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그래서 올 수 밖에 없는 파크로쉬_20210302

사려울 2023. 1. 18. 02:05

다음 숙소로 옮겨 봇짐을 풀고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며 그리 멀지는 않지만 운행의 걸림돌이자 멋진 동반자 였던 눈길에서의 긴장 또한 훌훌 털어낸다.
적어도 1년에 한두 번 오는 사이 속속들이 알게 된 덕분에 이제는 발길이 뒤섞이지 않고 익숙하게 찾아낸다.
창가에 놓인 자리에 앉아 고압적인 풍채의 가리왕산을 보는 게 이곳의 뷰포인트로 생각 이상으로 규모가 거대한 데다 봉우리는 아니지만 그에 걸맞은 고도가 한눈에 보여 누구든 매료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가리왕산 반대편 백석봉은 가리왕산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나 특이하면서 독특한 산줄기를 보노라면 그 매력의 우열을 가리는 건 의미가 없고, 다만 미려한 산결을 어느새 시선으로 붙잡아 미로를 그리듯 눈길을 뗄 수 없다.
한바탕 퍼붓다 그친 눈보라는 대기의 잡티를 모조리 하얀 세상 아래 잠재웠는지 모든 세상, 심지어 하늘까지 맑고 싱그럽다.
마치 시련 뒤의 극복에 대한 보상이려나?

다행히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 트랙이 정면으로, 그것도 적당한 높이라 이번은 케바케 중 케~

편안한 옷차림으로 숙소를 빠져나와 라운지층에 탁구장을 비롯, 소품 공작실 등을 둘러봤다.

전체적으로 조용한 장소에 내부마저 조용하다.

이 또한 다행이다.

숙소 외부로 나가 길 옆을 밟는 순간 쌓인 눈이 발목까지 집어삼킨다.

콘도 앞마당의 바베큐장인데 전체적으로 조용하다.

석양이 산마루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루프탑에 올라 화창한 대기에서 햇살을 쬐는 주변 일대를 둘러보다 라이브러리에서 미리 챙겨간 헤드폰으로 음악을 감상하던 중 어느새 석양을 훌쩍 산을 넘어 자취를 감췄다.
몇 번을 둘러봐도 주변을 둘러싼 산세가 매력적이라 걷고 있지만 눈은 이미 화창한 조명 아래 매혹적인 민낯에 시선을 강탈당했다.
백석봉이 창 너머 보이는 라이브러리는 거의 텅 빈 채 잠시 후 어느 연인의 데이트 장소가 되어 버렸고, 터질 듯 모락대는 노천 사우나는 찾는 이가 없다.
아침에 차가 눈길에서 허우적거리며 30분을 전전긍긍하다 다행히 동네 주민분의 도움으로 벗어난 여파와 며칠 쌓인 여독이 겹쳐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그나마 매력적인 초봄의 맑디맑은 천연 색감이 출렁이는 정선의 품에서 곤히 잠든다.

지금까지 본 백석봉 중 가장 매력적인 민낯을 드러낸 날이다.

지나는 구름의 그림자 경계까지 선명하고, 더불어 하늘도 매력 뿜뿜이다.

루프탑에서 주변을 둘러보다 계단 한 칸 정도 쌓인 눈이 온전히 원형을 유지해 신기한 걸 본 것처럼 허리 숙여 사진에 담는다.

바람에 휩쓸려 특이한 모양을 쌓인 부분도 있다.

가리왕산의 민낯엔 석양도 감탄하며 그 자리에 머물다 간다.

알파인 트랙도 이날만큼은 눈이 두텁게 쌓였다.

텅 빈 라이브러리에 들러 헤드폰을 끼고 무중력 상태로 음악에 심취한다.

발치 창 너머에 백석봉이라 동시에 눈도 심취한다.

여기 오면 꼭 맥주+화덕피자를 시키게 되는데 피자 맛 좀 버전업 시켜 줄 수 없겠니?

숙소 창 앞에 앉아 눈 쌓인 가든을 내려다보며 저무는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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