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75

비 내리는 강변에서 인상깊은 커피향_20200225

지치지도 않고 한결 같이 유유한 자태. 비가 내려 작은 파문은 지나가는 기후의 작은 배려다.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각별한 시각이 더해져 풍미가 유유해진다. 창밖에서 두드리며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부른 걸까? 아님 한강이 부른 걸까? 유독 이 카페에 오면 숙연해지는 건 큰 어르신, 한강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선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렀지만 그 선택이 즐겁다.

진부 단골집_20200201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길. 여행자가 되어 음악의 선율과 함께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 살포시 목적지 언저리에 다가섰다. 목적지인 정선 파크로쉬를 가까이 두고 허기를 채우는 건 진부를 지나면 마땅히 요기할 만한 곳이 없어, 정말 좋고 맛있어서가 아니라 습관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다른 집을 찾자니 낯선 곳에 모험의 댓가는 지불하기 싫고 해서 평타 이상만 하면 찾게 되는 곳 중 하나가 진부시장 통 가까이 있는 칼국수집과 베이커리 카페. 시골 밤은 언제나 빨리 찾아와 조금만 머뭇거려도 전부 문을 닫아버리는 현실에서 헤메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항상 여기를 방문하는데 좀 짜긴 해도 바지락칼국수는 괜찮다. 불퉁한 표정의 노부부께서 운영하시는데 내부는 꽤 깔끔하다. 칼국수로 요기한 다음 바로 찾게 되는 곳으로 깜깜한 가운..

천리 행군?_20190924

하루 동안 천리 행군 저리 가라다.학가산에서 출발하여 원래 목적대로 대구, 봉화를 거쳐 집으로 갈 심산인데 단순하게 직선길로 가는 것도 아닌지라 고속도로와 꼬불꼬불 국도를 종횡무진 했다. 학가산 휴양림을 빠져 나와 예천IC로 가던 중 어등역 이정표를 보고 핸들을 돌려 반대 방향길로 접어 들어 처음 들어본 시골 간이역에 잠시 들렀다.멀찌감치 차를 세워 놓고 혼자 걸어 어등역에 다다르자 굳게 문이 닫혀 더이상 운영하지 않는 폐역이었다.이런 모습의 간이역은 참 익숙한데 깔끔하게 덧칠해진 외벽은 왠지 이질감이 든다. 어등역 바로 앞은 이렇게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 개울 너머 마을로 접어 들기 위해선 작고 낡은 다리를 건너야 되는데 얼마나 발길을 외면 받았는지 다리는 위태롭고 다리 초입은 수풀이 무성하며, 다리 ..

여주 나들이_20190822

귀촌을 준비중이신 사회 은사를 만나러 여주에 갔다 개미 똥꼬 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 도움(?)을 드리고 집으로 가기 전, 커피 한 사발 나눴다.가을 같은 여름, 타들어가는 햇살이 그득해도 가을의 기대감이 양산되는 휴일로 카페의 통유리 너머 마주하는 한강이 어느 때보다 평온하다. 유구한 한강을 벗삼아 따사로운 햇살로 노 젓는 돛단배 하나가 무척이나 평화롭다.어디서 어디로, 정처 없이 간들 닻을 내리면 한뼘 누울 곳 되고, 한 폭 액자 속 그림이 될 광경이었다. 탄생 순서로 서 있던 이쁜이 3인방.내 첫 차 였던 티코를 필두로 이렇게 멋진 차 삼 형제가 함께 모인 장면이 흔치 않은데.티코를 보게 되다니 영광이다.아직 매끈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거 보면 차주께서 정말 애정을 갖고 관리 잘 하셨나 보다.내 ..

너그러운 남한강에 기대어_20190524

이튿날 커튼을 열어 젖힘과 동시에 강렬한 햇살이 사정없이 실내로 넘쳐 들어와 호텔방 안을 가득 채웠다.전날 밤 늦게 도착해서 창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을 때 자욱한 가로등 불빛에 호텔 옆 주차장과 공원만 비추며 활기가 넘쳤는데 낮이 되어 밖을 보자 익숙하던 공원을 비롯하여 밤에는 쉽게 보이지 않던 잔잔한 남한강과 그 건너 신륵사, 그 너머 광활한 여주의 평원까지 여지 없이 보인다. 남한강과 공원이 만나는 지점에 나루터가 있고 연이어 캠핑장이 촘촘히 박힌 너른 유원지가 펼쳐져 있는데 아침부터 워낙 따가운 봄햇살이 내려 쬐여서 그런지 인적이 거의 보이지 않고, 신록만 흥에 겨운 전경이다. 썬밸리 호텔에 자리 잡은 워터파크는 아직 뜨거운 여름 시즌이 오기 전이라 텅비어 있는 그대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로..

어버이 날~_20190508

년 중 절대 잊어선 안 되는 날인데 전날 퇴근 무렵 후다닥 준비한 카네이숑은 사실 끝물이라 꽃잎 상태가 괜춘하면 꽃봉오리가 삐리리하고, 꽃봉오리가 탱글하면 꼭 꽃잎 하나 정도 겁나 티나게 젬병 같았다.하는 수 없이 만개한 꽃은 적지만 봉오리가 괜춘한 녀석을 골라 가져 왔는데 다음날 아주 이쁘게 얼굴을 활짝 열고 째려 본다. 저녁엔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나누기로 했는데 미리 예약한 식당에 들러 자리를 깔고 앉아 폭풍 흡입 한다.가끔 딤섬이 먹고 싶을 때 찾는 곳 중 하나, 몽중헌.덕분에 입맛만 올라가서 만두처럼 대량으로 찍어내는 맛과 식감은 식상해져 버린 모순이 있긴 하나 어쩔 수 없는 게로 본능에 충실히 따라 줘야지.딤섬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긴 부담이 좀 되고 해서 보통 다른 음식을 메인 메뉴로 대여섯 ..

작별, 그리고 아버지 성묘_20190306

대구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일어나 오마니 뫼시러 합천으로 향하는데 최악의 미세 먼지 습격이다.대기가 뿌옇게 짓눌려 있는 건 기본이고 마치 자욱한 안개가 끼인 양 텁텁한 공기 내음까지 한 몫 한다.근래 들어 전국적으로 최악의 미세 먼지 농도란다. 합천에 오마니 모시러 가는 길, 지도가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카페에 들러 잠시 여유와 따스한 향에 취해 본다. 처음 만난 친지-외가 쪽이라 외삼촌, 외숙모-를 모시고 따스한 진지상 한 번 대접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마실에 만만히 다니시는 백반집으로 가신다.백반도 좋지만 평소 잡숫는 식사보다 좀 특별한 대접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한사코 거기로 가시는 고집을 어찌 꺾을 소냐.헤어질 시간이 다가와 작별 인사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께 뒷모습을 보이며 터벅터벅 걸어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