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지형의 아름다움이 용해된 용마루공원_20210614

사려울 2023. 2. 1. 08:31

둥지에 웅크린 자연이 수줍은 듯 날개를 서서히 펼치며 작은 잠에서 깨어난다.
이리저리 굽이치는 아스팔트는 산허리를 타고 돌아 인적 드문 지도의 공백지대로 걸음을 옮겨 주고, 한낯 기대의 봇짐만 무겁게 이고진 나그네는 무거운 어깨를 털어 신록이 흐르는 여울의 풋풋한 생명의 위로를 보답 받는다.
위성지도에 찍은 호기심만 믿고 지엽적인 이정표를 따라 몇 번 헤맨 끝에 도착한 호수공원은 매끈하게 단장한 공원이 무색할 만큼 인적이 증발해 버려 몇 안 되는 가족의 여유로운 산책에 있어 든든한 동반자 같았다.
비록 갈 길이 한참 먼 곳임에도 잠깐의 여유가 어찌 그리 달콤하던지.

한국관광공사 발췌 영주호 용마루 공원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에 자리 잡고 있다. 공원은 용마루 공원 1과 용마루 공원 2로 구분된다. 용마루 공원 1에는 방문자의 집, 전망대, 카페테리아 등이 있으며,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용두교와 용미교라는 출렁다리를 건너면 용마루공원 2가 나온다. 용마루 공원 2에서는 평은역사를 둘러볼 수 있다. 주변에는 영주댐물문화관이 있다.

영주에서 5번 국도를 타고 안동 방면으로 가다 오운리 이정표를 보고 작은 길에 접어들어 쭉 진행하면 확 트인 호수가 나오고, 호수변 그 길은 말끔하게 정비된 일련의 인가에 이어 이내 길이 끝나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호수가 가로막고 있었다.

군데군데 유리 바닥면이 있는 다리를 지나 호수 위에 떠있는 섬으로 가게 되는데 초여름 벌판과 어우러진 곳이라 마치 비밀의 화원처럼 가는 길 내내 길가 꽃무리의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다리를 건너면 꽃이 만발한 작은 언덕이 있고 그 언덕을 지나면 제법 규모가 있는 출렁다리가 있는데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출렁다리가 아닌 단단하게 지지된 출렁다리라 스릴감은 없었지만 잘 조성된 공원의 멋진 전경을 이어주는 정점이었다.

두 다리 사이 작은 언덕은 화원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꽃이 만발한데 호수 위를 돌출한 섬과 같은 언덕이라 처음 별 기대감 없이 찾은 공원에서 의외의 멋진 정취에 첫발을 들이는 곳이었다.

절경을 관통하는 출렁다리는 큰 흔들림은 없는데 그도 그럴께 다리 규모가 꽤 커서 이게 흔들릴 정도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리에 의지하여 걷게 된다면 깊은 잠에 빠진 다리도 출렁거릴 것만 같았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첫 번째 지나온 섬과 비교되지 않는 큰 섬이 있고, 또한 정면에 언덕이 솟아 있는데 그 언덕을 우회하는 길과 언덕으로 오르는 길의 두 갈래 갈림길에서 호수를 편하게 관망하기 위해 우회하는 데크길을 선택했다.

언덕을 지나면 작은 광장과 함께 제법 무성한 여름 정취가 격리된 세상처럼 숨어 있고, 공원으로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흔적과 그 이전부터 자리 잡은 자연이 뒤엉켜 있었다.

초여름답게 텁텁한 공기를 가르며 작은 역동이 꿈틀대는 공원을 지나게 되면 한 켠은 호수 광장이 있었고, 그 광장을 지나 한적한 산책로를 따라가면 사람들이 떠나고 호수가 들어차 수몰된 평은역사를 기리는 박물관이 그 끝을 장식했다.

사실 용마루 공원은 큰 기대감 없이 지나는 길에 들른 곳이라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잠시 앉는 휴식도 없이 바로 돌아 나오는데 들어오던 길과 달리 언덕길을 선택했다.

언덕 마루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자연 녹지가 우거진 길을 지나 전망대에 들어서는 순간 용마루 공원 초입 일대가 한꺼번에 들어차는 넓은 시야로 잠시 그 전경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전망대를 경계로 처음과 달리 이제는 급한 내리막길이지만 잘 가공된 길이라 크게 위험하진 않았다.

길을 내려오면서 이따금 출렁다리 방면으로 힐끗 쳐다보게 되는데 처음 같은 평면상에서 바라보던 정취와 다른 구도라 이로 인해 걸음을 멈칫하게 된다.

용마루 공원의 제대로 된 매력은 바로 호수에 하나씩 드러난 섬과 그 섬에 내린 계절적 정취, 그리고 섬을 이어주는 다리가 적재적소에 제 역할을 하는데 이 모든 게 입체적인 하나의 유기체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고유의 모양새를 드러냈다.

그리 청명하지 않았지만 그나마 화창한 날씨가 한몫한 날이었다.

다리는 주인 격인 자연과 이를 찾는 손님 격인 인간을 만나게 해주는 중재자로 작은 세상을 연결해 주는 동시에 어느 누군가는 가슴의 일부를 남겨둘 게이트였다.

섬 광장에 한 무리 가족들이 있었는데 어느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홀로 벤치에 누워 폰게임을 즐기는 신랑에게 아이 엄마가 쓴소리를 뱉어 잔뜩 입이 나온 신랑이 투덜투덜 살림살이를 옮기던 중 골이 제대로 난 뒷모습이 보여 사진을 담았다.

처음 마주치는 섬의 옆길은 화원으로 연결된 호반길로 이 길을 걷는 내내 가슴은 노랗게 물들었다.

첫 번째 다리에 투명 바닥을 밟게 되면 바로 밑에 호수가 출렁인다.

용마루 공원의 여러 매력 포인트 중 하나가 산책로를 따라 제철에 맞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다.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길 따라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출발점에 돌아왔다.

이렇게 잘 조성된 공원이었다면 하루 경로가 이렇게 빠듯하지 않았을 걸, 아쉬운 대로 즐겨찾기 깃발을 꽂고 이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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