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00531

사려울 2022. 8. 27. 02:13

편애라는 단어는 내가 아닌 입장에서 그리 유쾌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근래 길냥이들 식사를 몇 번 제공했답시고 몇몇 냥이들과 안면을 틔우는 사이 그런 편애가 생겨 버렸다.
뽀얀 얼굴에 태비 얼룩 무늬로 다른 동네 냥이가 와서 하악질 한 번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주위 인기척에 도망치듯 몸을 급히 숨길만큼 경계도 심한 녀석.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밥을 챙겨 가는 위생 봉투에 이 녀석이 행여나 나타나 먹으려나 싶어 조금 남겨 두는 습관이 있는데 용캐 나타나 꿍셔둔 밥을 챙겨 먹이려면 나도 긴장된다.
그러다 먹으면 다행인 거고... 

감사의 표정이라기 보단 놀라 달아나기 전 남은 식사에 대한 미련 같다.

다른 냥이들이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주위를 삼엄하게 경계하는 이쁘니.

그러다 이렇게 먹게 된다면 한 발짝 뒤로 물러서 기다려준다.

한 발을 그릇에 둔 걸 보면 녀석 또한 굶주리긴 했다.

거의 비웠는데 다시 채워주려고 다가서면 걸음아 날 살려라 할 거 같아 우선 기다려본다.

다른 녀석들은 이미 식사를 끝내고 쉬는 중.

치즈뚱이 가족은 푹신한 낙엽더미 위에서 쉬고 있다 인기척에 같이 돌아본다.

동시에 고개를 휙 돌리는 모습이 재밌다.

봄바람 살랑이는 가운데 거미 하나 매달려 공중 부양 중, 사진을 찍으려 해도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통에 제대로 찍을 수 없다.

걸어서 탄요공원에 오자 가끔 목격되던 냥이들이 보인다.

녀석들 생김새를 보면 누군가 유기한 게 아닌가 싶다.

생명에 대해 이기적인 것들, 책임감이라고는 일도 없는 것들, 충동적으로 키웠다 사정이 어려워 변심하는 것들.

인간의 껍데기를 하고 무지한 것들이 참 많다.

가끔 회사 동료들과 사다리타기를 통해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는데 어느새 잊혀졌던 맛, 메로나 되시겠다.
근데 동네 베이커리에서 이런 아이스크림 케잌이 진열되어 있고, 그 이름이 메로나다.
'메로나'와 '아시나요' 추억을 상기하며 냉큼 낚아채서 집에 오자마자 홀라당 포장을 벗기자 요상한 모양새지만, 그 달달하면서 시원한 향내가 입안에서 퍼지는 메로나 맞다.
앉은 자리에서 모조리 해치우고, 다음 기회가 되면 또 냉큼 업어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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