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152

일상_20191228

늦은 시간에 오른 반석산은 언제나처럼 적막했다. 언젠가 동탄에 멧돼지가 출현했다던데 괜한 기우인지 둘레길을 걷던 중에도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예민해졌다. 결국 한 바퀴 돌고 나서는 별 거 아닌데 싶었지만 모처럼 야밤에 반석산을 왔던 게 덤덤하던 기분을 잊어버렸나 보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노작 마을에서 출발하여 한 바퀴 돌아 복합문화센터로 내려왔고, 동지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라 초저녁인데도 벌써 야밤처럼 전등이 켜지지 않은 둘레길은 깜깜했다.

여주 밤 하늘_20191220

여주에 도착할 무렵 은사께선 여주역에 도착하신단다. 오랫 만에 뵙는 거라 저녁은 여주 재래시장에 들러 삼겹살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하고 역할 분담으로 저녁 식사에 필요한 식재료를 사러 다녔다. 은사 댁에 도착하여 허겁지겁 저녁을 뽀개면서 얼큰하게 소주 한 잔을 통해 배 부른 뒤 한층 평화로워진 뱃속을 달래다 문득 여주 밤하늘에 은하수가 관찰될까 호기심에 카메라와 이번에 구입한 삼각대를 챙겨 언덕을 올랐다. 여주라고 해도 한창 벗어난 곳이라 마을 전체는 사위를 에워싸듯 완전 깜깜했는데 주위가 워낙 깜깜해 랜턴을 켜자 대기 중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먼지가 많았다. 대구에서와 달리 여주에 왔을 때는 약간 뿌옇긴 해도 이 정도일 줄 몰랐건만 밤이 되자 옅은 안개가 끼여 밤하늘에 은하수는 고사하고 별도 그..

짧은 시간 정든 것들과의 이별_20191129

구례에서의 2박 3일, 아니 25일부터 29일에 이르는 올 들어 가장 긴 여정의 마지막 날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떠나면서 새롭게 정을 맺었던 많은 것들과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구례에 도착할 때부터 따라온 미세 먼지로 인한 뿌연 대기는 아쉽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여행지의 멋진 전경과 생명들은 반가웠고,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의 인연일지라도 정이 깃들어 시원 섭섭한 여운은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인가 보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느긋하게 떠날 채비를 하며 그간 암흑과 추위를 피하며 편안하게 잠자리를 제공해 준 이 공간이 못내 아쉬워 밖을 나와 가까이 주변을 둘러봤다. 여전히 평화로운 전경과 그에 어울리지 않은 공사로 인한 소음은 짧지만 정이 들었다고 제법 익숙해졌다. 다만 숲속 수목가..

지나는 가을에 남은 미련, 천은사_20191127

지리산 성삼재를 넘어 남원에서 오를 때보다 더 가파른 도로를 굽이쳐 내려와 어느덧 경사길이 완만해 질 무렵 차량 지도에는 천은사가 표기되어 있고 그 옆은 저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구례 여정에서 지낼 숙소는 미리 예약한 야생화 테마랜드 내 숲속수목가옥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목적지가 가까워진 만큼 시간 여유가 있어 861지방도 인척에 있는 천은사에 들르는 건 부담이 없었다.도로와 지척에 있는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얼마 걷지 않아 바로 천은사에 도착했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초입부터 인상적인 풍경으로 인해 도보로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는 사찰까지 세세하게 주변을 둘러 보며 30분 정도 소요됐다. 주차장에 차를 두면 바로 천은사가 어느 방향인지 초입을 이내 짐작할 수 있다.입구 바로 옆은 절정의 단풍이 ..

