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75

일상_20180331

부천에서 동탄까지는 꽤나 먼길이라 집에 오자마자 한 바탕 낮잠을 자고 늦은 오후에 일어나 동네를 배회했다.이 좋은 봄날의 시간이 아깝잖아! 해 질 녘 집을 나와 동네를 배회하던 중 유독 도도한 매화가 눈에 들어왔다.게다가 봄이 깨운 녹색의 싱그러움도 허투루하게 지나칠 게 아니라 세세히 보며 조금씩 걷던 사이... 금새 해가 지고 공원 가로등이 일제히 불을 밝혔다.아주 순식간이다. 반석산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올라 뻥 뚫린 경관을 바라 보며 땀을 식힌다.싱그러운 봄 날씨가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노작 호수 공원으로 내려 왔는데 밤이 조금 깊었음에도 나처럼 산책 나온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반석산 밑,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걷던 중 가로등 불빛을 굴절시키는 진달래가 눈에 띄인다.폰카 한계지만 그 ..

두 돌 배기, 아직은 짱짱하다, 에스프레소 머신_20180329

2016년 새해에 접어듦과 동시에 구입한 에스프레소 머신은 소위 말해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주식인 밥값보다 부식인 커피값 지출이 더 심해져 그걸 만회하면서 내가 마시고 싶은 원두를 골라 마시고픈 욕구까지 충족시킬 수 있겠다는 나름 합리적인 잣대와 고민을 거쳐 지른 물건이다.게다가 가족들도 커피에 대한 욕구가 거세지면서 큰 맘 먹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영입하자고 결정한 후 여러 정보를 거쳐 선택했는데 기기라는 게 묘한 유혹이 있어 여러 가지를 보다 보면 점점 눈높이가 올라가게 마련이고, 기능과 내구성도 과하게 따지면서 디자인에 대한 눈높이도 처음과 달리 몇 갑절 점프해 버린다.오마니는 기계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는 결론, 아니 합리화를 적용해 전자동 머신, 그것도 1백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머신을 선택하게 된..

카페에서 쉼표_20180306

산굼부리 부근에서 차를 돌려 성읍민속마을을 거쳐 쉼 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종달리 해변의 전망 좋은 카페.때마침 한적한 카페는 조용한 내부를 대변하듯 잔잔한 발라드 음악이 흘렀고, 내륙에 비해 한 보 앞선 제주의 포근한 봄이 극도의 갈증을 불러 도착하자 마자 스모키한 커피를 한껏 들이켰다.정신이 번쩍드는 청량감과 달리 분위기는 점점 나른한 오후로 접어 들어 발걸음이 무거워 질까 싶어 자리를 일어나 외부 테라스로 나와 주위를 둘러 봤다. 카페 내부에서 통유리 너머 밖을 내다 보면 해변과 성산일출봉, 우도가 생생하게 보여 전망 하나는 끝장난다.그런 자리에서 마시는 커피는 같은 원두를 갈아서 내리더라도 더욱 여운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건 기분 문제일까? 날은 흐린 듯 하지만 구름 새로 내비치는 햇살은 아주 강..

남한강을 품은 카페_20180226

썬밸리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점심 무렵 체크아웃하여 이내 고팠던 커피 한 잔을 채운다.때마침 가까이 전망 좋고, 내 취향의 맛 좋은 커피 브랜드가 보여 거기로 지체 없이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유유히 자리를 잡고 있는 남한강 유역의 신륵사와 도자기 엑스포공원이 한 눈에 여과 없이 들어와 넋을 놓고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예전에도 몇 번 들렀던 곳이라 조금 감흥이 지칠 만도 한데 여전히 장엄한 한강의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같이 왔던 사람도 이 장관에 넋을 놓고,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커피에 대한 기억도 잊어 버린 표정이다.하긴, 서울과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의 위세를 이렇게 면밀히 지켜보는 날이 얼마나 되려나.유구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키며 억겁 동안 문명을 떠받힌 강인데 앞으로도 그 이상의 역..

일상_20180125

밤새 여수 장례식장을 다녀와 이른 아침 천안아산역에서 내려 전철을 타고 병점역에 내렸다.아침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상행 열차를 타고 올라오며, 자칫 곤한 졸음으로 내려야 될 기차역을 지나칠까 싶어 간신히 졸음을 떨치고 오느라 혼났다.천안아산역에서 동탄역으로 오는 SRT는 완전 매진이라 하는 수 없이 전철을 타고 오는 내내 나도 모르게 졸다 병점역에 내렸더니 역사 앞에 환한 카페가 눈에 들어와 거나하게 커피 한잔으로 피로를 달랬다. 오픈한 지 일 주일 정도? 지났다고 했던가?새 건물 향이 스멜스멜 올라오는데 그나마 조용한 분위기에 옅은 아침 햇살이 들어와 채 가시지 않은 졸음과 섞여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일상 중 지인과 하찌를 만났다_20171212

지인 만나러 홍대 왔다가 일행이 있으시단다.하찌와 TJ에 일본인 하찌?가끔 실크로드 같은 다큐에 배경 음악으로 나왔던 '장사하자'의 가수라고? 홍대역 맞은 편 동교동에 있는 1984는 카페겸 잡화상인가 보다.너른 공간에 카페와 잡화의 경계는 모호한데 독특한 제품도 간혹 눈에 띄인다. 좌측 기타를 들고 계신 분이 하찌.즉석에서 연주를 하시는데 기타의 현을 현란하게 퉁기지만 시끄럽거나 경박스럽지 않다.전문가는 전문가여!부득이 얼굴은 가려야긋지?

일상_20171206

가끔 뱃속이 허해서 못참을 때가 있다. 솟아 오르는 식욕은 본능 중 하나잖아.이른 아침 명동성당 앞 커피빈은 다른 카페에 비해 일찍 문을 열어 가끔 이용한다. 모닝세트는 요일마다 틀린데 정확한 메뉴는 당연히 기억 나질 않고, 다만 맛은 있었으니까 가끔 이런 신호가 올 때 여기로 발길이 향했겠지?언젠가 정확한 날짜는 모르지만 커피빈에 갔다 주문했던 세트가 나오길 기다리는 잠시 동안 진열된 유리 머그잔을 구경하다가 좀 이쁘고 신기한 게 있어 집어 들었다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적이 있다.직원들이 괜찮다며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는 응대에 감동 받고 한결 같이 이 매장을 갔더랬지.허나 요즘은 좀 뜨하지만.

도심 산책, 동촌유원지_20171130

전날 밤 대구에 도착하여 인터불고 호텔에 자리를 잡고 해가 중천에 뜨도록 퍼질러 잤다.어차피 2박 예정이라 느긋하게 보내자는 게 한참 선을 벗어나 버린거지.아무래도 절친 두 명을 만나 소주 한사발 거나 하게 기울인 화근이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추운 날을 이기고자 두터운 패딩 코트를 하나 걸치고 간소한 백팩 차림으로 호텔을 나서 동촌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고, 마침 호텔이 망우당 공원과 동촌 유원지를 끼고 있어 산책하기엔 그만이었다.도심을 도보로 여행 하자는 취지니까 이 정도 쯤이야!망우당 공원 옆 금호강 하천과 연결되는 절벽에 어느 한 곳이 허술하게 뚫린 거 같아 다가서자 실제 이렇게 내려가는 좁은 길이 있다.한 사람 겨우 지나갈 너비에 절벽을 따라 굽이쳐 결국 금호강 고수부지에 다다르자 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