어 호텔 자체보다 하나의 덩어리가 무력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갠적으로 대기가 맑고 햇살 쨍한 날보다 차라리 이렇게 흐리지만 대기가 화사한 날을 좋아한다. 이튿날 숙소를 빠져나와 서변동으..

냥이_20220306

어찌 이리 사람한테 붙으려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다. 냥이 껍질을 입은 사람인가? 태블릿에 찍힌 범인의 행적. 방바닥에 방치한 태블릿을 밟아 카메라 모드 전환되고, 한술 더 떠 셔터까지 젤리로 마구 눌렀다. 어떻게 보면 너구리 같고, 어떻게 보면 산모기 같은 넌 누규? 100장 정도 찍힌 걸 보면 셔터에 젤리를 걸쳐 놓은 게 아닌가 싶었다. 스스로 추억의 징표를 찍는 녀석이라니... 이래서 웃는다.

냥이_20220201

눈 내리는 날, 신기한 눈빛으로 눈을 감상하던 녀석이 어느새 다리품으로 들어와 티비에 빠져 들었다. 한참 고자세를 유지하는 바람에 다리 쥐가 났는데 얼마나 대담한 녀석이길래 냥이가 버티고 있는 자리 아래 버젓이 다리를 타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다리에 쥐 났으니까 얼른 잡아" 그러자 냥무시하고 제 편한 단잠에 빠졌다. 녀석이 베란다 창에 다가가 내리는 눈을 마냥 신기하게 쳐다봤다. 조금은 추운지 거실로 들어와 내리는 눈을 계속 감상 중이다. 내리는 눈이 마냥 신기한 눈빛으로 녀석은 한참 밖을 바라봤다.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있자니 언제나처럼 허락 없이 자리를 잡고 거만한 포즈를 취했다. 저 족발은 뭐지??? 그러다 잠시 자는가 싶다가도. 이렇게 발라당 일어나 다시 티비 시청을 하는데 이제는 족발을 걸쳤..

냥이_20220118

따스한 겨울 햇살 아래 몽롱한 단잠이 유난히 달콤하다. 상대적인 쾌감이라 표현할까? 밖은 세찬 겨울 여우바람이 대지를 낱낱이 집어삼키는데 그로 인해 바람이 범접하지 못하는 유리창 너머 양지녘은 온기가 극대화된다. 그 아래 단잠을 청하는 녀석의 표정이 사뭇 평화롭다. 녀석의 쿠션은 볕이 좋은 창가에 매일 일광 소독을 시키는데 거의 매일 녀석은 거기에 누워 단잠을 청했고, 이날 또한 마찬가지. 양지바른 자리에서 단잠을 자는 녀석의 표정이 무척 평온해 보여 몰래 다가가 사진을 찍었는데 얼마나 숙면을 취했으면 녀석은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저녁엔 녀석의 껌딱지 본능이 나왔다.

냥이_20211231

낮잠 자려고 자리에서 밍기적거리는 녀석에게 다가가서 빤히 쳐다봤다. "이렇게 보니 잘 생겼네, 몬난아~" 이렇게 서로 빤히 쳐다봤다. 녀석이 시선을 피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계속 빤히 쳐다봤어 그런지 녀석이 마치 '와씨! 쪽팔려' 이런 행동은 '난 충분히 편하니까 방해하지 말아주삼' 잠도 안 자는 녀석이 제 자리에 누워서 뒹굴기만 했다. 그러다 한참 지나 내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올라 안겨서 자는 척!만 하고 잠들지 않았다. 자는 척! 해야 되니까 젤리를 조물락 거리도 가만히 있는 척! 했다. 쇼파에 있는 제 쿠션 위에 옮겨 두면 눈을 번쩍 뜨고 괜히 억울하고 불쌍불쌍한 표정만 지었다. '집사, 눈치챘어?'

