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75

여주 남한강 하늘_20190201

이른 퇴근 후 집에서 잠시 기다렸다 범군과 함께 여주 남한강으로 곧장 내달렸다.2년 조금 넘는 동안 처음 보는 반가운 얼굴이지만 시간이 넉넉치 않아 감상에 젖을 시간 없이 앞만 보고 달렸으나 막상 강변에 도착하자 세찬 겨울 강바람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다만 잠깐 머무르며 하늘을 보자 거대한 들판에 떠 있던 세상이 장엄하게 보인다. 평소에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겨울의 냉혹한 바람에 더더욱 조용했던 날이기도 했다. 잠깐 동안 추위에 찌들었던지 카페에서 마시는 따스한 커피 한 모금이 무척 감미롭고 포근했다.통 유리 너머 평온해 보이는 세상과 달리 여전히 강바람은 남한강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가만 두질 않았다.하는 수 없이 동탄으로 서둘러 넘어 올 수 밖에.

다도해가 품은 여수, 돌산도 케이블카_20190116

연일 기록적인 미세먼지가 전국을 송두리째 괴롭히다 여수 내려간 날은 잠시 찾아온 추위가 시야를 방해하는 세상 모든 잡것들을 쓸어 버렸다. 미리 알고 찾아온 게 아닌데 겹겹이 기분 좋으라고 아주 오랜만에 청명한 대기를 펼쳐 준다. 여수의 바닷바람은 무지막지한데 이 날 단 하루는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를 배려해 주사 겁나 평화롭고, 햇살도 따사롭다. 여수역 일대가 신시가지라 근래 들어 밀려드는 관광객 숙소가 많이 늘어나 대부분 깔끔한 신축 호텔들이 많은데 내가 이용한 곳도 특이한 구조에 아주 깔끔하고 전망 좋은 호텔이었다. 전날 늦게 잔 것도 아닌데 걸판지게 자고 오전 느지막이 일어나 여수역까지 걸어 오는 사이 밀려 오는 애매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카페에서 대충 때우기로 했다. 아쿠아리움 광장이란다. 지나는 ..

1년 만에 여수를 밟다_20190115

서울역에서 여수역으로 직행하는 열차는 그리 많지 않아 익산에서 환승하는게 싫다면 열차편에 시간을 맞출 수 밖에 없다.익산역까지는 소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지만 거기서 부터 여수까지는 꽤나 많이 걸려 저녁 8시 무렵 도착했다.1년 전 여수에 왔을 때는 바람이 무진장 불었는데 오죽했으면 담배불이 바람에 날려 사라져 버릴 정도 였으나 이번은 1년 전에 비하면 선풍기 수준이다. 여수에 오면 이 사진을 찍는다는게 설레는 마음에 묻혀져 번번히 잊어버리기 일쑤였지만 이번엔 제대로 찍었다. 대합실로 가는 이 설렘을 알랑가 모르것소잉. 여수 도착 전, 구례역 이름은 구례구역이다.시방 왜 그런고 허니 곡성을 지나 순천으로 향하는 철로가 섬진강 서편에 깔려 있다 봉께로 행정구역상 구례를 밟지 않지만 구례 가까이 지나면서 ..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의 현실_20181227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로 동탄 애플서비스센터 유베이스에 왔건만 이틀 연속 헛방이다.무슨 번호표를 뽑고 부를 생각도 않고 특히나 이날은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노답이라 포기했다. 오죽 했으면 바로 옆 별다방에서 벤티사이즈 커피 한 사발 때리며 죽 쳤는데도 200여명 대기 인원에 고작 30여명 정도 서비스를 받았다.심지어 어떤 여성분은 참다참다 소리 지르며 이럴 거면 번호표가 왜 있냐고 항의 하신다.직원들은 얼굴 상기 되어 억척스런 미소를 띄면서 내심 조롱하는 눈초리가 티난다.에라이 못 해주겠다고 하던가, 괜히 사람 기대 심리에 부풀어 기만하는 것도 아니고.근데 동탄 유베이스는 몇 번 이용했다가 이제는 발 끊!었!다.

