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152

별빛 이슬_20190713

가족과 만나 안동에서 맛난 저녁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기나긴 밤 답게 지나치는 차량이 거의 없었고, 그 평온한 도로를 느리게 질주하며 많은 이야기로 마음껏 웃으며 숙소에 도착했다.주변에 불빛이 없어 미리 약한 외등을 켜놓고 갔던 바, 짙은 암흑 속에 차를 세워 놓고 마당을 가로 질러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자욱히 피어 있는 풀에서 눈부신 광채가 얇은 불빛을 반사시켰다. 산중의 풀밭에 달라 붙어 있는 영롱한 보석의 광채.그 영롱함의 주인공은 수줍음 많은 이슬이었다. 해가 지면 어디선가 숨어 있던 이슬이 나타나 가느다란 빛을 먹곤 그들만의 언어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하루 해가 비출 때면 또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겠지만 이슬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 기다림과 한 없이 스스로를 낮추는 겸..

늦은 시간, 그리고 다음날 이른 시간_20190607

무주로 내려오는 길은 무척이나 지체 되었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 가족 여행으로 오손도손 따스한 분위기로 인해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무주로 목적지를 선택한 이유는 지방에 사는 한 가족이 대중 교통으로 이동해야 되는 특성상 도중에 픽업을 해야 되는데 각자 적절한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서 관광 도시로써 제격이기도 했고, 앞서 봄에 방문했던 당시 오마니께서 극찬을 하시어 미리 무주 일성 콘도를 예약했다.가족 여행이라는 명분 하에 서운함과 정겨움을 나눠 보자는 취지 였고, 가뜩이나 평소에 비해 퇴근이 조금 지체 되었던 데다 가족 한 명을 태워 대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3시가 가까웠다.대전역에서 바로 또 다른 가족을 태우고 안주거리를 구입한 답시고 가양동을 지날 무렵 치킨에 순대를 투고 하느라 더욱 지체 되..

여주에서 만난 야경_20190523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남한강변으로 차를 몰아 여주 시내가 보이는 한강의 너른 고수 부지에 산책을 하며 야경을 즐겼다.산책로를 따라 느긋하게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이지만 그 길을 버리고 강 가까이 비포장길을 걸으며 마땅한 데를 찾아 간이 의자를 펼치고 야경을 감상하는데 때가 때인 만큼 날벌레들이 가느다란 빛을 보고 모여 들었다.장노출할 의도라 비교적 긴 시간 머무르며 셔터를 노출 시켜 둔 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문명의 빛을 바라보는 내내 평온한 기분이다.크게 화가 날 일도, 함박 웃음을 터뜨리던 일도 단편적으로 파편화된 기억 마냥 떠오르지만 당시와는 달리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는 걸 보면 순간의 감정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닌가 싶다.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닌 일에 본질을 잊고 팔팔 끓어 ..

밤마저 고요한 무주_20190429

2009년 초봄에 온 이후 언젠가 다시 오리란 다짐만 손에 꼽아 놓고 드뎌 숙원을 푼 무주 행차시다.거쳐간 적은 많지만 무주에 목적을 두고 온 건 10년 만이라 당시를 반추해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성스러운 백두대간이 품은 고장이라면 어느 하나 소홀한 곳 없겠지만 작고 아담 하면서 잘 꾸며진 모습이나 과묵 하면서도 많은 전설과 구전을 간직하고 수줍은 듯 자신을 숨기고 있지만 기실 겸손과 뚝배기 같은 이미지가 연상 되기도 한다.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지역도 첫 인상이란 게 반이라고 하지 않더냐.봄비가 구슬프게 내리던 초저녁에 도착하여 무주를 아우르는 남대천을 거쳐 미리 예약한 숙소에 봇짐을 풀어 헤쳤다. 초저녁에 도착하여 간단한 비상 식량을 마련하는 사이 빗방울이 가늘어지고, 그 가늘어진 보슬비가 피부에 닿자 ..

청풍리조트 레이크호텔_20190421

산책로와 야경, 호수 전망이 절묘하게 앙상블을 이룬 호텔이라 몇 년 동안 꾸준하게 이용, 아니 애용해 왔던 레이크 호텔은 낡은 시설에 비해 이 정도면 관리가 잘 되었다.비록 회사 복지프로그램 덕에 부담 없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자리를 별로 가리지 않아 전망 좋고, 조용해서 딱! 내 스타일이다.음악을 동행시켜 잠시 야경을 밟는 느낌이란 씹을 수록 단 맛을 꾸준히 뽑아주는 칡뿌리 같다고나 할까? 숙소에 짐을 풀고 스피커와 카메라만 챙겨서 나와 호텔 뒷편 호숫가 산책로를 찾아 전망 좋은 팔각정에 자리를 잡았다.깜깜한 밤이라 뚜렷한 전망을 기대하기 보단 넓고 잔잔한 거울 같은 호수 주변에 불빛을 뿜어 대는 형형색색 등불이 호수에 잔잔히 반영되는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호숫가 특성상 날벌레들이 벌써 눈에 띄지만 ..

