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반짝이며 슬며시 머문 빗방울_20210615

사려울 2023. 2. 1. 08:49

밤새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어둠도 잠든다.

함께 저녁을 먹는 동안 빗소리가 마음껏 들어올 수 있도록 큰 창을 열어 젖혀 고기가 굽히는 소리와 뒤섞인다.

늦은 밤에는 비를 맞으며 스피커에서 기어 나오는 음악을 뒤섞는데 마치 깊은 산중 음악회가 열린 착각이 든다.

심지어 비는 소리만 깨우는 게 아니라 허공에 흩날리는 빛도 깨운다.

아슬하게 비를 피하는 녀석을 잡아서 든든한 자리로 옮기고 녀석 또한 빗소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 흔하던 것들이 그리 귀하게 된 세상을 살며 함께 이 땅, 이 시간에 살아야 될 소중한 생명이다.

빗방울이 맺혀 보석이 되었다.

그저 비일 뿐인데 존귀한 보석에 길들여진 인간이 왜곡하는 장면이겠다.

이튿날 비는 그쳤지만 밤새 내린 비가 여전히 세상에 남아 꿈과 알을 품고 있다.

그들이 놀라 달아날까봐 몰래 이 모습을 지켜보고 뒤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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