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중 절대 잊어선 안 되는 날인데 전날 퇴근 무렵 후다닥 준비한 카네이숑은 사실 끝물이라 꽃잎 상태가 괜춘하면 꽃봉오리가 삐리리하고, 꽃봉오리가 탱글하면 꼭 꽃잎 하나 정도 겁나 티나게 젬병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만개한 꽃은 적지만 봉오리가 괜춘한 녀석을 골라 가져 왔는데 다음날 아주 이쁘게 얼굴을 활짝 열고 째려 본다.
저녁엔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나누기로 했는데 미리 예약한 식당에 들러 자리를 깔고 앉아 폭풍 흡입 한다.
가끔 딤섬이 먹고 싶을 때 찾는 곳 중 하나, 몽중헌.
덕분에 입맛만 올라가서 만두처럼 대량으로 찍어내는 맛과 식감은 식상해져 버린 모순이 있긴 하나 어쩔 수 없는 게로 본능에 충실히 따라 줘야지.
딤섬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긴 부담이 좀 되고 해서 보통 다른 음식을 메인 메뉴로 대여섯 개 정도 곁들인다.
미리 예약한 18시에 룸 자리를 잡고 앉아 하나씩 박살 내는 재미에 어느덧 배는 불러 오고 맥주는 비워 졌다.
5가지 먹은 딤섬 중 가장 특이한 이 녀석은 겉 바싹, 속 깔끔이다.
기름으로 튀겨 냈을 터인데 의외로 기름끼가 느껴지질 않고 느끼하지도 않다.
몽중헌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스벅에서 득템한 텀블러는 오묘한 색깔이 매력적이라 별로 망설이지 않고 선택 했는데 크기가 355ml 정도라 큰 커피를 즐기는 내겐 불편함도 있다.
브라운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블랙도 아닌 것이, 완전 민무늬도, 그렇다고 멜란지도 아닌 무광 재질의 스뎅에 캡이 있고, 캡과 손잡이는 플라스틱이다.
손녀가 할무니께 선물한 요 거시기는 투명 플라스크 안에 뿌리가 담겨 있어 전체의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관찰할 수 있어 선물로,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되겠다.
폭풍 성장해서 플라스크를 깨부수렴~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정의 봄을 찾아_20190516 (0) | 2019.09.01 |
---|---|
일상_20190509 (0) | 2019.08.31 |
일상_20190506 (0) | 2019.08.31 |
일상_20190503 (0) | 2019.08.31 |
금강을 마주하는 향로산_20190430 (0) | 2019.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