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남한강의 곁가지, 장자늪_20200829

사려울 2022. 12. 18. 22:01

충주로 내려오는 길은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폭우가 쏟아졌고, 서충주신도시에 도착하여 커피 한 잔 내릴 무렵 천의 얼굴을 가진 하늘에서 무자비한 구름이 창궐했다.

꼭 들러야 되는데 늘 지나쳐 왔던 충주 고구려비 전시관에 기필코 오겠다는 다짐으로 도착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휴관이라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고구려란 이름에도 흥분되는 걸 보면 한민족의 숨겨진 기백과 한이 이 나라에 서려 있고, 화려한 불꽃처럼 타올랐던 그 시간은 영원히 이 땅과 가슴속에 남을 거다.

코로나19와 피서철로 인해 국내 여행객이 늘었다지만 여전히 관심의 뒷전에 밀린 곳은 어쩌다 들리는 발자국 소리조차 굉음으로 들렸다.

코로나19로 임시휴관이라 아쉽지만 어차피 충주는 만만한 거리에 자주 오는 여행지라 다음을 기약하자.

수도권과 달리 충주는 비가 거의 오질 않다 도착 후 주차를 함과 동시에 장대비를 퍼붓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개였다.

고구려비 전시관을 빠져나와 바로 옆 남한강 장자늪에 다다라 불과 몇 분 만에 굵은 장대비가 내리다 이내 그치자 충주 평원처럼 매력적인 하늘이 가르쳐준 남한강의 청명한 모습을 마주했고, 가던 길을 잠시 멈춰 '사랑바위'라는 다소 동화 같은 푯말을 따라갔다.

큰 걸 바라고 따라간 게 아니라 허허벌판에 뜬금없는 작은 전설에서 큰 실망이 없었던 고로 그저 인적 드문 강변길과 함께 가늠할 수 없는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겨웠다.

내가 사는 이 땅 곳곳에 숨어 잠자고 있는 전설과 역사들을 만나는 게 여행의 만 가지 매력 중 하나 아니겠나.

언젠가 잊혀질 날을 기다리는 이야기들을 흔들어 깨워 소곤대는 교감을 나누고 있노라면 여행 중의 시간이 지나치게 짧은 아쉬움은 주홍글씨 같다.

사랑바위 푯말은 있는데 막상 그 자리에 도착하면 사랑바위란 푯말은 없고 전설만 대문짝처럼 붙어 있었다.

그래도 전혀 원망스럽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이동 중 차량 에어컨 냉기를 렌즈가 머금고 있다 습한 대기와 만나 이슬이 맺혀 뿌연 사진을 만들었다.

이마저 추억이려니.

아이폰을 들고 다시 산봉우리에 걸린 구름을 담는데 대기가 무척 청명해서 감탄사를 뱉어냈다.

광활한 남한강을 따라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다.

눈이 시원하고 가슴이 트이며, 더불어 산봉우리에 머물다 승천하는 구름 또한 인상적이었다.

어느새 사랑바위에 도착, 전설이 서린 바위라 그 모습이 남다르긴 했다.

렌즈에 서린 이슬이 날아갈 무렵엔 산봉우리에 남은 구름들이 하늘로 떠난 뒤였다.

저 방향으로 질주하는 남한강은 조만간 서울을 만나겠지?

오래 걷지 않았지만 다음 여정지, 장미산성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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