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작별, 그리고 아버지 성묘_20190306

사려울 2019. 8. 17. 00:53

대구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일어나 오마니 뫼시러 합천으로 향하는데 최악의 미세 먼지 습격이다.

대기가 뿌옇게 짓눌려 있는 건 기본이고 마치 자욱한 안개가 끼인 양 텁텁한 공기 내음까지 한 몫 한다.

근래 들어 전국적으로 최악의 미세 먼지 농도란다.





합천에 오마니 모시러 가는 길, 지도가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카페에 들러 잠시 여유와 따스한 향에 취해 본다.




처음 만난 친지-외가 쪽이라 외삼촌, 외숙모-를 모시고 따스한 진지상 한 번 대접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마실에 만만히 다니시는 백반집으로 가신다.

백반도 좋지만 평소 잡숫는 식사보다 좀 특별한 대접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한사코 거기로 가시는 고집을 어찌 꺾을 소냐.

헤어질 시간이 다가와 작별 인사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께 뒷모습을 보이며 터벅터벅 걸어오는 길에 아주 오래된 전형적인 시골 가게가 눈에 띄인다.

원래 서까래로 기와집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덧대어 지붕을 덮어 씌어 놓았다.

간판이며, 가게 외형, 거기에 더해져 써놓은 메시지들도 아주 오래된 집인데 낡은게 아니라 고풍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는 집이다.

그런 시골 구경을 더하고 싶었으나 우리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 보는 기분이라 거기에 맞춰 서둘러 차로 돌아와 출발했다.



아버지 성묘 차 먼길 달려왔다.

성묘이자 긴 나들이라 오기 전 넉넉한 여유를 부린다는 게 합천에서 오기를 약 1시간 반 넘어 공원 묘지에 도착하여 행여 미납된 관리비를 문의하자 작년에 내가 미리 몇 년치를 납부 했단다.

아무리 효자효녀라도 일 년 중 2번 이상 오기 힘들다던 당시 관계자분의 말씀이 마치 시간을 거슬러 다녀온 마냥 고스란히 현실과 일치했다.

그래서 만약 잊어 버리기라도 한다면, 내가 무심해 진다면 월매나 노하실까 싶어 아무리 바빠도 잊어 버리면 안 되겠다 싶어 어쩌다 오면 먼저 체크를 한다.



다소곳하게 자리잡은 공원 묘지의 산소를 보면 여전히 떨쳐지지 않는 숙연함은 쌓여 있는 흙처럼 시간도 마음 한귀퉁이에 쌓인다.



다른 가족들이 성묘로 들르게 되면 미리 조화를 사서 두는데 이번에도 어김 없이 챙겨 놓아서 가뜩이나 꽃이 몇 송이 빼곡히 꽂혀 더 이상 꽂을 수 없는 마당에 용하게도 비집고 쑤셔 놓았구만.




늘 오게 되면 이 자리에 서서 같은 구도로 사진에 담아 놓는다.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는 라일락과 등나무



묘지 전경이지만 넓은 공원 묘지를 통틀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시나브로 변하던 것들이 시간을 통틀어 비교를 한다면 아주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 없던 도중 길은 새로 생기거나 말끔하게 가꾸어 졌고, 앙상하고 삭막하던 처음의 모습은 서서히 기름진 조경 마냥 매끈해 졌다.

오기 쉽지 않은 길, 하지만 그 의미를 잊지 않고 내가 꼭 챙기고 신경 써야 될 가족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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