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75

문경새재 '우리 마을 고양이 급식소'_20210307

모닝 커피 한 잔 하기 위해 카페 들렀다 식사를 기다리는 녀석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건물에 마음씨 착한 누군가가 녀석들을 챙겨 거두는지 동네 냥이지만 그리 경계심이 많지 않았고, 커피를 다 비워 나갈 때쯤 식사 배달이 끝났는지 그릇에 가득 담긴 밥을 정신 없이 먹는다. 행여 식사 방해 될까 "오도독오도독" 밥 먹는 소리를 뒤로하고 자리를 뜬다. 이리 구슬피 울어 대는데 늘 가지고 다니던 밥을 챙겨오지 않았다. 카오스는 망부석처럼 굳어 있어 인형인 줄 알았다. 어린 삼색이. 사회엔 이렇게 선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다. 눈에 띄지 않을 뿐, 어쩌면 이런 분들로 인해 사회는 별탈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우리 마을 고양이급식소' 흥해라, 흥해~!

정갈한 카페, 태백 투썸_20210301

아침부터 일기예보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비가 내려 서둘러 태백으로 넘어왔건만 고도가 높은 도시라 점차적으로 내리던 비는 동글동글한 얼음 알갱이로 바뀌기 시작했다. 원두, 드립퍼까지 모두 챙겨 왔음에도 아뿔싸! 그라인더를 깜빡하고 집에 두고 와서 하는 수 없이 태백에 얼마 전 오픈한 투썸플레이스를 찾아 얼마나 단비 같은지. 투썸 일대에서 황지공원까지가 태백의 핫플레이스라 주차할 곳이 마땅찮은데 때마침 가까운 노상 공영주차장에 차량 한 대가 빠지는 타이밍에 맞춰 주차를 하고 카페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진한 커피향과 함께 아주 깔끔하고 화사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이완되며 텀블러에 커피 한 잔을 담았다. 더불어 오아시스 같은 카페에서 만난 직원들의 친절이 왜캐 고맙던지. 네이버 지도엔 있고, 카카오맵..

햇살이 넘치는 섬진강 카페_20210120

순창은 섬진강 줄기 따라 하얀 겨울 설경이 함께 하며 거울처럼 평온에 잠겨 있다. 채계산으로 가는 길, 강변의 평화를 마주하며 커피 한모금에 쉼표를 찍고, 봄볕 같은 양지 바른 카페에서 크게 쉼호흡 한다. 멋진 절경에 못지 않게 먼길 달려온 평온 또한 소소한 시간의 유혹이 채색되어 있어 향그로운단잠 같다. 지인 따라 유명한 메기 매운탕 집이 있어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섬진강 잠수교를 건너 절묘한 위치에 카페가 있어 들렀다. 출발할 때와 달리 부산에서 부터 날씨는 화창한데 순창에서 출발할 무렵 화창한 날의 화룡점정 같다. 메기 매운탕집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차량이 줄줄이 들어서는데 막상 먹어보니 무청은 푸짐하다만 탄 내가 살짝 나서 많이 먹지는 않았다. 너른 유원지 같은 자리에 높지 않아도..

소중한 시간의 창고, 태백을 떠나며_20201110

예기치 못한 경험을 마주하며 기억을 조각하는 게 여행이라면 태백은 창작을 하는 작업실이라면 솔직한 표현일까? 전날 홀로 집을 지키던 냥이가 후다닥 놀다 방에 갇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꺼내곤 곧장 다시 태백으로 건너와 늦은 시각-태백의 시계는 20시만 넘어도 식사 가능한 곳이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았다-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곳을 찾다 신전 떡볶이 집에서 모처럼 분식으로 배를 불린 경험도 여행에선 꽤나 값진 기억이었다. 밤새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뒹굴다 이튿날 늦게 부시시 일어나 태백을 떠나 다음 여정지로 출발하는데 늘 그렇듯 아쉬움 금할 방법은 딱히 없었다. 숙소를 떠나기 전, 베란다에 나와 정취를 담았는데 여전히 옅은 미세먼지가 대기를 덮은 날이었다. 청명하면 좋겠지만 이 또한 예..

골짜기 작은 갤러리, 컨츄리 블랙 펍_20200709

한이와 같이 감곡에서 만나 여주 행님과 감곡 형을 찾아뵙는다. 여주 행님은 어차피 은사와 같은 분이라 언제든지 찾아뵙게 되지만 감곡 형은 도대체 얼마 만인가? 그렇다고 먼 곳에 사는 것도, 연락이 끊어진 것도 아니고, 유체이탈한 것처럼 바쁘지도 않건만 거의 1년 만에 뵙는다. 늘 서글서글한 인상에 매끈한 어투, 진정한 삶은 곧 끊임없는 변화와 능동적 대처이기에 늘 발로 뛰는 형인만큼 감곡, 장호원에서는 마당발이다. 그런 형을 여주 행님과 고향 친구와 함께 찾아갔으니 지극 정성에 멋진 자리로 안내했다. 작긴 해도 산 중턱이라 사람들이 오려나 싶었지만 입소문이 그래서 무서운지 저녁 시간이 되자 알흠알흠 주차장에 차가 들어서 금세 너른 주차장에 반 이상 들어찬다. 거의 1년 만에 만나 뵙는 반가움이 무색하게 ..

커피 공장, 서플라이_20200623

어떤 이에겐 추억의 향수가, 또 다른 어떤 이에겐 이색적인 체험일 수 있는 공장 카페는 근래 들어 꽤나 많이 탄생했고, 건물 특성상 너른 규모에 높은 천장을 무기로 기존 카페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어필한다. 테이블과 체어도 과거 공장의 분위기에 일조할 수 있도록 낡고 조악한 것들을 활용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잠재된 엔틱을 극대화시켰다. 커피맛은 그저 그렇더라도 감성에 대한 투자라면 후회하지 않는다. 지인과 저녁 식사 후 한눈에 들어온 공장형 카페로 간판도 엔틱하다. 모든 소품들은 하나 같이 재탄생하며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의자는 어디서 구했을까? 이런 형태의 카페에 발길이 붙잡히면 기어이 꼭 앉아봐야 된다. 출입문은 아니지만 카페 외관에서 4번 타자 격이다. 내부는 공장 분..

졸업 이후 첫 재회_20200506

까까머리 학생은 어느새 중년으로, 당시 중년에 접어들었던 스승은 자글한 주름이 얼굴을 뒤덮은 장년으로 시간이 변화시켜 버렸다. 사시는 댁 가까이에서 마주쳤을 때 뒷모습만으로도 그 분임을 알아차렸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스승께서도 금세 익숙한 듯한 눈빛으로 화답하셨다. 스승을 모시고 산세가 빼곡한 숙소 부근 카페로 모셨고, 강이 발치에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 나와 그간의 미뤄왔던 이야기 보따리를 각자 풀어놓았다. 점심 조금 지난 시간에 만나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눴는데 스승의 입담은 여전하셨고, 덕분에 어색할 틈도 없었다. 여기 카페 경관이 꽤 좋았는데 카페 뒤뜰 지나 강이 흐르고 그 강 너머엔 경사가 급한 산이 장벽처럼 둘러쳐져 있어 눈앞이 완전 녹지나 마찬가지였다. 테라스에서 강과 산을 바로 앞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