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152

냥이_20200406

캣타워에서의 망중한 요즘은 가녀린 소리를 내며 재롱 부릴 때가 있다. 퇴근해서 들어오면 누운 채로 몸을 뒤집으며 귀여운 소리를 내는데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느낌으로 반가움은 실려 있고, 스담 했을 때 골골송으로 화답하는 것 보면 기분 좋다는 뜻이겠지? 캣타워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한 번 망중한에 빠지면 망부석 같다. 단, 가족 중 한 명이 베란다에 있을 때만 캣타워에 오른다. 회사 사우가 선물해준 캣타워가 빛을 발하는 때이기도 하다. 늦은 밤, 가로등에 나풀거리는 벚꽃은 밤낮 가리지 않고 늘 화사하다. 귀가해서 간식을 꼭 주게 되는데 그걸 먹고 나면 이렇게 평온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본다.

반석산에서 기분 좋은 야경 산책_20200404

정적이 무겁던 이 도시가 해가 지날수록 야간 산책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초저녁에 집을 나서 습관적으로 불빛을 따라 걷던 중 간헐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이 도리어 반갑다. 가장 만만한 반석산 둘레길을 선택, 익숙한 길을 따라 등불도, 봄소식도 피어나 방긋 웃어줘 피로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둘레길을 걷다 처음 한숨 돌리는 곳은 오산천 방향 전망데크로 오산천 너머 여울공원은 환한 가로등 불빛이 무한할 만큼 적막하다. 이따금 지나는 사람들의 소리가 반가울 때, 바로 이 순간이다. 벚꽃이 한창인 산책로엔 밤에도 드물긴 하지만 인적은 쉽게 눈에 뜨인다. 둘레길을 걷다 가장 지속적인 오르막길을 지나면 두 번째 나뭇잎 전망데크에서 도착하여 습관처럼 한숨 돌린다. 해가 거듭될수록 동탄 일대는 꺼지지 않는..

긴 하루의 끝, 산수유 마을_20200319

하루가 금세 흘러간 것 같지만 돌이켜 보면 기나긴 시간이었다. 산수유마을-곡성-함허정-구례 사성암-곡성 두가헌-곡성 고달-구례 당골식당으로 이어진 경로를 볼 때 꽤 많은 거리를 이동하며, 하루만큼은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 뿌듯한 가슴을 되짚어 이번 여정 또한 만족으로 인한 아쉬움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숙소 베란다로 나와 어둑한 산수유 마을을 내려다봤다. 낮에 넘쳐나던 노란 빛깔은 모두 잠에 빠져 들었고, 마을을 지켜주는 지리산은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언제나 지리산은 든든한 품새로 그 자리를 지키며 하늘 궤적을 따라 수많은 별빛을 뱉어내고 있는, 구례 여정의 마지막 밤은 아름답기만 했다.

봄 전령사들의 관문, 구례_20200318

세상만사 긍정의 이면에 부정도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모략과 거짓 정보를 포장한 집단이 있겠지만 이런 때 그런 쓰레기들이 넘쳐나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정보는 더욱 창궐하여 사람들의 심리에 공포의 싹을 틔운다. 가뜩이나 힘든데 그런 부정적인 쓰레기에 내 관심과 에너지를 난도질 당하기 싫어 난 긍정의 감동과 자부심에만 관심 가질련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을 비롯, 전세계가 초토화된 마당에 그런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저력, 더불어 어느 누구보다 힘들어 할 대구/경북 시민들이 이런 혼란을 극복하길 바랄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시적인 건 없고 해서 우선 마스크 구매를 하지 않았다. 나도 없다면 그건 가식이겠지만 이 사태를 대비해 미리 구매해 놓은 마스크가 있었고, 더불어 가까운 은사와 가족들께 소정의 선물로..

가리왕산 휴양림_20200223

21시 무렵 가리왕산 휴양림에 도착하여 살림을 후딱 옮기곤 바로 카메라를 메고 숙소 일대를 돌아다녔다. 밤하늘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아쉽게도 은하수는 보이지 않고 그저 별빛만 싸늘하게 반짝였다. 희안하지? 밤에 찍은 사진 몇 장만 사라졌는데 다른 SNS에는 그 사진들이 있다. 애석하게도 원본은 증발하고 그나마 SNS에 사진이 남아 다행이다. 은하수는 볼 수 없었지만 여전히 깊은 오지의 밤하늘은 매력적이다. 가끔 정적과 암흑이 무서울 때, 이런 익숙한 소리가 위안이 되는데 이 자리에서 그걸 실감한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중 휴양림 직원과 마주쳤는데 밤하늘을 향해 렌즈를 들이민 행태가 이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가리왕산 지도는 휴양림 내 숲속의 집이 모여 있던 초입에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

