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154

늦은 밤에 불멍 때리기, 동탄 힐링 숲 카페_20241206

동탄에 불멍카페가 있다는 조카들의 말에 은근쓸쩍 호기심이 피어올라 저녁 식사 후 곧장 카페로 향했다.사람들이 많을 거란 귀띔과 달리 마지막 타임이라 카페엔 두 팀이 떠나자 텅 비어 예약 시각보다 좀 더 일찍 자리를 잡았다.카페 내에서 미리 음료와 간식거리를 사고 쥔장이 주는 불꽃 분말(?)을 받아 텐트와 같은 지정 장소에 들어가자 캠핑 느낌이 물씬했다.일반적인 카페에 비해 고구마 하나를 사도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색 경험에 지불하는 거라 다들 기분이 업되어 커피나 음료를 마시며 비교적 시간이 걸리는 고구마를 불에 올려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첫눈이 폭설로 내린 여파로 한파가 매서워 더욱 불길이 따스하게 느껴지던 밤, 같은 시간대 우리 팀만 있었는데 어느새 두 팀이 들어와 각자 자리를..

일상_20241207

찾아온 초겨울 추위가 얼마나 무섭길래 대기의 혼탁한 기운들이 자취를 감춰 본연의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겹겹이 줄지어 띠를 만든 구름이 어디론가 사이좋게 총총히 흘러가던 저녁 하늘은 한해의 마지막 달, 12월에 새로운 한 해를 위한 설렘일까? 아님 위로일까?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직 남은 만추의 단풍이 불빛에 물들어 조만간 깊은 겨울잠에 빠질 고운 울림에 거리는 동심원을 그렸다.

일상_20241115

오후가 접어들어 잠시 오른 체육공원에도 겨울이 찾아왔다.여름에 무성하던 풀숲은 거뭇하게 변해서 앙상한 봉우리를 드러냈고, 가려져 있던 벤치는 봉긋 솟았다.같은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체육공원 뒷산에 조망이 트여 높은 하늘이 드러났다.몇 바퀴 돌다 머무르지 않고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는데 역시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길바닥에 두텁게 덮인 솔잎을 밟을 때마다 폭신폭신한 감각이 느껴졌다.반면에 짧지만 가파른 구간이라 오를 때와 달리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발을 디뎠다.체육공원 운동장에 거의 닿을 무렵 가파른 오르막길에 계단이 깔려 있었는데 계단 위에도 솔잎이 두텁게 쌓여 완연한 겨울이 도래했음을 알 수 있었다.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작은 고개의 흔적이 드러났다.여름엔 무성한 숲으로 인해 가려져 있었는데 겨..

일상_20241029

조금 욕심을 내어 점심시간에 먼 코스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더불어 가을 정취에 흠뻑 젖었다.꽃은 겨울이 오기 전 제 매력을 한껏 발산했고, 그 유혹에 벌은 겨울이 접어들기 전 바쁜 날갯짓으로 화답했다.보행로 옆에 늘어선 꽃과 벌의 조합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걷기 시작하여 저수지 뚝방 위를 걸어 언덕길을 돌아 회사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는데 가쁜 숨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간이 확실히 빠듯했다.얼마 남지 않은 가을 정취를 느끼느라 어느새 가쁜 숨은 잊고 하늘 아래 자욱한 가을에 도치되었다.저수지를 둘러싼 가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이채롭고 정감 어렸다.물은 겨울을 제외한다면 늘 같은 모습에 믿음이 갔고, 그 주변을 감싼 대지는 잊지 않고 정해진 변화에 단장하며 사시사철 모습의 다양한 정취에 믿음이 갔다.저..

일상_20241010

해가 일찍 기울어 낮이 부쩍 짧아졌다.불과 9월 9일에 방문했었는데 한 달 차이로 비슷한 시각에 완전 다른 세상이었고, 끈질긴 폭염으로 옷차림이 간소했던데 반해 한 달 차이로 바람살은 부쩍 차가워져 얇은 코트 하나 걸쳐도 찬바람에 실린 한기가 온몸을 짓눌렀다.지난번엔 테마공원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놓고 저수지 댐으로 올라왔었고, 이번엔 아예 댐이 있는 주차장으로 곧장 향했는데 들어오는 길이 꼬여 첫 번째 들어간 길에서 돌려 나와 다른 길로 접어들었지만 역시 댐 방향이 아닌 호수 전망의 비교적 큰 카페가 나와 하는 수없이 부근에 주차한 뒤 출렁다리를 건너 댐으로 향했다.땅거미도 거의 사라진 호수 너머의 하늘.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뺨을 스치는 저녁 바람은 제법 차가웠고, 간간히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이른 추위로..

