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로 내려오는 길은 무척이나 지체 되었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 가족 여행으로 오손도손 따스한 분위기로 인해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무주로 목적지를 선택한 이유는 지방에 사는 한 가족이 대중 교통으로 이동해야 되는 특성상 도중에 픽업을 해야 되는데 각자 적절한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서 관광 도시로써 제격이기도 했고, 앞서 봄에 방문했던 당시 오마니께서 극찬을 하시어 미리 무주 일성 콘도를 예약했다.
가족 여행이라는 명분 하에 서운함과 정겨움을 나눠 보자는 취지 였고, 가뜩이나 평소에 비해 퇴근이 조금 지체 되었던 데다 가족 한 명을 태워 대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3시가 가까웠다.
대전역에서 바로 또 다른 가족을 태우고 안주거리를 구입한 답시고 가양동을 지날 무렵 치킨에 순대를 투고 하느라 더욱 지체 되어 무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을 훌쩍 넘겼다.
일성 콘도는 무주에서 가장 동쪽, 충북 영동과 경북 김천이 인접한 곳이라 무주에서도 한참을 더 지나 도착했다.
사위가 적막한 일성 콘도에 도착하자 너른 주차장이 거의 텅비어 콘도 입구에 인접한 위치에만 차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체크인 후 숙소에 들어서기까지 건물 내부도 겁나 조용했다.
다들 여행에 대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촐한 알콜 파티로 먼 여정에 첫 날의 여독을 풀어 헤쳤다.
늦게 도착했지만 잠시 숙면을 취하고 언뜻 눈을 뜨자 새벽의 여명이 밝아 오며 나도 모르게 자리를 일어나 창 너머 세상을 보게 되었고, 어딘가로 흘러가는 구름의 무리가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물론 잠시 후 잠을 청하여 다시 잠깐 눈을 붙였지만 여름이 오는 이 시기에 느끼기 힘든 청아한 공기가 폐 속 정체된 공기를 환기 시키며 기나긴 배낭 여행과 같은 여름의 지루하고 힘든 계절에 든든한 에너지와도 같았다.
이제 시작인 여름, 매년 겪으면서도 순간이 참기 힘들어 푸념의 대상이 되지만 지나온 시간에서 자연의 고통은 이렇듯 자연이 치유해 주며 용기를 줌과 동시에 다른 계절에 대한 소중함도 겸허히 일깨워 준다.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닌게고, 더위가 힘든 만큼 즐길 수 있는 기회도 넓혀 주는 계절, 여름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함께 떠난 여행은 일상과 감정의 앙금을 털어 내고자 했던 만큼 즐기며 자연스레 망각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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