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짧은 시간의 장벽, 장미산성_20200829

사려울 2022. 12. 18. 22:03

변화무쌍한 날씨답게 이내 구름이 몰려오고 빗방울을 떨군다.

온몸이 젖은 들 대수롭지 않다 여겼건만 갈피를 잡지 못한 천둥소리에 떠밀리듯 걸었던 길을 되밟는다.

인적이 전혀 없는 길을 따라 평원을 휘몰아치는 남한강 물줄기를 제대로 가슴에 담지 못했는데...

고즈넉한 산사의 길을 따라 그 끝이 궁금했는데...

나처럼 힘겹게 산을 이고지고 올라선 바람의 연주를 채 끝까지 듣지 못했는데...

허공 어딘가에 숨은 번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음에 다시 오라 한다.

다시 오는 건 아깝지 않다만 지금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회가 아쉽다.

자연과 시간은 항상 내 주위에 있건만 미묘한 감각은 제각각이지 않은가.

초행길이라 지도에 표기된 봉학사 바로 아래 주차한 뒤 길을 걸었다.

곧 비가 쏟아질 것처럼 오를수록 안개가 짙어졌지만 우산은 두고 방수재킷에 의지했다.

온통 넝쿨 천지로 길을 제외하면 인적이 없다는 의미 같다.

뿌듯한 오르막길을 따라가자 산성의 형체가 보였는데 근래 축조한 성곽이라 돌이 깨끗하고 뽀얗다.

한적한 봉학사에 도착, 차를 몰고 조금 더 올라와 여기에 주차를 해도 되겠다.

 

봉학사를 지나쳐 성곽을 따라 뻗은 길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길을 걸었다.

앞서 장자늪에서와 달리 이내 짙은 안개가 몰려왔고, 비가 곧 쏟아질 기세였다.

서둘러 성곽을 따라 올라가느라 사찰도 지나쳤고, 적재적소에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성곽 위 길엔 이렇게 파릇하여 마치 봄의 수줍음 같았다.

같은 길인데 기분의 컬러는 늘 다르다.

성곽을 따라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자 순식간에 구름이 짙어지고 내리던 빗방울이 급격하게 굵어지며, 형체를 숨긴 번개가 요란하게 울어댄다.

하는 수 없이 발치 아래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 절경을 짧게 감상한 뒤 서둘러 하산했다.

내려오는 길에 봉학사에 짧은 인사를 드리며, 쫓기듯 장미산을 떠났다.

밤이 되어서도 퍼붓기 시작한 빗방울은 그칠 줄 몰랐고, 그 두텁던 구름에 하늘은 뽀얗게 서렸다.

짧은 여정, 충주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떠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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