망경대산 휴양림에서 맞이하는 밤눈_20200204

송창식의 밤눈이 생각나는 강원도 오지의 눈. 서울에서 눈이 온다고 길 조심하라는 말에 믿기 힘들다는 듯 커튼을 열어젖히자 눈 올 기미조차 없더니 거짓말처럼 전화 끊고 이내 세찬 바람에 실린 눈발이 날린다. 호랭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밤눈은 양반 되기 글렀다. 아주 짧지만 강렬한 눈발이 날린 뒤 갈길 바쁜 나그네인 양 이내 그쳐 버렸다.

포근한 둥지로_20200202

이른 시간에 파크로쉬로 돌아와 저녁을 기다리던 중 주변을 둘러 보다 이색적인 것들을 만났다. 산중 추위는 서울의 추위와 비교할 수 없이 매섭지만 공기 내음이 향그롭다. 그래서 잠깐 둘러본다고 옷 매무새를 허접하게 꾸렸던 후회도 들었지만 적막을 뚫고 타오르는 불꽃들이 온기를 대신 채워줬다. 우선 숙소에 들러 편한 옷차림으로 변신하고 창밖을 내다봤다. 실제 가리왕산의 위용은 거대하다. 처음 여길 왔을 때 창 너머 가리왕산자락을 보고 나도 모르게 감탄을 뱉었더랬지. 우측이 서편 가리왕산 정상 방면이라 그쪽으로 해가 지고 땅거미도 진다. 파크로쉬에서 볼 수 있는 야경들 중 진짜 불도 있다. 장작 대신 석탄인데 첨엔 진짜 불인가 싶어 다가섰다 온기를 느끼고 잠시 눌러 앉았다. 불을 보고 있자니 문득 미스터션샤인의..

세 번째 방문, 여전한 밤_20200201

세 번째 방문하는 파크로쉬는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편안한 분위기에 몇 가지 특징적인 것들로 인해 이번에도 선택하게 되었다. 전체적인 시설로 따지면 꽤나 고급스럽고 분명한 컨셉을 지니고 있어 주말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사실 단순하게 고급스럽다는 표현보다 차분하고 단아한 고급스러움이랄까? 게다가 정선이란 지역 특색이 버무려져 위치에 대한 아우라도 무시할 수 없다. 허나 방문 횟수에 비례해 청결에 점점 균열이 생긴다. 루프탑에서 내려다 보면 나름 주변이 화려하다. 가리왕산자락 알파인스키 코스가 암흑에 파묻혔지만 낮이 되면 가리왕산의 위세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주말 저녁에 정선을 왔건만 여기라고 미세 먼지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자욱한 먼지층에 밤하늘 별들은 자취를 감추고, 그 휘영청 밝던 달은..

일상_20200101

새해 첫날, 지난 연말의 피로를 푼답시고 퍼질러 자고 늦게 일어나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동탄 산책을 나섰다. 이번 겨울이 그리 춥지 않아 경량 패딩에 바람막이를 덧대어 걸쳐 입고 초저녁 어둠이 자욱한 반석산으로 향했다. 복합문화센터를 지나 반석산 정상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전망 데크에 도착하여 한동안 텅 빈 데크 위에서 음악을 틀어 놓은 채로 야경을 마주하곤 머물러 있었다. 새해 첫날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간헐적으로 보이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그 이후 어떠한 사람들과도 마주치지 않았던 만큼 반석산은 텅 빈 새해 첫날밤을 보냈다. 아무도 없는 반석산 데크에 서서 마치 세상 전체의 시간이 정지했을 만큼 고요한 야경을 바라보는 순간, 새해 첫날이라는 의미가 뒤섞여 묘한 여운과 더불어 지나간 시간의..

일상_20191229

하루가 지나 초저녁 무렵에 전날처럼 반석산 둘레길을 같은 경로로 걸었다. 다만 달라진 건 화창하던 날씨가 얇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로 바뀌었다는 것. 우산을 쓰고 터벅터벅 걷다 전망데크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여전히 초저녁시간이라 도시의 불빛은 화려하지만 동탄 1과 2 신도시 사이 꽤나 너른 공간은 허허벌판이라 깊은 암흑 바다 같았다. 노작공원 방향으로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내리막길 도중에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쉬었다 가고 싶지만 빗물이 흥건해 그냥 서서 주위를 둘러보는 걸로 만족했고, 하루 만에 멧돼지에 대한 공포는 사라져 버렸다. 둘레길을 통틀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 중 몇 손꼬락 안에 드는 괜춘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