봄 내음 물씬한 계명산 휴양림_20190414

4월 14일.마지막 애달픈 미련의 벚꽃이 남아 절정의 봄이 떠나는 귀띔에 따라서 떠날 채비를 했다.강원도, 경기도 지형을 복합적으로 품고 있는 충주, 그 중에서 급격한 산지가 시작되는 계명산에서 떠나려는 봄 마중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절정의 시간들을 보냈다.벚꽃이 일본 국화라고 할 지언정 숭고한 자연을 소유할 수 없는 억지는 동의할 수 없다.또한 자연을 소유하는 건 건방진 우매일 뿐.계명산 휴양림 통나무집에서 자리를 풀고 해가 진 뒤 길을 따라 산책을 다녔다. 호수와 마을이 어우러진 곳, 그 곳에 밤이 찾아 오자 야경 또한 함께 어우러진다. 충주 시내를 갔다 휴양림으로 찾아가는 길에 계명산 언덕을 오르면 어느 순간 호수와 산이 펼쳐진 전경이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떠돌다 한 자리에 앉아 한참을 야경과 ..

대가야 품으로_20190303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우선 오마니 고향을 찾아 보기 위함이었고, 더불어 오랫 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먼 친지의 소식이 전해져 반가움을 실현해 드리고자 했다.너무 느긋하게 밟았나?5시간 걸려 고령에 도착, 저녁 식사를 해결할 마땅한 식당을 찾느라 30분 동안 헤메는 사이 8시를 훌쩍 넘겨 버렸고 하는 수 없이 치킨 한 마리와 햇반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오마니도 기운 없으신지 대충 해결하자고 하시는데 그래도 배는 불러야지.지도 검색에 치킨집은 많지만 막상 댓글 평이 좋은데가 많지 않아 여기로 선택했는데 불친절에 착한 가격은 아니다.맛이 있다면야 가격이 문제겠냐마는 자극적인 소스에 절여 놓는 수준이라 치킨 특유의 식감과 맛은 찾기 힘들다.배 고픈데 더운 밥, 찬 밥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응대..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

원래 의도와 다르게 혼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았던 이번 여행.영동 고속도로 진부에서 내려 정선 숙암으로 천천히 흘러갔다.토 요일 저녁이라 차가 많을 법도 하지만 진부를 벗어나 매끈하게 뻗어있는 59번 국도를 따라 밤길을 달리는 동안 지나는 차가 거의 없어 진행하는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정선 푯말을 따라 나아갔다.정선이 멀고 험한 길을 거쳐야 한다는 편견과 달리 어두운 밤길을 가는 내내 도로 컨디션은 상당히 좋았고, 과거 2015년 늦봄 무렵 정선에서 반대 방향으로 갔던 때가 있었는데 당시 정선을 벗어나 두타산으로 향하던 중 한창 공사 중이었던 곳이 바로 파크로쉬 였다.(용평 산중에서 정선까지_20150530)지극히 일상적이어야만 하는 여유가 기근 현상으로 점점 메말라 가는게 정말 시간이 없..

동탄 호수 야경_20190201

얼마 전까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던 호수가 말끔히 단장하고 애타게 사람들을 기다린다.얼마만에 갔는지 모를, 그저 까마득한 시간이 흘렀나 싶다. 수문 가까이 차를 세워 놓고 시계반대 방향으로 산책을 하는데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특히나 느긋하게 둘러 보았다.호수 반영 사진이 멋지긴 한데 카메라로 찍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아이폰 특성상 자글한 노이즈가 거슬리잖아. 거의 한 바퀴를 채운 시점에서 테라스하우스 앞 선착장처럼 생긴 자리에서 한창 불을 밝히는 도심을 향해 바라 보자 해가 지날 수록 점점 화려해지고, 불빛들이 빼곡해져 간다. 비교적 잔잔한 대기에 호수는 거울 같지만 겨울이라 서리의 결정체가 벌써 반짝인다.힘들것만 같던 한 바퀴 산책이 이야기 나눈 사이 금새 당도하여 친숙한 운동으로..

1년 만에 여수를 밟다_20190115

서울역에서 여수역으로 직행하는 열차는 그리 많지 않아 익산에서 환승하는게 싫다면 열차편에 시간을 맞출 수 밖에 없다.익산역까지는 소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지만 거기서 부터 여수까지는 꽤나 많이 걸려 저녁 8시 무렵 도착했다.1년 전 여수에 왔을 때는 바람이 무진장 불었는데 오죽했으면 담배불이 바람에 날려 사라져 버릴 정도 였으나 이번은 1년 전에 비하면 선풍기 수준이다. 여수에 오면 이 사진을 찍는다는게 설레는 마음에 묻혀져 번번히 잊어버리기 일쑤였지만 이번엔 제대로 찍었다. 대합실로 가는 이 설렘을 알랑가 모르것소잉. 여수 도착 전, 구례역 이름은 구례구역이다.시방 왜 그런고 허니 곡성을 지나 순천으로 향하는 철로가 섬진강 서편에 깔려 있다 봉께로 행정구역상 구례를 밟지 않지만 구례 가까이 지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