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에 맞춰 가벼운 차림으로 만보 걷기에 도전한다.
일상처럼 피부에 쏟아지는 햇살이 부쩍 다가온 여름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어느새 흥건해진 등짝을 달래며 꾸역꾸역 길을 오로지 하는 사이 꽤나 많은 걸음수를 채웠고, 집안에서 솟구치는 게으름을 떨치는 보람을 정직한 숫자에 위안 삼는다.
휴일 시곗바늘은 조급한 성격을 감추지 못하고 질주하는데 그럼에도 더위를 뚫고 가슴에 안기는 간헐적인 바람이 개운함만 남긴 채 피로를 망각시키는 휴일은 여전히 행복에 겹다.
장미의 미소? 살짝 물 빠진 듯한 이 색감이 도리어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정상 인근 낙엽무늬 전망데크에 서서 사정없이 흐르는 땀방울을 어르고 달랜다.
더불어 눈은 시원하다.
호수공원으로 내려와 바삐 움직이는 꿀벌의 꽁무니를 쫓아 몰입의 희열도 맛본다.
뭐가 그리 바쁜지 바로 앞에 있음에도 녀석은 망설임이 없다.
휴일 다운 공원 잔디광장은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처음 동탄에 정착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던 기억도 이제는 고스란히 추억으로, 평생 한 번 뿐인 시간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제는 작별이려나?
봄을 탈피하려는 생명들.
지키고 뺏으려는 개미 무리들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파릇하던 신록이 점점 날씨의 양분을 먹고 짙은 녹음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작던 묘목들이 어느새 이렇게 자라 어엿한 나무 터널을 만들었다.
어느새 오산천은 수풀이 무성해져 여름을 일찌감치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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