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미호천의 시작, 망이산성_20200822

사려울 2022. 12. 18. 20:46

왜 그리 산성을 찾아다니세요?

근래 들어 종종 받는 질문인데 별 다른 의미 없어요 라고 하면 당연히 안 믿는다.

그렇다고 많은 산성을 오른 건 아닌데 최근 몇몇 사례가 있다 보니 그런 질문을 받는 건 당연지사.

여주 파사산성, 담양 금성산성, 오산 독산성, 안성 죽주산성, 이번에 찾은 음성 망이산성 정도 뿐인데?

근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산은 힘든데 산성은 상대적으로 큰 힘 들이지 않고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파수가 되려면 높거나 사방이 트인 곳이 제격이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낮으면서도 사방이 트인 곳에 산성을 쌓아 주변 동태를 살피며 때에 따라 침략에 대한 방어를 해야 하는지라 지형이 바뀌지 않는 한 산성에 오르면 주변을 두루 둘러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걷기에도 알맞다.

그래서 저질 체력과 타협한 레벨업은 산성만한 곳이 없다.

과거 흔적을 느끼며 걷는다는 건 그리 단련되지 않았지만 그나마 남은 건강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이기도 하다.

올여름에 많은 비가 내린 반증으로 이렇게 길 곳곳이 유실된 걸 찾는 건 어렵지 않아 안타깝다.

때마침 대학 오리엔테이션이 있어 차를 잠시 세워두고 줌으로 참여를 하느라 시간이 좀 흘러 일행과 쉬지 않고 올랐다.

어느 정도 오르면 작은 쉼터가 있다.

수도권은 굵은 장대비가 쏟아진다는데 여긴 간헐적으로 빗방울이 내린다.

이런 거 보면 우리나라 참 넓다.

쉼터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전망대가 나오고, 망이산성이 있는 마이산 동남쪽 방면의 시야가 뻥! 뚫린다.

음성 삼성면 방면으로 절묘하게 트여 있는데 보슬비가 내리는 날이라 대기는 뿌옇고, 다만 산성으로 오르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을 만큼 적막했다.

산성 도착.

옛 흔적이 얼마 남지 않아 근래 들어 복원한 거란다.

성곽을 넘어 육각정 전망대에 오르면 앞서 전망대보다 더 시야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대기가 흐리긴 해도 일대 윤곽이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육각정에서 마이산 정상으로 가던 중 미호천 발원지라는 푯말과 홀로 자리를 지키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먼 길을 가는 강물의 세상 나기를 볼 수 있다는 감격에 잠시 젖었다.

작은 연못이 발원지로 검룡소처럼 물이 요란하고 힘차게 솟구쳐 흐르지는 않고 그저 물 웅덩이 같아서 푯말이 없다면 그저 지나칠 법도 했다.

산봉우리길치곤 매우 좋다.

이 길을 따라 잠시만 걷다 보면 마이산 정상석이 나온다.

마이산 정상석은 하늘로 향한 꼭지점에 있는 게 아니라 산책로 바로 옆의 높지 않은 곳에 있어 약간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어하는 일행을 남겨 두고 혼자 헬기장으로 향하는데 정상석보다 약간 오르막길이라 진정한 정상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가는 길에 초파리떼가 우글 거리는 독버섯과 약한 빛을 받아 반짝이는 이슬에 잠시 현혹되었다.

헬기장에 도착했다 별 특징이 없어 바로 돌아와 일행과 합류, 대학 오리엔테이션으로 인해 늦게 출발하여 산성을 한 바퀴 둘러보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언젠가 다시 들러 남은 이야기를 듣는 수밖에.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길이라 다시 한 번 미호천 발원지를 지나갔다.

망이산성에 첫인사를 나눈 육각정을 지나며 아쉬움에 뒤돌아봤다.

비로 인해 텅 빈 산성의 적막이 잘근잘근 씹는 칡뿌리 같다.

앞서 오르는 길에 만난 첫 전망대는 내리는 비로 흥건하게 젖었다.

유별난 올여름 장맛비의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으로 산책로 유실은 물론이고 깊은 고랑도 패어 있다.

예전 제약회사 근무 시절을 상기하며 금왕읍에 있는 밀리내 감자탕에서 저녁을 해결한 뒤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했다.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냥이_20200823  (0) 2022.12.18
일상_20200823  (0) 2022.12.18
냥이_20200821  (0) 2022.12.18
일상_20200821  (0) 2022.12.18
냥이_20200819  (0) 202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