일상_20181223

차량이 있으면 편하지만 몸의 퇴화는 불가피하다.특히나 날씨가 찜통이거나 냉동창고거나.계속 직립의 테크닉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산책이 필요한데 막상 현관을 나서는 게 갈등과 싸우느라 가장 힘든다. 이렇게 나서면 별 거 아닌데 집 안에선 나가기 힘든 핑계가 워찌나 구구절절한지.길을 나서 비록 동네 구경이지만 세상을 둘러보면 '참 탁월한 선택이다' 싶다.겨울은 가장 겨울다운 세상을 봐야 되는데 작고 가까운 곳부터 나서본다.그래서 동네 산책~ 오산천 너머 아파트가 약간 미색이긴 하지만 석양을 받아 더욱 붉게 타오른다. 일요일 저녁 무렵이라 공원 생명들이 증발해 버렸다. 소나무 씨앗이 바닥에 자욱하다.바로 옆 재봉산에 소나무도 많지만, 바람이 쉬어 가는 곳인지 미풍도 거의 없다. 텅빈 호수 공원.겨울의 단상인 ..

일상_20181221

금요일에 퇴근 후 은사 찾아 뵙겠다고 출발해서 2시간 걸렸다.뭔 차들이 그렇게나 많다냐!한남대교를 건너는데 한강 조망이 가능한 한남 주차장인 줄 알았다. 그래도 하고자 했던 일을 한 성취감에 갈 때의 고행은 오뉴월 봄눈 녹듯 금새 사라졌다.이분들 뵐 때마다 느끼는 점.아직 세상엔 선하고 인정 넘치는 사람들이 있구나.뭘 하셔도 복 받을 분들이다.동글동글 하신 행님은 살이 몇 킬로그램 빠졌다고, 행수님은 여전히 씩씩하시다.보름 전에 예약한 비쥬얼 쩌는 케잌을 수령해서 직접 전달 드리자 한창 외국 무전 여행에 여념 없다는 따님이 직접 내게 고맙다고 한다.자기가 해야 될 걸 이런 때 내가 늘 챙겨 줘서 고맙다고...

일상_20181211

회사 회식으로 퇴근 해서 택시를 타고 이태원으로 넘어 가는데...버티고개까지는 10분도 안걸렸는데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의 제일기획 조금 못간 지점에서 이태원 교회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오늘은 메뉴는 브라이 리퍼블릭인데 예약하지 않으면 대기 시간 기복이 심해서 실제 30분 정도 기다려야 된단다.남은 시간을 커피 한 잔 하기로 하며 바로 밑 카페로 들어갔다.근데 실내가 짓다 만 창고 같아 이태원에 있어서 이채롭고 감각적이라 받아 들이는게 아닐까?만약 우리 동네 옆 논두렁에 있었다면? 무지개 빛깔 거울에 비친 우리 모습을 사우가 찍었다. 커피값은 비싼데 맛은 그닥. 시간이 다 되어 다시 브라이로 갔다.실내는 그리 널찍하지 않고 연기가 자욱하고 사람들로 북적인다.양괴기, 립, 새우에 독일식 맥..

안동_20181208

올 겨울의 첫 동장군 맹위가 매서웠던 주말, 안동 도심 한복판에서 만날 가족을 기다리며 설렘을 차분히 어루만진다.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추워진 겨울 정취에 빠져 눈 앞에 펼쳐진 극단의 공기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여기가 안동의 핫플레이스인지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제 아무리 춥다고 한들 젊은 불빛과 주말 활기의 예봉을 쉽사리 꺾을 수 없나 보다.

앙금을 털다_20181202

한강 신륵사 건너편에 여기만 오면 들리는 전망 좋은 카페가 있다.신륵사를 비롯하여 도자기 엑스포 공원과 꽤나 넓은 한강의 시계가 트여 있어 여주에 오면 꼭 들리는 곳 중 하나. 가끔 신륵사에서 돛단배가 뜨면 그마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고, 투썸 커피라 맛은 더 이상 논하면 입 아프니까 생략.그래서 여기만 오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밖을 내다 보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마시는 커피가 모든 커피의 초상이 아니듯 남한강의 멋진 조망이 가능한 카페에서 한 모금 커피는 혈관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주고, 때에 따라 마음 속의 앙금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는 곳이다.언제나처럼 남한강은 모든 투정을 아량으로 덮어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