동탄에서의 가을 밤 산책_20241008

그야말로 생활하기에 최적의 날씨였다.낮엔 활동하기에 있어 조금 덥긴 했지만, 해가 지고 밤이 깊어갈수록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마음에 쏙 들어맞는 날씨와 기온이었다.조금 빠르게 걷는다면 기분 좋은 범위 안에서 체온이 올라가며 거북하지 않은 선에서 등판에 살포시 땀의 흔적이 느껴졌고, 가만히 있으면 전형적인 가을의 청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앉은 자리에서 사이다 한 잔을 들이킨 기분이었다.원래 그리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고 밤 마실 산책을 나섰지만 인덕원 일도 잘 마무리된 여운이 더해져 살짝 기분이 중력을 이긴 상태라 동탄여울공원을 거쳐 반석산을 우회하여 노작문학관을 지나 무장애길을 타고 복합문화센터까지 꽤 많은 걸음수를 채웠다.그래도 체력적인 버거움을 전혀 눈치 못 챈 건 역시나 가을의 힘..

혁신도시의 아름다운 야경, 음성 함박산_20240930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 날을 앞두고 퇴근 후 저녁 식사를 잽싸게 끝낸 뒤 곧장 함박산으로 향했다.두촌성당을 지나 함박산으로 오르는 자그만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랜턴과 트래킹화를 갈아 신은 뒤 사우와 함께 산행을 시작했는데 이 구간은 함박산 정상의 전망대까지 비교적 긴 구간의 능선길이라 걸음수가 많은 대신 산행은 수월했다.야간이라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가을 내음 가득 머금고 오르는 산행은 지친 여름의 시름을 달래기에 충분했고, 정상에 올라 처음으로 맞이하는 야경은 도심 야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함박산은 충청북도 음성군 맹동면 군자리·쌍정리·두성리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전설에 의하면 천지개벽을 할 때 물에 잠겼으나 함지박 하나를 놓을 자리가 남아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함박산에서 ..

냥이_20240821

다른 집사가 앉은뱅이 책상에 앉으면 유독 훼방을 놓는 녀석, 다이소에서 2년 전 이 책상을 구입해서 비대면 강의를 듣던, 바로 고! 시기부터 녀석은 집사의 화상 채팅에 매달렸고, 그 이후부터 요! 책상은 녀석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쇼파에서 녀석의 전용 쿠션을 깔아주지 않으면 잔소리 남발해서 이제는 알아듣고 집사들이 쿠션을 깔아준다.그러면 녀석은 쿠션에서 퍼질러 자거나 아니면 티비 시청을 병행하며 밍기적거렸다, 집사들 사이에 딱 붙어서...학습을 하거나 노트에 무언가를 필기하다가도 녀석은 도사처럼 알아차리고 바로 앉은뱅이 책상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비켜달라고 밀치면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기까지 했다.차량 정비로 수원 직영정비소를 다녀온 뒤 초저녁에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의 더위를 즐기기 위해 산책을..

화로의 불씨처럼 하루가 꺼질 무렵_20240729

이제는 회사 동료, 사우에서 각자 지인으로 갈라지게 된 멤버들을 소환하여 3년 전 그때처럼 음악 소리에 바비큐를 곁들인 불멍을 때리며 추억도 나눴고, 아쉬움도 달랬다.오랫동안 손발을 맞힌 것처럼 각자 역할을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자리를 세팅한 뒤 저녁 식사와 더불어 술이 몇 순배 돌자 그간 공유했던 시간들을 끄집어내 함께 웃고 떠드는 사이 금세 어둠이 찾아왔고, 요란하게 달라붙는 날파리도 어느샌가 잠잠해져 그간 쌓였던 마음 봇짐을 풀어헤쳤다.[이전 관련글] 자연이 숨겨둔 관창폭포_20211003마지막 여정은 선유도와 가까운 관창폭포로 자연이 예리한 칼로 거대 바위를 수직으로 자른 뒤 모서리에 작은 틈을 만들어 물길을 틔어 놓았다. 자연이 취할 수 있는 거대 전위 예술이라 해도meta-roid.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