오도산 휴양림에서 마지막 시간_20191126

전 날 비슷한 시각에 오도산 휴양림으로 첫 발을 디딘게 아쉬울 만큼 하루 시간은 금새 지나 마지막 밤을 맞이했다.첫날은 휴양림을 통틀어 우리 뿐이었고, 이틀째 접어든 날은 비록 집 한 채 불이 켜져 있었지만 조금 떨어진 곳이라 첫째 날과 진배 없었다.산에서 맞이하는 초겨울 추위라 기온도, 분위기도 싸늘 했는데 그나마 마당 한 가운데 덩그러니 불빛을 밝히던 녀석이 유일한 세상의 빛과 같았다.늘 그렇듯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주변을 서성이다 밤하늘 총총한 별을 카메라로 담았지만 기대했던 은하수는 보이질 않고, 시간이 지날 수록 구름이 삽시간에 몰려와 하늘을 덮어 버렸다. 별은 밝지만 은하수가 보일 정도로 별이 빼곡 하게 박혀 있지 않았고, 점차 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물론 도시나 수도권 어디..

적막한 오도산자락_20191125

초저녁 무렵 거창에 도착하여 푸짐한 저녁 끼니를 해결하고 거창 읍내를 둘러 보다 마땅한 눈요기 거리가 없어 최종 목적지인 오도산 휴양림에 도착했다.처음 체크인을 하러 관리실에 도착하자 방이 하나만 예약이 되어 있어 우리가 아닌 줄 알았단다. 미리 예약한 숙소는 관리실과 가까우면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너른 공터를 중심으로 다섯 세대가 동그랗게 모여 있고, 그 중심엔 나무 한 그루, 가로등 하나 덩그러니 놓여 스산한 겨울 길목에서 그나마 조금은 작은 불씨처럼 따스한 분위기를 발산했다.날카로운 초겨울 칼바람 속에 텅빈 공간을 홀로 유유자적하고 있는 사이 굶주린 어린 길냥이 한 마리가 야생의 경계심을 놓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곤 가만히 앉아 있어 때마침 가방에 챙긴 츄르 3개를 끄집어 내어 하나를 주자 신중..

횡계, 아니 대관령면 알펜시아_20191101

주말을 이용해서 올해 마지막으로 남은 가을을 찾아 월정사 전나무숲길로 여정을 잡고 하루 전 먼저 진부를 들렀다.가을 추위에 대한 예고가 있어서 인지 초저녁에 도착한 진부는 이미 해가 기울 무렵부터 금요일 답지 않게 조용했고, 간단하게 요기를 끝낸 뒤 비상 식량을 구입하여 주차한 터미널 부근으로 도착했을 즈음 거리는 유별나게 한적했다.담벼락 너머 지켜본 터미널은 종종 버스가 들어오자 여러 승객들이 내렸지만 어디론가 총총한 걸음으로 흩어져 버렸고, 이내 원래 정적 그대로 썰렁한 분위기다.19시 갓 넘긴 시각인데. 무척이나 설렘을 안고 버스에 몸을 싣고 도착한 승객들은 금새 사라지고, 그에 맞춰 불을 밝히고 있던 차량들도 그들을 싣고 이내 사라졌다.잠깐 지켜본 사이 여느 시골 터미널처럼 사람들은 거의 보이질 ..

태백의 밤_20191023

하늘숲길을 빠져 나오는 사이 금새 날이 어둑해지고 발길이 끊이지 않던 만항재는 순식간에 정적으로 휩싸였다.그리 늦은 시각이 아니었음에도 말 그대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고, 한 술 더떠서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짙은 구름이 주변을 삼켜 마치 눈앞에 자욱한 안개가 끼어 있는 것만 같았다.서둘러 만항재를 벗어나 태백 시내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선수촌을 지나 살짝 고도가 낮아지는 시점에서 부터 어느 정도 구름이 걷히며 온통 뿌옇던 주위가 어느 정도 빛을 식별할 수 있는 상태에서 태백 시내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리막길 좌측에 팔각정이 언뜻 보여 조심스레 차를 돌려 다시 올라 갔더니 정말로 희미한 가로등이 밝히고 있는 팔각정 전망대가 있었다.워낙 앞만 보고 정신 없이 달려온 밤길이라 약한 불빛이 얼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