냥이_20211010

잠에서 깨어 녀석을 쳐다보자 벌써 일어나 기다렸다는 듯 부동의 자세로 빤히 쳐다본다. 배는 고픈데 일어나길 기다렸다 눈을 뜨면 다가와 '아옹'거리는 녀석이 이번엔 다른 가족들이 보이지 않아 조금은 무기력한 모습이다. 얼른 녀석 아침을 챙겨주고 외출하려니 녀석이 다시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가만히 누워 일어나길 기다렸나 보다. 눈을 뜨자 바로 이런 표정과 자세로 한참 굳어있었다. 아침을 챙기고 외출 준비를 끝내고 나가려는 찰나, 녀석의 표정은 온통 불쌍불쌍하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집안 정리를 끝내자 녀석이 찰떡같이 달라붙었다. 얼추 집안 정리가 끝나고 잠깐 휴식을 이용해 녀석과 같이 음악을 듣고, 다시 학업에 몰두하려던 찰나 다시 찰떡이 달라붙었다. 불쌍한 마음에 무릎을 내어줬지만 염치도 ..

나른한 4월 눈_20210405

4월 눈이 내리던 나른한 오후에 봄이 지나던 길목에서 꽃잎의 콧노래를 따라 걷는다. 계절은 등을 보이지 않고 시나브로 이 길을 따라 떠나지만 이미 지난 발자국이 구구절절 아쉬울 때, 그때마다 모든 계절이 머물던 자리에서 피어나는 싹에게서 품은 감사의 씨앗을 추스른다. 얼마나 머나먼 길이기에 떠난 자리의 여운은 이다지도 클까? 퇴근길에 벚나무가 줄기차게 늘어선 길은 때마침 부는 한차례 바람이 햇살과 버무린 눈송이를 휘감는다. 봄의 전령사가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사진들을 연속으로 넘기면 우수수 떨어지는 눈발이 살아서 번뜩인다. 그래도 아직은 눈구름이 두텁다. 봄의 쾌청한 기운에 맞춰 가슴 이끄는 걸음 또한 경쾌하다. 신록이 눈발을 밀어내는데 그 또한 봄의 하나다. 녀석은 하루..

냥이_20210327

집사 냥반, 요즘 왜캐 늦게 기어들어와? 도통 추워서 말이지. 여기서 나를 품어 주던가, 아님 날 안고 쇼파에 앉게나. 낮에 집사 얼굴 오랜만에 보네, 그려. 가까이 와서 등 좀 두들겨 보게나. 말귀를 참 못 알아듣네. 등 두들기고 품어 달랬지, 이런 걸 덮으랬나? 노답일세. 봄을 한아름 따다 입에 넣자 새벽의 시원하면서 향긋한 내음이 은은하게 퍼진다. 물론 사유지에서 딴 진달래라 위태로운 비탈길이라도 맘 편하게 땄지만 벌레가 눈에 종종 띄인다. 꽃 씻은 물에 까만 벼룩 같은 게 동동 떠서 통통 튀어 다닌다. 먹기 전에 신중하게 봐야 되겠다. 냥이가 냉큼 다가와 호기심을 나타내다 자기 취향이 아닌지 나중엔 시큰둥해지고 대화하는 입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꽃에서 까만 벌레들이 나와 흐르는 물에 씻어 널어놓자..

냥이_20210304

집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반긴다. 오래 집을 비우면 모든 봇짐과 옷을 검열하고, 잠깐이면 바로 몸을 비벼 댄다. 이번처럼 비교적 오래 떨어져 있으면 그 동안 못했던 스담을 많이 해줘야 되고, 그렇게 되면 그 동안 듣지 못했던 골골이를 들을 수 있다. 이처럼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다리를 철통 수비하고 검열을 한다. 짐과 방을 정리하는 사이 주변을 맴돌며 원래 직업인 스토커가 되어 일거수일투족 감시레이다를 쏜다. 그러다 자리를 잡고 방심을 하는 사이 바로 무릎 위로 올라와 점거하게 되고 그러면 스킨쉽은 의무가 된다. 냥이 눈망울을 자세히 보면 수정구슬 같은 어안렌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