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눈부신 하늘 아래 눈은 미동도 않고 포근히 세상을 포옹하며, 심지어 쉼없이 중력에 이끌리던 폭포수마저 잠시 쉬게 한다. 깊은 산중을 비집고 뻗어 있는 길 따라 찾아간 곳은 오장폭포지만 한 해의 분주한 활동의 기지개를 켜기 전 취하는 휴식을 깨우지 않고 눈인사를 건네며 뒤돌아선다. 10년이 훨씬 이전, 수마가 할퀸 산사태 복구 현장은 여전히 깊은 상처를 드러낸 채 오롯이 아물기만 기다리며 기약 없는 겨울잠에 빠져 있다. 여긴 눈이 더 많이 내렸는지 눈이 덮힌 길을 내딛자 20여 cm 정도 발이 푹푹 빠지는 걸 보면 그 이상 폭설이 헤집고 갔나 보다. 폭포와 소나무의 조합, 우연일지라도 필연이 된다. 하얀 눈에 덮혀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오장폭포. 10년 훨씬 지난 상흔이지만 아직 그 흉터는 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